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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쓰레기통 뒤지는 사람들 2009/11/25 02:29 자정쯤 밤 산책을 나섰다. 홍대 근처는 밥집, 술집,카페가 많아많아 젊은이들이 밤 깊도록 거리를 채우고 새벽에 날이 진다. 나는 카페안에 앉아있는 사람들, 늦도록 장사하는 옷가게를 구경하며 천천히 걸었다. 쓰레기 가득찬 큰 비닐 봉투들이 불 꺼진 음식점 문 밖에 놓여있다. 자전거 탄 아주머니가 내 옆을 지나갔다. 그녀는 어둠 속 쓰레기 봉투앞에 잠시 멈추었다. 그녀는 쓰레기 봉투를 얌전히 조용히 열어 그 안에서 무엇인가 꺼내어 자전거 옆에 걸린 자루에 옮겨 넣는다. 가까이 보니 찌그러진 알미늄 음료수 캔과 유리 병들이었다. 모자를 눌러쓴 그녀는 차림이 깔끔하고 자전거도 낡지 않았다. 여느 가정집 아주머니로 보였다. 자전거 양쪽에 걸린 자루만 때 얼룩에 칙칙했다. 걷다가 주차.. 더보기
빵집 남자 2009/11/10 02:08 동네에 지하철 한 정류장 간격으로 에펠탑 푸른 간판을 단 빵집이 둘있다. 두 집 다 남자가 주인인데, 둘 다 오십은 넘은 듯하고 육십은 안된듯 하다.. 한 집은 손님이 이어지는 편이어서 돈을 내기위해 두 세 명쯤이 기다려야하기도 한다. 오전에 보면 그 집 주인 남자는 빵집 앞 나무 데크 위를 쓸고 있거나 그 위에 야외 테이블과 의자를 내놓고 파라솔을 펴고 있다. 가로수가 빵집 앞에 있어있어 요새같으면 낙옆도 꽤 날리는데, 그는 보도에 흘어져있는 나무잎을 쓸어담는다. 한가한 시간에는 시간에는 파라솔에 앉아 담배도 피우고 친구로 보이는 사람과 차를 마시기도 한다. 밤에 의자 들여놓고 파라솔 접는 것도 주인 남자. 매장에 2-3명의 알바 여성들이 돈 계산과 빵 정리를 하다가 "사.. 더보기
가을 저녁 바람 2009/11/10 02:05 비온 뒤 가을 저녁 바람이 선뜻하다. 습기 머금어 찹차부리한 공기를 흠뻑 들이킨다. 바람 속에 달콤하고 따끈한 붕어빵 냄새 난다. 주변에 붕어빵 없는데, 가을 공기마시니 기억 속 가을 냄새, 따라 오는가보다. 더보기
십년 만에 폈어요 2009/11/04 00:46 10년 전에 친구가 선물한 난이다. 그 동안 많은 새 촉이 나고 죽고 하였지만 꽃대는 한번도 올라온 적이 없었다. 꽃 피는 거 잊은 난인가 하였다. 며칠 전 창 밖을 보니 문득 꽃이 피어있었다. 닫힌 유리문을 여니 향기가 황훌하다. 뿌리가 십년을 공들여 핀 꽃이로구나. 무슨 좋은 일이 생기려나보다 하고 사진 몇 장 박아두었다. 신기하게, 난은 꼭 사람 없을 때 피고 조용할 때 더 향기를 뿜는다. 더보기
그 입을 다물라! 2009/11/19 22:36 참, 입 한 번 열면 일파만파, 사고도 대형사고 친다. 제발 그 주둥이를 다물라! 낮에 티브이를 켜니 한미 대통령 공동 기자 회견의 끝, 미국 여기자가 질문한다. 한미 대통령 회담 끝에 왜 이란 핵 이야기가 나오는 지는 궁금해 할 것도 없지만, 암튼 여기자가 오바마에게는 이란 핵에 대해 어쩔거냐, 이명박에게는 자동차에 대해 재협상하여 ,fta 비준을비준을 이끌어 낼 것이냐는 매우 실제적이고 핀으로 집은 듯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 명박, 국익 확보를 위한 공세적이며 외교적으로 매끄러운 답변은 커녕, 자동차 산업에 국한된 방어적인 답변도 못할 인물이기에 무슨 빌미를 줄지 아슬아슬한 기분에 내 몸이 굳었다. 오바마의 미끄럽고 뚜렷한 답변 - 이.. 더보기
마지막 성묘2 2009/10/11 02:26 어렸을 때, 한식, 추석때 성묘가는 것은 우리 형제, 사촌들에게 큰 소풍이였다. 시내를 통과하여 무악재, 갈현동 언덕지나면 좌우 길 모습이 내 사는사는 동네와 다르고 구파발을 지나면서는 논 밭이 펼쳐져 좋은 계절에 가족 나들이 나선듯 들떴다. 삼송리에서 좌회전을 하면 한적한 농촌이 푸근했고 추석때 일기가 좀 차가우면 어쩐지 돌아오는 길에 어린 마음이 멜랑꼴리해지기도 했다. 서울내기에게 있지도 않은 고향에 다니러 오가는 기분일까. 선산은 삼송리에서 일산가는 큰 길 우측 어디선가에서 부터 농협(농업)대학 앞 까지이다. 큰 길에서 오른 쪽으로쪽으로 좀 들어 올라가면 제법 큰 기와집이 있었는데, 선산 산지기 집이었다. 시제때시제때 그 집에서는 떡과 과일등을 준비해놓고 아버지 형제들.. 더보기
마지막 성묘 1 2009/10/10 23:23 아버지는 경기도 고양의 선산에 누워계신다. 할아버지, 할머니, 증조할아버지, 그 윗분들도 거기 계시다. 아버지, 할아버지가 누워계신 선산은 토지개발공사에 수용되었다. 토지개발공사는 삼송리 지나 고양 원흥 일대에 대규모로 아파트를 짓는단다. 동네에 있었던 집들은 멸실되었고 옛 길만 흐리하게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건설예정지 도로를 따라 공사터를 알리는 담이 세워지고 그 담에 수많은 건설회사들의 광고가 어지럽게 그려져 있었다. 어머니는 쇠약해져서 모기와 날벌레 많은 산을 다녀오가는게 무리이기도 했지만 치매가 와서 성묘할 수 없었다. 이번 추석은 그곳에서의 마지막 성묘라서 어머니 모시고 형제,며느리, 조카들이 모두 모였다. 어머니는 96세이다. 어머니는 우리 6남매중 첫째, 둘째.. 더보기
취업고시 2 2009/10/22 17:28 작은 아이가 지원하는 회사중 하나는 지원자가 서울 거주자일 경우, 지원자가 직접 지원서를 접수시켜야한다고한다. 토요일 정오까지 접수를 받는다는데, 아이는 금요일 등교시 원서를 가지고 나가지 않았고, 토요일 접수는 어쩐지 불리할 듯하니 원서를 학교로 가져다달라고 한다. 회사가 광화문에 있으니 광화문에서 만나자고 하니 동기들과 점검할 수 있도록 학교로 가져다 달라고 한다. 에구.... 별수없이 서류를 학교에 가져다 주었으나, 아이는 그날 접수하지 않고 그냥 들고 왔다. 해서 토요일 아침에 광화문에 있는 회사에 제출하여야하는데 같은 날 다른 회사 필기시험이 동국대에서 있다고 한다. 접수 시작 8시, 동국대에 8시 30분까지 입실....취업난에 한 회사만 시도하고 말 처지가 아니고.. 더보기
취업고시 2009/10/10 17:08 작은 애가 대학 4학년 2학기다. 수강학점이 이전 학기에 비해비해 적고 시험시기도 아닌데 매일 밤 늦도록 학교에 있어 얼굴보기 어렵다. 집에서도집에서도 방문닫고 자정을 훌쩍 넘기도록 컴터 두두리고 있다. 주말에도 어딘가 아침아침 일찍 나간다. 뭐하냐니까 자기 지원회사들에 제출할 자기소개서 쓰고 회사별회사별 시험, 면접 준비한단다. 농담삼아, 그거 자애로운 어머니와 엄격한엄격한 아버지사이에 일남일녀로 태어나 열정에 가득차 도전을 즐기고 배움을 깊이하여 국가에 충성하고충성하고 사회에 이바지하렵니다 라고 쓰면 되는거 아니냐니 방문 닫고 나가달란다. 오늘 중으로중으로 마무리해서 어느 회사 제출해야하고 내일은 또 다른 회사에 보낼것을 작성해야한단다. 회사별로회사별로 질문과 작성요령이.. 더보기
썩지않는 바나나 2009/09/13 03:09 바나나 한송이를 사나흘이 가도록 끝내지 못하여 냉장고 넣었다. 냉해에 껍질이 검게 변하였다. 검게 변한 것을 처음 보았기에 어찌 되는가 궁금해서 그냥 놔두었다. 같은 날 사온 오이는 상하기 시작하는데 바나나는 속 살이 물러질 뿐 껍질이 상하는 기미가 없다. 좀 더 두고 보자 싶어 놔두었다. 그사이 오이는 살이 무르고 겉이 썩어서 버려야 했다. 쓰고 남은 호박도 냉장고 안에서 마르며 물러지며 상하기 시작하였다. 한달이 넘었다. 몸이 단단한 고추도 끝이 썩어 골라 버려야 했는데, 바나나 속살은 무르다 못해 녹은 아이스크림처럼 흘러내릴듯하지만 껍질은 늙은이 뱃가죽처럼 물기 빠져 얇아졌을 뿐 매끈하니 곰팡이 하나 안피고 부패 기미가 안보인다. 바나나 썩기를 기다리다 바나나 미이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