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썸네일형 리스트형 아들이 사준 삼계탕 2010/07/21 23:27 복날 줄서서 닭 먹을 생각은 없었고, 그냥 지나가기는 섭섭하고 해서, 복날 다음날 큰 애보고 삼계탕 먹으러 가자니까, 난 어제 먹었어....하고 만다. 약간 실망. 엄마, 먹고 싶어? 하고 물을 줄 모르는 거는 타인에 대한 관심이 없음을. 오늘 말고 딴 날 먹자던지, 그거 말고 딴 거는 어떻냐던지 하는 제안을 할 줄 모르는 거는 타인의 요구와 내 상황과의 타협 능력이 부족함을 말하는 거렸다. 어떻게 가르친다? 나이 들면 저절로 되려나? 근데 그때는 장가가서 제 처에게 할 거 아닌가. 나는 지금 엄마 먹고 싶냐고 물을 줄 아는 아들을 원하는데. 나, 한 여름에 땀흘리고 단백질 부족에 시달린다고 했더니, 그럼 먹으러 나가잔다. 엘리베이터 기다리면서 보니 아들 손이 빈 손이다. .. 더보기 아이들에게 받은 꽃 2010/05/24 23:14 한 20일 되니 꽃잎이 마르고 잎이 떨어진다. 사진 속으로 꽃을 옮긴다. 화분은 신입사원 된 작은 놈이 집으로 보낸거고, 꽃 바구니는 큰 놈이 사온거다. 나는 일년 내내 딱히 기다리는 날이 없다. 어릴 때 사촌들과사촌들과 노는 재미로 추석을 기다리고 설을 기다렸는데, 오후 되면 북적이던 아이들이 모두 흩어지고, 특히 추석날 저녁은 가을 날씨에 어린 마음이 쓸쓸하기도 했다. 크리스마스는 기다린 적 없고, 내 생일도 기다린 적 없다. 보나스 나오는 날을 기다렸던가? 그런데 아이들이 커가면서 카네이션을 기다린다. 몇년 전부터 아이들이 어버이날, 내 생일에 식당 예약하고 저녁을 샀다. 그런 줄 알고 기다리지만, 전 날까지 아무 귀뜸 없고 대개 당일 날 오후에 식당 예약했다고 알려준.. 더보기 화장실 휴지로 본 경제력 2010/04/22 20:11 규모나 가격이 좀 되는 식당, 커피숍은 식당 이름이 인쇄된 종이종이 냅킨을 내놓는다. 무릎에 까는 큰 거를 주기도 하고 식탁 티슈만 있는있는 경우도 있다. 좀 구질스러워 보일테지만 나는 휴지가 아까워서 내가 쓴 무릎무릎 냅킨과 입 한 번 닦고 접어 둔 티슈는 슬쩍 접어서 주머니에주머니에 넣는다. 가족들과 식사했을 경우, 써서 구겨졌지만 깨끗한 냅킨은 모두 내 주머니주머니 행이다. 사용하지 않은 냅킨은 제자리에 얌전히 쌓아놓는다. 웨이터가 깨끗한 냅킨을 듬뿍듬뿍 집어 식탁을 한 번 쓱 흩고 버리면 너무 헤프고 아까운 생각이생각이 든다. 만원 이짝 저짝이면 곽티슈 몇 통을 살 수 있으니, 한한 번 식사에 쓰고 버리는 휴지 비용은 큰 돈이 아니다. 그래도~~ 나의나의 쓴 휴지 다.. 더보기 길들여 진다는 것 2 2010/04/05 19:34 90년대에 필리핀을 드나들 일이 많았다. 대개 마닐라와 주변주변 도시였는데, 도시는 매연과 쓰레기에 찌들었고 변두리는 쓰레기에 덮이고 좁은 강, 개울물은 검게 썩어 고여 있었다. 마닐라의 삐까번쩍한 고층건물들 사이사이에 있는 고급 호텔을 드나들다 보면 그곳 부유층의 결혼식을 곁눈으로 보게 된다. 결혼식장의 화려함, 하객들의하객들의 차림이 엄청나다. 그들을 태우고 온 차를 보면 세상의 돈은 다 그곳에 모인 듯하다. 기사, 도어맨들의 상전과 고객에 대한 깍듯함은 고용되어 서비스하는 자의 그것이 아니라 master와 servant의 상하관계처럼 보인다. 그러나 에어컨이 싱싱 돌아가는 호텔을 벗어나 검은 선팅 번쩍이는 차들이 달리는 마닐라 거리에는 회색 매연 속에속에 찌들은 마스크.. 더보기 길들여 진다는 것 1 2010/04/03 00:46 겨울 찬 바람을 쐬면 눈물이 났다. 미루다가 안과에 다녀왔다. 눈 찌르는 속눈썹을 몇 개 뽑히고 물약을 받아왔다. 재작년에 왼 쪽 눈에 먼지가 어른거려 검진 받았더니 혼탁이 생긴 거라 했다. 오늘 갔던 병원에서는 오른 쪽에 혼탁이 더 있다고 한다. 내가 왼 쪽의 혼탁은 알고 있었지만 오른 쪽은 몰랐다고 했더니 의사 말이 왼 쪽은 갑자기 진하게 생겨서 느꼈지만 오른 쪽은 서서히 진행되었기에 눈이 익숙해졌기 때문이라 한다. 갑자기 생긴 것은 인식했는데 서서히 다가온 것은 더 중해도 모르고 있었다니. 종이가 물에 젖듯 서서히 온 변화를 인식하지 못했던, 그러니까 인식해야 할 때 인식하지 못하면 때를 놓치는거다. 오는 길에 택시를 탔다. 기사가 천안함 사고에 대해 말을 꺼내더니 화.. 더보기 닦고 조이고 기름쳐야되나 오디오를 몇 년간 놓여있던 자리에서 살짝 옮겼다. 케이블을 뺐다가 다시 꽂았는데 스피커가 윙윙 울린다. 스피커 케이블을 바꿔보고 단자 연결을 다시 해보지만 잡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내 부탁에 큰 애가 조금 만지더니, 너무너무 오래된 거라서....하며 손을 뗀다. QUAD 405에 JBL4312. 오래되긴 했지만 옮기기 전엔 부드럽고 따뜻하고 힘찬 소리를 내던 거다. 섬세하고 화려한 연주에 침이 꼴깍 넘어가는 연주회의 긴장을 전하기도 하고 부드러운 중음 저음의 출렁임이 재즈바의 담배연기를 풍기기도 하고 감은 눈 위로 스르르 깃털같은 낮잠을 놓아주기도 했다. 적벽돌 한장 크기의 프리앰프와 담장 쌓는 블럭 한 장만한 파워앰프는 생김새도 수수하고 편안하다. 내가 마음 변하지 않는 한 내 옆에 있을 오래된 친구같.. 더보기 아들의 초코렛 2010/03/14 22:13 공원 산책하려고 모자를 찾으니 마땅한 게 없다. 봄기운이 퍼지는 오늘 같은 날엔 겨울 바람 막으려고 쓰고 다니던 모자는 좀 두껍다. 야구 모자 찾으려고 아들 방을 둘러보았다. 이것 저것 써보지만 내 얼굴에 척 어울리는 맛이 없다. 딴 거 뭐가 있을 라나...?하면서 평소 안 열던 옷장을 열었다. 예쁜 쇼핑백이 옷 장 가운데 얌전히 놓여있다.. 뭐지...? 내 생일은 아직 멀었는데...아니, 이런 예쁜 상자가 다 있나....? 난 포장은 별로 신경 안 쓰는데... ㅎㅎㅎ 궁금해 열어보니 초콜릿을 담았던 상자들이다. 몇 개 남아있다 . 맵시 있고 공들여 만든 초콜릿 알들은 화려하다. 아주 공들여 상자를 선택하고 초콜릿을 골라 담은 거 같다. 그러고 보니 몇 주 전에 아이가 예쁜.. 더보기 명절 유감 2010/02/27 06:19 2월이 끝나간다. 이번 달에는 설이 들었고, 가족이 모였고 , 아주머니들의 부엌시간이 길었고, 맛있는 음식이 있었고, 세배 돈이 돌았다. 우리 집 설, 추석은 여자들의, 여자들에 의한, 남자들을 위한 명절이다. 제사와 명절 때마다 장보기에서 시작해시작해 온갖 재료를 다듬어 나물 무치고, 전 부치고, 생선과 산적 지지고 탕 끓이고 밤 치고 뒷정리까지 여자들의 노동으로 돌아간다 . 지방 쓰고 제기에 괸 음식을 차례상에 올릴 뿐 남자들은 하는 일이 없다. 아침상이 펼쳐지면 여자들은 음식을 나르고 테레비 채널 돌리던 남자들은 식구들이 둘러 앉을 교자상의 윗자리에 앉아 술잔을 돌린다. 밥과 국이 식도록 술잔이 돌아가고 조카들 불러 술잔을 건넨다. 밥과 국이 식는다고 별 일이랴 . 여.. 더보기 바른 먹거리 2010/02/12 22:43 식 재료는 싱싱해서 좋거나 먹을 만 하거나 농약에 절어 위험하거나 상해서 나쁘거나 할 것이다.. 먹는 것에 옳거나 그르다는 도덕성, 윤리성을 가를 때 쓰는 형용사는 낯설다. 그런데 어느 식품업체는 자사상품을 바른 먹거리라고 부른다. 먹거리가 사람의 행실도 아닌데 바르거나 삐뚤 수는 없지 해서 거북했는데 광고를 자주 보고나니 그런대로 익숙해졌다. 지구의 절반은 굶고 있고, 먹고 있다고 해도 어떻게 조작됐는지 모르는 씨앗으로 틔운 곡물을 먹고 있고 먹어서는 안 될 사료로 공산품처럼 키운 동물을 먹고 있고 넘쳐나게 잘 먹는 사람들은 프아그라 등 고통 속에 자라고 죽은 동물들을 멋으로 기호로 먹고 있다. 그러니까 깨끗하고 싱싱해서 좋은 먹거리일 수는 있지만 생산과정이 사람과 동식물.. 더보기 악몽 2010/02/09 04:24 악몽을 꾸고 있는것일까? 예상했던 그러나 설마 일어날까 하는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차마 그렇게까지 하겠는가 했던 일들을 밀어붙이고 있다. 끝을 모르는 더러운 욕망은 갈쿠리를 달고 오만군데를 다 쓸어안고있다. 욕망은 自盡할까. 어디서 자진할까? 밖의 힘으로 가라앉혀야하는 것일까? 시간이 가면 계절은 바뀌고 얼었던 마른 땅에 새싹이 돋지만 사람사는 세상도 그리 바뀔까? 자연의 궤를 벗어난 욕망을 기다리는 재앙은 어떤 것일까? 역사는역사는 탄생하고 펼쳐지고 사라진다. 역사책을 보아도 한때 번성했던 제국의 쇄락한 영화의 흔적을 보아도 역사의 주인은 바뀐다. 사라진 제국들은 모두 끝없는 욕심에, 오만하고 어리석은 환상을 쫓다가 스스로 지탱하지 못하고 부패하여 스러졌다. 그러나 .. 더보기 이전 1 ··· 5 6 7 8 9 10 11 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