본문 바로가기

잡담

누가 용서를 말하니 학교 때 친구 넷이 술 한잔하자고 만났다. 학년을 달리하며 A와 B가 친구, B와 C가 친구가 되어서 A와 C는 알고 지내는 사이다. 친구들이 자랑하면 부러워했고 걱정하면 위로 했고 함께 했던 일 꺼내면 웃었고 혼자 겪은 일 풀어내면 제가끔 방안을 제시했다. 나이 들어가며 이루고 잃으며 겪을 거 겪었기 때문이다. 어리고 청춘이었을 때 누가 춥고 어렵게 살았는지 말 나누지 않았다. 듣게 되면 아는 거고 모른다고 캐지 않았다. 그 때 환경은 자신의 선택이 아니고 보통 우리들 삶에 있어 이후의 30년이 온전히 자기의 선택과 노력과 책임임을 알기 때문일 거다. 대게는. 그래도 더러는 남의 옛날을 들여다보고 싶은 나이 덜 찬 마음이 올라오나보다. 자식 둘을 다 잘 키웠고 내로라 하는 직업에 아파트 값 높은 동네에.. 더보기
얘들아 그래도 살아야 돼 2011/05/18 - [잡담] - 우울증과 죽음 연일 젊은이들의 자살 뉴스가 들린다. 젊고 아름다운 아나운서도, 한때 최고의 사랑을 받던 가수도 프로 축구선수도, 중이염이 심해 죽도록 아파도 군부대 상관은 무시하고 군의관은 외면해 혼자 앓던 어린 군인도 있었다. 알려진 그들의 죽음보다 몇 배 많은 사람들이 홀로 생을 접고 가족 세상을 등졌다. 모든 미디어는 그들의 자살 이유를 우울증이라고 알렸다. 참으로 사회적으로 반성없는 간단하고 편리한 이유이고 사건(기사)처리이다. 그들이 죽음을 택하게 된 사연과 아픔을 남이 알 수 없다. 단지 그들이 모두 극복할 수 없어보이는 거대한 한계와 소외를 느꼈을 것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몇년 전 에스지워너비 sgwanabe는 여러 해 동안 최고의 가수였다. 노래는 아름다.. 더보기
체리 초여름 선물을 받았다. 묵직한 상자를 여니 체리가 가득하다. 세상에 예쁘기도 해라... 예쁘고 향기롭지만 봄에 며칠 반짝 나오고 말아 아쉬운게 딸기인데, 체리가 그렇다고 한다. 보관 기간 짧고 수확 기간도 짧다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먼 길을 왔는데 어찌 이리 반짝이며 싱싱한고 예쁜지 모르겠다. 그 답을 포장 상자에 대놓고 인쇄해 놓았다. May have been coated with food grade vegetable-petroleum based wax, fludioxonil DCNA or Tebuconazole. Treat with Chrolinated water to maintain freshness. Fludioxonil, Tebuconazole은 항균, 방균, 방부제. 알이 작고 껍질을 벗.. 더보기
낡은 운동화 샤쓰를 갈아 입으려고 보니 소매 몇군데가 헐었다. 보일듯 말듯 구멍이 생겼다. 오래 입어 그런 건지 여러 번 빨아 그런건지 입어서 옷이 닳으니 반갑다. 동네D에서 신는 신발을 운동화 하나로 정하고 줄창 그것만 신었다. 많이 헐었는데, 뒷창만 좀 더 닳으면 버릴만해질 것 같다. 새물건이 매일 시장에 쏱아져 나온다, 이미 비슷한 게 있어도 새롭다는 이유로 새로 산다. 새물건은 이 점이 좋고 저 점이 추가되었으니 좋습니다 사시오 하면 그럴사하게 들려 새로 나온 것을 산다. 새거가 좋은 경우가 많다. 그런데 옛날 거 버리고 새로 살만큼 좋지 않은 경우도 많다. 새거 좋다고 시장이 잡아끄는데로 따라가다가 시장에갇히기도 한다. 언젠가 쓸 일이 있겠지 해서 가지고 있던 것들을 다시 쓸 일은 점점 없어진다. 욕심에 새.. 더보기
우울증과 죽음 작은 애가 토요일 회식을 마치고 밤늦게 집에 왔다가 문상 간다고 나갔다. 내일 가는 게 어떠냐 했더니 직원 본인상이라 오늘가고 내일도 가야한다고 했다. 작은 아이는 신입사원 2년차에 들어가면서 비서실로 발령이 났다. 아이가 비서실 내 처음 인사하는 자리에서 사장이 "어느 교회 다니느냐?"고 묻기에 안 다닙니다 했더니 "우리 교회 다니라고 비서실로 보내 주셨구나" 하더라고 했다. 토요일 늦은 오후, 사장과 직원들 회식을 시작하려는데 직원의 딸로부터 "엄마가 자살하였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사장에게 직원의 자살을 보고하였고 회식은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한다. 내가 그 사람 딸이 몇 살이니? 하고 물으니 이제 대학에 들어간 듯 하다 했다. 그녀는 40대 후반의 과장인데, 연한이 다 .. 더보기
좋은 일이 생겼어요 지난 4월 10일 우연히 강물이 반짝이는 것을 보고 좋은 일이 생길 징조인가 보다, 좋은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는데, 지난 주, 좋은 결과를 받았다. 그리고 다시 강물 위로 빛이 떴다. 지난 주, 지난 한 달, 잘 했다고 축하한다는 표시인가보다. 몇 천만 인구를 놓고 생각해 보면, 인식은 늦고 사고는 천천히 변한다. 경제적 분배 체계가 악화되고 구조가 수직화 되고 많은 수의 중간층이 구조의 하단 말미로 밀려나게 되고 밥 먹던 가정이 밥을 굶게 되어도 자신은 구조에서 예외이고, 하단에 처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쟁을 힘겨워하고, 경쟁이 행복의 열쇠가 아니고, 극단적인 경쟁에서 누군가는 죽어 나가는 것을 알면서도 경쟁의 굴레에서 빠져나와 숨 쉴 여유를 줄 가치를 선택하지 않는다. 자신은 경쟁에.. 더보기
회복할 수 있을까? S 오랜 만에 그를 보고 놀랐다. 뺨이 패이도록 말라 큰 눈만 보였다. 머리는 벗겨져 몇 가닥만 남았고 덩치는 사라지고 등은 굽었다. 제대로 마주하지 않는 그의 눈은 불안정했다. 악수를 청하니 그는 망설이듯 손을 내밀었다. 굳은 그의 손 끝이 빠져나가듯 내 손을 스쳤다. 일류대학 출신인 그는 80년대 초 당시 대기업에 들어갔다. 내가 다니던 회사의 거래처였다. 내가 거래 담당들과 밥 먹을 때 그가 동석하기도 했다. 그가 외환과장이었을 때, 와환시장, 환율 동향에 대해 물으면 자기 부서가 네고 서류 처리하는 방법, 절차 등 업무 매뉴얼 이상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시키지 않으면 말하지 않는 타입이라 다른 화제를 꺼내도 이야기는 짧게 끝났다. 회사에 변화가 생기고 그는 30 중후반에 과장 달고 있다가 나왔.. 더보기
뭐가 저리 빛날까? 강물 위로 뭐가 저리 반짝일까? 금빛 물고기가 모였나? 매일 강을 바라보지만 저리도 빛이 모인 건 처음 본다. 좋은 일이 생길 징조일까? 내가 제일 바라는 좋은 일은 뭔가? 가장 바라는 일 하나를 뽑으라면... 글쎄... 그렇다, 한미FTA 없었던 일 되는 것. 안되면 숨긴 칼 끝에 묻은 毒같은 독소조항이라도 없애는 것. 한미 FTA 폐기 이게 제일 먼저 떠오르다니. 나도 참. 더보기
이제 졸업 큰 애가 한 달 계획잡고 유럽으로 여행을 떠났다. 지난 주말에 농담처럼 엄마, 어디 좀 갈거야 하기에 어딜? 하고 물었더니 멀리. 뭐하러? 하고 물었더니 자아를 찾으러 ㅋ 하기에 그래 찾아와 ㅋ 했는데, 일요일 짐 꾸리고 떠났다. 잔소리, 간섭, 태클, 질문 아뫃튼 여러 유형의 접근(?)을 방지하려고 티케팅 이틀 전까지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몇 달동안 진행해 왔던 프로젝트가 3월 초에 끝나면서 조용히 준비했던 모양이다. 아이가 휴가로 출장으로 여러 나라 다녔으나 늘 동행이 있었다. 행선지와 해야 할 일이 출발 전에 명백했다. 이번에는 혼자인데, 행선지, 어떻게 다닐 건지, 뭘 볼 건지, 계획을 잘 짰을까. 찾겠다는 건 비슷한 거라도 찾아올까. 20대 나홀로 여행객이 천지인데 잘 지내.. 더보기
강릉 나들이 조용한 3월 주말 아침, 서울서 3시간만 달리면 강릉에 도착하는구나. 여름이 아니라서 강릉이 한산한가? 점심을 먹기위해 잠깐 돌아본 거리는 조용하다. 모임 장소가 강릉에서 가장 큰 공연장 쯤 될터인데 행사가 드믈어서인지 행사가 있다해도 오가는 사람이 소수이어서 그런지 부근에 여러 명 들어가 좀 볼 품있게 먹을 식당이 없다. 일행 중 둘이 이집 저집 열고 영업하는지 물어보아야 했다. 결국 몇은 천정 낮은 중국집으로 가서 셀프서비스 해가며 짜장면을 먹었고 몇은 다른 밥집으로 나눠 들어가야 했다. 서울서는 바캉스 시즌에 강릉 오가는 길이 오래 걸린다는 것 말고는 지역發 뉴스를 듣지 못한다. 산업, 교통, 교육...헤아려 봐도 이거다 싶은 지역을 띄우는, 먹여살리는 산업이 없다. 일행 중 누군가가 이곳 인구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