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썸네일형 리스트형 우리 동네에는 흙이 없어 걸을 만한 곳이 없는 게 참 갑갑하다고 하면 배부른 소리가 되나... 이사짐은 창고에 넣었고 나와 작은 애와 철수는 오빠네 집에 묵게 되었다. 이 집은 아침에도 밥과 국을 먹는다. 조카가 출근하기 전에 작은 애가 나서는데, 집에서 안먹거나 오트밀정도 먹던 아이에게 올케는 아침을 챙겨준다. 토스트에서 샌드위치로 어제는 김밥을 말아놓았다. 아이는 그런 대접을 받더니 엄마, 엄마는 혹시 계모야? 하고 묻는다. 조카 출근 시간에 맞춰 밥상이 차려지는데 자겠다고 하면 먹고 자라고 한다. 사람만 챙기는 게 아니다. 그 집 강아지는 하루 종일 주는대로 받아먹어 비대하다. 철수도 덩달아 하루 종일 군것질이다. 철수는 이제 아이들 외숙모를 더 따른다. 그래서 나는 철수에게도 계모가 되었다. 이른 저녁을 먹고 설겆이를 거.. 더보기 올케 일요일 아침, 모처럼 함께 식탁에 둘러 앉는다. 새 김치통을 헐고, 냉동되어있었던 신정때의 전들을 덥히고... -어, 이 김치 맛있다. 웬 거야? -외숙모네 김장 김치야. -이 전도 외숙모네 건데. -의존도가 높네. 엄아 너무 삥 뜯는 거 아냐? -아냐, 엄마가 외숙모에게 얼마나 잘한다구. 내일 갈치하고 조기하고 와인하고 가져다 드릴 거야. -그거 다 원재료네 뭐. 원재료 상납 형식을 취하며 반찬 삥 뜯어 ㅋㅋㅋ -내일 또 간다고? 그거슨 반찬 셔틀 ㅋㅋㅋ -셔틀하면 일진 아이들 ㅋㅋㅋ 역시 엄마는 일진 ㅋㅋ -내일 노페(노스 페이스) 쟘바 입고 가. 어깨 넓고 빵실한 거로. 내 꺼 입고 가 엄마. -신발은 삼선 쓰렛빠로 신으시고 ㅋㅋㅋ 올케는 음식 솜씨가 좋고 일이 빠르다. 내가 한가지를 가지고 끙끙거.. 더보기 부엌 정리 짐을 줄여보자... 옷도 구두도 가방도 많이 나눠주었다. 에어컨 없이 살기로 마음 먹었고 오는 집 가는 집이 모두 실내기, 실외기, 분리, 설치하는 게 바보스럽고 번잡해서 에어컨은 놔두고 가기로 했다. 가구도 달라면 당장 줄 마음 항상 있는데, 음식물은 그게 잘 안된다. 음식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음식 솜씨에 자신없어 권하지 못하고 나누는게 익숙하지 않는 거, 음식 만들기가 쉽게 않은 마음속 요리 진입 턱 그런 심리가 있을 거다. 책도 버리는 게 잘 안된다. 언젠가 여유롭게 읽을 거라는 생각과 허영과 과시가 섞여서 그럴 거다. 그래도 줄여보자. 부엌 정리. 냉장고를 뒤지다보니 묵은 반죽이 나온다. 작은 아이가 예전에 반죽해 놓고 잊은 쿠키 반죽. 버릴까 하다가 그릴에 넣고 재미로 구웠다. 좀 늦게 꺼냈.. 더보기 마음의 이삿짐 아침에 눈을 뜬다. 햇살이 사선으로 방에 들어와 내 눈 뜨기를 내려다 보고 있다. 아침부터 따스한 노란 색. 내 몸이 집에 감싸인 듯 포근하고 부드럽다. 밖은 영하. 강물이 푸른빛 냉기를 쏘아올린다. 밤 섬 가장자리에 하얗게 입김이 얼어 붙었다. 아침 일찍 뜬 해가 서쪽 끝 한강 하구로 내려 갈 때까지 거실 깊이 해가 들어 늘 환하고 명랑한 이 집. 눈이 오면 창 밖이 온통 조용한 회색. 흩날리는 눈 바라보다 간 데를 잃고 나면 밖은 묵음. 하늘이 깨질듯 차가운 차가운 날씨에도 안에서는 병아리털같이 노란 햇빛에 따뜻하고 편안하다. 화분에 올라온 새싹이 봄이 오기전에 봄을 알린다. 여름에는 창으로 쏱아지는 열기와 작은 창때문에 답답하고 괴로웠으나 여름을 몇 해 보내면서 防暑방법도 생겼다. 블라인드, 중문,.. 더보기 우리는 언제 늙었나 친구 어머니 별세 소식에 문상 다녀왔다. 가벼운 치매의 어머니를 동생이 모셨었다. 제수가 힘들어했다.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신 얼마 후 제수의 암이 발견되었고 제수는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는 작은 며느리 앓는 것도 죽음도 모르고 집에 오고 싶어하다가 별세했다. 마음이 무거운 시간이 끝나서인지 친구는 상심중에도 편안해 보였다. 시간만 다를 뿐 누구나 고아가 될 운명인 줄 아니 어른들이 세상을 떠나는 일로 우리가 극히 상심하지는 않는다. 천수를 누리다 편히 가셨다고 웃는 장례식도 있고 현실의 짐을 내려놓았으니 맘 편히 먹으라 위로하고픈 경우도 있다. 오랜만에 보게된 친구들 과 둘러 앉아 얼굴을 보다가 서로 언제 가장 많이 늙은 거 같으냐고 물었다. 근 40년을 봐오던 친구들이니 늙는 거 피는 거 본인보다 잘 .. 더보기 손빨래 단상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보니 흰색 발목양말이 많다. 세탁기 안에서 둥둥 떠 놀다나왔는지 양말바닥이 검다. 발목 양말들만 모아서 손빨래를 한다. 고무줄이 늘어나 신고 걸으면 흘러내려 발가락 쪽으로 모이는 양말도 있다. 골라 버릴까 하다 생긴게 멀쩡하고 세탁기 돌린 게 아까워 마져 빤다. 오랜 만에 비누를 양말에 문대고 바닥에 치댄다. 향수마져 일으키는 자세. 치대다 생각한다. 대충 신다 버리잖고 이까짓거 뭐하러 빨까. 그럼서 그냥 치댄다. 양말은 회색 거품을 내며 제 색으로 돌아온다. 상쾌하다. 아이 방 휴지통을 비운다. 스타킹 몇개가 버려졌다. 손으로 흩어본다. 손톱 끝에 걸려 가볍게 올 틴게 있을 뿐 터지지않았다. 이런 걸 버리다니...손빨래거리에 얹는다. 어제 온 택배상자가 뜯겨져 있다. 상자 속에는 .. 더보기 저녁 나들이 나도 아이도 각자 이유로 스트레스 받고 있었고 아이는 집안에 무심했고 나는 피곤해하는 아이에게 야단을 쳤다. 며칠간 서로 말 안거는 불편한 상태. 말 안하던 작은 애가 요즘 핫한 식당에서 저녁을 내겠다 했다. 친지들과 가는 식당이나 술집도 친소와 분위기에 따라 몇군대로 정해져 있고 가족 모임에도 몇가지 타입이 있다. 그 유형을 벗어나는 곳은 목적한 바 비지니스가 없다면 큰 맘 먹어야 가게 된다. 새로운 식당 찾아다니는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니 이른바 뜨는 식당, 패션식당을 갈 일이 없다. 가던 데 가서 먹던 거 먹는 스타일이지만 누가 새로운 식당가자고 하면 좋다고 따라나선다. 이번에는 몰라서 따라 나섰다. 언제 생겼는지, 성수대교 내려 큰 길가. 마당있는 3층 건물. 식당 입구 부터 세련되고 멋드러진다... 더보기 스티브 잡스, 고맙소 나는 스티브 잡스의 비젼과 실행력을 존경했다. 그는 상상을 모든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현실로 만들었다. 멀고 딱딱하고 무거운 IT를 누구나 매일 신는 신발처럼 편하고 가깝게 만들었다. 소수의 것이었던 컴퓨터를 누구나 손에 쥐고 목에 걸 수 있게 만들었다. 자동차가 우리를 어디고 데리고 가듯 우아하고 날렵한 맥은 세계 어디라도 우리 앞에 펼친다. 사람들은 빠르고 쉽게 모든 것에 가까이 갈 수 있게 되었다. 스티브 잡스는 컴퓨터, MP3, 핸드폰을 개혁했다. 그의 방식은 IT생태계를 키웠고 삶을, 문화를, 역사 흐름의 속도를 바꿨다. 지구 위 오지 이곳 저곳에서 사람들을 깨우고 이어주고 움직이게 하여 중동의 민주주의를 이끌어 낸 것은 아이폰이다. 그것은 단순히 전화기를 넘어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길이 되었.. 더보기 가을날 오후 공원에서 가을볓 쬐려고 유부초밥을 만들었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지 살짝 열어놓은 창문 사이로 쉰 목소리 내며 바람이 들어온다. 뒷베란다 창문을 여니 찬 바람이 훅 끼친다. 잔듸에 깔개 펴놓고 하늘을 누워 올려다 보기에는 쌀쌀한 듯. 엊그제 오후 짙은 금색 햇빛이 오늘 조금 연해지고 푸른 빛이 도는 듯 하다. 빛이 연해지니 냉기가 살짝 느껴진다. 철수는 베란다에서 철 지난 일광욕 하며 낮잠을 즐기고 있다. 베란다에 떨어진 낙엽을 모아 비닐봉투에 담고 누렇게 말라 축 늘어진 여름 잡초들을 걷어 내고 죽은 가지가 떨구는 로즈마리 바늘잎을 쓸어 담고 어지러이 엉킨 가지들을 잘라냈다. 몸 가벼이 가을 보내고 겨울 채비 하라고. 봄부터 여름내내 별사탕같은 분홍색 작은 꽃을 피우던 이름 모르는 꽃 넝쿨은 뿌리만 남기.. 더보기 가정식 브런치 모처럼 식탁에 함께 앉을 수 있는 일요일 아침. 느즈막히 일어나서는 브런치 약속이 있다나. 개콘의 남하당 당수처럼 여자가 브런치 간다는 거 자체가 문젭니다 문제. 누구는 새벽에 나가고 누구는 브런치 가고 그럼 소는 누가 키우나 소는.... 할 수도 없고. 약속을 점심이나 저녁으로 바꾸지 그러니? 핫케익에 시럽 뿌려먹는 브런치보다 맛있고 실속있는 가정식 브런치 차려 줄께,,, 하면서 잽싸게 차린 아침상. 아침부터 생선 구이라니 할라나 싶었지만 그래도 갈치 굽고 명란젓에 나물에 사골 곰국. 정말 가정적인 가정식 브런치이구만. 더보기 이전 1 2 3 4 5 ··· 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