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썸네일형 리스트형 춘천 나들이 청량리역에서 한시간에 한 번 있는 기차를 타고 젊은 시절 엠티의 메카 강촌, 대성리를 지나 기차가 종착하던 곳이 춘천이었다. 전철이 연결되니 이젠 춘천도 수도권(?)이다. 토요일 아침 상봉역은 엠티가려는 대학 새내기들과 등산복 차림의 나이든 사람들로 가득하다. 날이 맑고 바람이 산뜻했다. 놀러가기 좋은 날이다. 역에서 내려 택시를 기다리며 주변을 둘러본다. 역 앞은 키 작은 건물들, 그 옆은 하늘이 채운다. 역사는 몇년새 지어진 공공 건물들과 다를 바 없이 유리 마감에 키가 크다. 동동북쪽을 바라보고 섰으니 유리는 오전 햇빛을 반사할 거다. 옛 기차역은 폐쇄되었다고 한다. 새로 개통된 전철과 춘천을 기념하는 상징물이 보인다. 돌진하는 전철이 튀어나온 아래 속도가 불러일으키는 바람에 기우뚱한 황금소가 그 .. 더보기 시금치 때문에 요즘 정신을 어디다 놓았다 들었다 하고 있다. 시금치 나물도 있고 우거지도 무쳤고 콩나물도 무쳐놓았기에 비빔밥을 준비했다. 계란후라이가 다 되어갈 무렵 참기름 좀 넣어야지 하면서 병을 쭈욱 따랐다. 계란 후라이를 밥 위에 놓으면서 병을 보니 참기름 병이 아니라 꿀 담긴 병이었다. 병이 다른데 어째 꿀 병을 따랐을까. 애들 말로 이거 뭥미... 저녁에 난데없이 삐삐삐삐 소리가 났다. 전화기 소리도 집 밖에서 나는 소리도 아니다. 이 방 저 방 보니 침대 옆 자명종이 울리고 있었다. 저녁 7시 45분에 자명종 울리게 해 놓은 적이 없는데....하다가 생각났다. 아침에 일어나려고 엊그제 맞춰놓은 건데 오전 오후 구분에 무심했던 거였다. 하루에 몇 가지 일을 밖에서 보고 들어오면 피곤이 밀려온다. 지난 금요일,.. 더보기 터키 쉬린제 와인 쥬스 몇 년전에 터키서 사온 과일주를 땄다. 동네 와인이니 오래 둔다고 용 되는 것도 아니고 맛이 궁금하기도 했다. Blackberry 와인이다. 사전에는 검은 딸기로 되어있던데 딸기는 일년생이고 blackberry는 장미과의 관목이니 '딸기'는 잘못된 이름인 듯. 같은 장미과의 복분자가( Rasberry) 한가족 아닐까. 와인맛은 달고 시간의 풍미없이 단순해 딱 쥬스이다. 이게 포도가 아니라서 그런가, 동네 와인이라 그런가. 아니면 내가 쥬스를 사온 건가. 그리스와 터키는 서로 진저리를 치는 사이. 오스만 터키 시절 끌려온 그리스인들이 터어키인들을 피해 깊고 가파른 산 골짜기로 파고 들어왔다. 올리브를 비롯 여러가지 과일 나무를 가파른 산 언덕과 골짜기 가득 심고 과일로 술을 빚었다. 그들의 마을을 일구었다.. 더보기 그녀들의 관계 A는 B와 고등학교 시절부터 오래된 친구이다. 세 딸의 엄마인 A는 30년 동안 매일 시부모 세끼를 챙겼다. 젊어서는 남편이 벗는 양말이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두 손으로 받았고 남편이 밥 시간에 누릉지 먹겠다고 하면 밥을 눌여서 끓여냈다. 아이들 건사하고 어른들 식사 챙기는 일로 몇 친구와 통화할 뿐 동창, 친구 모임에는 나가 볼 흥미도 여유도 없었다. 친구들과 만나려면 시부모 양해를 구하고 아이들 끼니를 마련해 놓아야 했다. 친구들 얼굴 보는 빈도가 줄고 통화할 친구들도 줄었다. 30년 가까이 A의 화제는 가족이다. 큰애가 졸업했어, 둘째가 입학했어, 셋째가 감기야, 둘째가 시험을 망쳤다고 화 내... A는 자신이 아픈지, 기쁜지, 슬픈지, 뭐를 먹고 싶은지 어디를 가고 싶은지 그런 말 없다. 친구가 .. 더보기 지나가버린 시간 어머니 요양병원에 도착하니 점심 시간이다. 엄마도 다른 할머니들 처럼 비닐 턱받이를 두르고 침대위 받침대에 식판을 놓고 숟가락을 들고 계셨다. 턱받이 하고 식사하는 모습은 처음이다. 이제는 흘리시는 모양이다. 기력이 점점 쇠해가는 게 보인다. 얼굴은 기름기도 물기도 없고 작아젔다. 오늘은 나를 금방 알아본다. 이름이 뭐지 하고 물으니 이름도 맞춘다. 엄마, 아들이 몇? 하고 물으니 몰라...하고 만다. 당신이 모른다고 대답할 경우 스스로 실망이다 하는 표정이 스친다. 토막낸 잡채, 조각 조각 발라낸 생선, 채친 김치, 조그많게 썰은 시금치, 물김치 그리고 죽. 엄마는 토막낸 당면을 젓가락으로 잡는다. 몇 가닥 잡히지 않고 다 떨어진다. 죽에는 숟가락 자국이 없다. 죽과 잡채를 조금씩 떠 드린다. 입 속에.. 더보기 사랑은 미루면 안돼요 신호등 앞에 젊은 엄마와 서너 살 먹은 사내아이가 앞에 서있다. 엄마 손에 잡힌 아이는 가로수나 전봇대에 한 팔을 뻗고 엄마는 아이 다른 팔을 잡아 당긴다. 아이는 두리번 두리번 보고 싶은 게 많다. 궁금한 게 많을 나이의 아이를 손잡고 동네를 산책하던 때 생각이 난다. 큰 애가 두 세살 쯤이었을 때 눈이 많이 왔던 어느 날, 아이를 두껍게 입히고 내리는 눈을 맞으며 손을 잡고 골목 골목 눈 길을 걸었다. 눈 위를 처음 걸어보는 아이는 즐거워 하며 어디 가는 거야? 라고 물었다. 우리는 산책가는 거야 라고 했다. 미끄러 질 듯 중심 잡으며 아이는 저 앞으로 뛰어 가다가 다시 되돌아 오곤 했다. 그 날이 좋았는지 아이는 나가자, 우리. 어디 가자 한다. 어디를? 하고 물으면 이름을 생각하려 애쓰다가 책산가.. 더보기 그 남자의 가족 집 앞 사거리 오피스텔 관리실 앞을 늘 지키던 개가 겨우내 안보였다. 얼마 전 멀쩡하던 개가 지난 늦가을 뒷다리를 끌며 관리아저씨를 따라 다니기에 왜 저렇거 되었냐고 물었더니 차에 골반과 다리가 부러져 수술했고 이제 다리에 힘이 생겨 일어서려는 중이라고 했다. 아저씨는 "저 놈 이제 나이도 많고 해서 죽으려나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서 수술 시키니 어찌 어찌 회복 되나 봅니다. 지가 자꾸 일어서려고 힘을 주네요" 했다. 엊그제 지나가다가 관리아저씨를 만났다. 강아지가 안보이네요. ...갔어요.... 그래요? 저 번에는 다리 끌고 돌아다니더니... 힘 들었나 봐요. 결국 회복을 못하네요. 수술하고 고생했는데... 보내셨어요? 아뇨, 지가 갔어요. 나이도 많아요. 열 두살. 눈 도 안보이고. 아저씨 목소리가 .. 더보기 오래된 사진 오빠 생일 저녁 자리에서 조카가 오래 된 사진을 준다. 증조부 삼형제 사진과 할아버지의 황성 기독 청년회 학관 중학과 제3회 졸업생 기념 사진이다. 삼형제 사진 뒤로 보이는 잘 생긴 소나무와 저택의 지붕이 보이는 장소는 짐작되지만 확인은 안돼었다. 앞의 세 분 삼형제 중 누군가의 승진(?)기념 사진이 아닐까 싶다. 맏 형은 전주감영 府尹(관찰사와 동격)을, 둘 째는 고종 11년 1874년 부터 벼슬을 시작, 형조판서, 전라 감찰사를 지냈다. 막내는 고종 말, 牧使 등 정3품 통정대부를 지냈다. 상을 받기도 했고 윗 자리로 加資되기도 했고 지역민의 원성으로 遠惡한 지역으로 발령나기도 했다. 증조부가 지역민의 원성을 받았다는 기록을 읽으니 매우 부끄럽다. 조선 말, 고종 중후기 나라는 어지러웠지만 그래도 감.. 더보기 가족 모임 설날 저녁 먹고 돌아서니 오빠 생일이다. 저녁을 함께 하기로 했다. 다섯시 저녁 시간이 좀 이르다 싶었지만 식당에 도착하니 나이 많은 순으로(?) 도착한 듯 룸은 안쪽부터 채워져 있었다. 내가 온 뒤로 동생 내외가 왔고 그 뒤 조카들이 왔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약속 시간보다 일찍 온다. 이거슨 진리다. 젊어 활동이 왕성하던 때, 친구들 모임 시간이 7시면, 시간에 맞추는 친구들 반, 늦겠다거나 2차에 합류하겠다거나 하는 친구들 반이었다. 그 친구들이 이제는 6시로 시간을 당겼다.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오라고 재촉하기도 한다. 동생은 형들과 술마시는 테이블에 가 앉았고 나는 안쪽으로 들어오라는 걸 마다하고 룸 입구 조카들 사이에 앉았다. 취업하고 입학하는 조카들 이야기에 덕담과 코치(?)를 하.. 더보기 설날 저녁 차례를 신정에 지내니 설이라 해도 특별히 준비할 게 없다. 구정에 하던 식사는 막내네가 여행간다기에 이번에는 모이지 않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어머니는 병원에서 설을 보내게 되었다. 칼 날 같이 날카로웠던 날씨가 그럭 저럭 풀려 어머니를 모셔와 며칠 지낼까 생각하였지만 좀 겁이 났다. 어머니 뒤를 처리하고 씻기는 일은 식구들 힘으로 어찌 하겠지만 식사 때마다 침대에서 일으키고 눕히는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흘이니까 닷새니까 하고 단거리 달리기 스펏트 하듯 할 수야 있겠지만... 지난 여름 생신때 의자에 앉으시더니 이제는 일어나 앉지 않으려 할 정도로 기력이 빠지고 당신이 누구를 마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이 집에서 보낼 수 있는 마지막 설이 될라나, 그러니 모셔 올까 그런데 모실 수 있을까 ..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7 8 ··· 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