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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빵집 남자

2009/11/10 02:08

동네에  지하철 한 정류장 간격으로 에펠탑 푸른 간판을 단 빵집이 둘있다. 두 집 다 남자가 주인인데, 둘 다 오십은 넘은 듯하고 육십은 안된듯 하다..

 

한 집은 손님이 이어지는 편이어서 돈을 내기위해 두 세 명쯤이 기다려야하기도 한다. 오전에 보면 그 집 주인 남자는 빵집 앞 나무 데크 위를 쓸고 있거나 그 위에  야외 테이블과 의자를 내놓고 파라솔을 펴고 있다. 가로수가 빵집 앞에 있어있어 요새같으면 낙옆도 꽤 날리는데, 그는 보도에 흘어져있는 나무잎을 쓸어담는다.  한가한 시간에는 시간에는  파라솔에 앉아 담배도 피우고 친구로 보이는 사람과 차를 마시기도 한다. 밤에 의자 들여놓고 파라솔 접는 것도 주인 남자.   매장에 2-3명의 알바 여성들이 돈 계산과 빵 정리를 하다가 "사장니임~"하고 부르면 들어가서 무게 좀 나가는 거 들고 날고 한다. 주인 남자가 큰 키로 높은 선반에선반에 행주질을 하기도 한다.  손님이 들어가면  알바 직원들이 어서오세요오~하고 높은 목소리로 인사한다.  들어가면서 명랑한 기분이 든다. 장사가 잘 되서 주인이 부럽다.

  

다른 집은 좌버스정류장 우횡단보도인데, 손님이 드믄드믄하다. 주인 내외와 알바 1~2명이 보이는데, 주인 여자가 카운터를 맡고 알바가 바닥 청소, 선반 걸레질로 바쁘다. 주인 남자는 허리에 두 손을 짚고 서있거나 뒷짐을 지고 매장을 왔다갔다 한다.  빵 집 매장 넓이가 뻔해서 손님이 빵을 고르려면 통로에서 주인 남자와 엇갈리기도 하는데, 그는 배 나온 허리만 살짝 굽힌다. 손님이 몸을 모로 세워 지나가야 된다.  뒷짐지고 걷지 않을 때는 그는 장부를 들고 빵을 센다. 그가 가장 자주하는 작업이다. 

어떤 손님이 여러 개 빵을 골라놓고 돈 내려다가  "아,"아, 이거 이거만 할게요" 하고 두어 개를 줄였을 때, 주인 남자가 손님 말이 끝나자마자 밀어놓은 빵을 매대로 옮겨 놓았다. 손님 손에서 옷이 떨어지자마자 개켜놓는 옷가게 신참 판매원처럼.  

그는 오후에는 빵을 세고 저녁에는 금전등록기 앞에 서있는 주인 여자의 등 뒤에 서 있는다.있는다. 아내가 차르르차르르하면서 금전등록기를 열면 그는 그 안을 쳐다보는 듯 싶다. 알바가 쓰레기로 가득찬 봉투  들고 나가려면 그는 통로에서 반 발자국 물러선다. 주인은 종이에 쓰인 숫자와 돈만 다룬다. 알바가 두 손으로 들고 간 무겁고 부피 큰 쓰레기 봉투를 유리문 앞 바닥에 내려 놓고, 유리문을 밀고, 쓰레기 봉투를 다시 들고 매장 밖으로 나가자마자 그는 얼른 유리 문을 닫는다. 여름에는 에어컨에 시원해진 공기 더워질까봐 그러는가보다.  

그 집에서 산 크림빵이 시큼했다. 바꾸러 가지 않았다. 바꾸러 가게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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