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기위해 잠깐 돌아본 거리는 조용하다. 모임 장소가 강릉에서 가장 큰 공연장 쯤 될터인데 행사가 드믈어서인지 행사가 있다해도 오가는 사람이 소수이어서 그런지 부근에 여러 명 들어가 좀 볼 품있게 먹을 식당이 없다. 일행 중 둘이 이집 저집 열고 영업하는지 물어보아야 했다. 결국 몇은 천정 낮은 중국집으로 가서 셀프서비스 해가며 짜장면을 먹었고 몇은 다른 밥집으로 나눠 들어가야 했다. 서울서는 바캉스 시즌에 강릉 오가는 길이 오래 걸린다는 것 말고는 지역發 뉴스를 듣지 못한다. 산업, 교통, 교육...헤아려 봐도 이거다 싶은 지역을 띄우는, 먹여살리는 산업이 없다. 일행 중 누군가가 이곳 인구가 줄고 있다고 한다. 소외된 지역을 어떻게 무엇으로 먹고살게 할 것인가 하는게 큰 숙제다 싶다. 그건 그렇고....
돌아오는 길에 차를 잠깐 세우고 몇은 초당 두부를 먹고 몇은 허균, 허난설헌 생가를 돌아보았다.
바다 쪽을 가리는 소나무 병풍이 둘러 선 가운데 생가가 서 있었다. 주변의 소나무 숲이 높고 빽빽했다. 숲을 지나면 바다가 보인다. 그 사이로 해가 진다. 마당 한가운데 서면 동남쪽에서 오르고 서북쪽으로 지는 해를 바다 위로 볼 수 있을 듯 하다.
세번의 파직을 겪었지만 30년 높은 관직을 두루 거치고 동인의 영수였던 초당 1517(중종 12)~1580(선조 13) 과 슬하 허 균, 허 난설헌 허 성,허 봉 자식 넷이 모두 문사로 이름을 날렸다. 지방 명문가이며 여러 자식이 높은 자리에 올랐는데 허균, 허난설헌이 태어난 집은 규모가 작았다. 한 칸 짜리 행랑채와 창고가 붙은 일각대문 앞 두 칸짜리 본채 한 동이 전부이다. 그는 청렴결백하여 청백리로 녹선錄選되었다. 벼슬 자리와 인물 수에 차이가 있지만 지난 겨울 가 본 춘양 안동권씨 권 벌의 생가, 청암정, 그 앞에 그 가문에 부속되었을 농지 넓이 등 규모에 큰 차이가 난다. 허 균과 형 허 성 모두 선조와 광해의 신임으로 높은 지위에 올랐으나 아마도 허균이 역모를 했다는 이이첨의 모함으로 사약을 받고 조선시대에 복권이 되지 않은 이유로 그 후대를 받추어주는 힘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詩碑 공원
집 앞 우물.
본채.
본채 뒷마당
부엌 벽에 쌓아놓은 소나무. 솔향이 짙었다. 피튼치드 온 몸에 배도록 들이 마셨다.
허 균은 천재를 타고 났으며 인간 본성에 대해 유교적 억압을 거부하고 자유로운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듯 하다. 서출인 형의 친구로 부터 시를 배웠고 형의 친구인 사명당을 만났다. 유교사회였으나 허 균은 불경, 도교를 접하고 많은 책을 읽고 글을 썼다. 두보를 공부하고 스님들과 사귀었다. 유교 시대라 불교를 공부하고 스님과 어울리고 佛事를 보는 것이 흠이고 벼슬 자리에 탄핵받을 일이 되었다. 적출, 서출을 가리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렸다. 그는 그와 어울리던 유능한 젊은이들이 서출이라는 이유만으로 등용되지 않고 신분사회의 아웃사이더로 버려지는 것을 보았다. 신분 상승에 불리한 공부와 교류일 지라도 그는 자신의 탐구심과 흥미를 따랐다. 그는 서출을 차별하는 것에 반대했다. 영특하고 문학적 재능이 뛰어난 누이 난설헌이 있었던 것, 누이의 사후 시를 모아 문집을 만들고 중국에 소개하였던 것으로 보아 또한 시쓰는 기생 매창과 10년을 서신을 통하여 사랑을 주고 받던 것으로 보아 여성에 대한 이해도 남달랐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 개념으로 보면 그건 인권, 평등권에 대한 인식이다. 출신이 신분을 결정하는 닫혀있는 유교적 가치 체계에 변혁을 추구한 개혁적 문학가이며 문신이라고 생각된다.
경직된 규범사회에서 무엇이 열린 허 균을 탄생시켰을까. 또는 어떻게 하면 허 균같은 새로운 안목이 활발한 사회가 될까.... 개혁적 아이디어의 사회의 집합적 수용 속도는 어떻게 결정되는 것인가... 중동의 속도, 지진과 원전 재난을 통해 드러난 일본의 다이나믹스의 일방향성 - 티미한 정치권력에 유도되는 일본사회의 遲進t性(retarded) - 은 왜 그런가? 강릉서 돌아오는 길, 방향없이 생각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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