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역에서 한시간에 한 번 있는 기차를 타고 젊은 시절 엠티의 메카 강촌, 대성리를 지나 기차가 종착하던 곳이 춘천이었다. 전철이 연결되니 이젠 춘천도 수도권(?)이다. 토요일 아침 상봉역은 엠티가려는 대학 새내기들과 등산복 차림의 나이든 사람들로 가득하다. 날이 맑고 바람이 산뜻했다. 놀러가기 좋은 날이다.
역에서 내려 택시를 기다리며 주변을 둘러본다. 역 앞은 키 작은 건물들, 그 옆은 하늘이 채운다. 역사는 몇년새 지어진 공공 건물들과 다를 바 없이 유리 마감에 키가 크다. 동동북쪽을 바라보고 섰으니 유리는 오전 햇빛을 반사할 거다. 옛 기차역은 폐쇄되었다고 한다. 새로 개통된 전철과 춘천을 기념하는 상징물이 보인다. 돌진하는 전철이 튀어나온 아래 속도가 불러일으키는 바람에 기우뚱한 황금소가 그 아래 있다. 작가는 뛰는 소위에 나는 전철이 있다고 믿었나? 그래도 소가 황금인데 전철이 당할 소냐.
택시 운전수는 전철이후 손님이 좀 늘었다고 한다. 경기는 그러나 형편없어 다 죽었다고 한다. 여러 말을 하는데, 한마디로 모으면 그 지역이 느끼는 '소외감'이 될 듯하다. 그러면서 발전이라는 게 뭔지...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춘천의 깨끗함, 편안하고 조용함을 잃을까봐 겁난다고 했다. 동서 고속도로, 동서 철도 복선 사업 등 공약 사항은 형님예산(이명박 형 이상득 지역 예산)에 밀려나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확정이라도 된다면 시간이 오래 걸려도 믿고 기다리겠는데, 한다는 것도 아니고 안한다는 것도 아니고...답답하죠...했다. 원주인구가 줄고 있고 대학이 텅텅 비었다 한다.
강원도는 4월 27일 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광재를 뽑았던 지난 6.2 선거를 제외하고는 50년 동안 일본이 자민당을 뽑아주었듯 강원도는 한나라당을 뽑아 주었다. 그리고는 강원도 예산 배정, 지역 발전 우선 순위에서는 열외 당했고 사업유치를 못하니 재정 자립도는 13-14% 수준이다. 한마디로 빚덩이에 앉아있다. 한나라당 출신 김진선 도지사가 3선을 해 먹고 난 결과다. 김진선이 추진한 알펜시아는 매일 이자만 1억 2-3천만원 (한달 30억?)이 나간다고 한다. 오세훈/이명박의 가든 파이브가 한달 50억, 일년 600억원의 이자를 물고 있는 상황과 다를 바 없다.
엄기영같은 회색인을 뽑아 주고 헛소리 들으며 살지 말기를 바랄 뿐.
한림대에 올라갔다. 3월 주말의 교정은 조용하다. 행사장에서 아는 얼굴들과 인사를 나누고 사진을 찍고 교정을 걸었다. 남쪽을 바라보면 햇빛과 바람에 열려있고 북을 보면 산이 가리고 있다. 안온한 자리이다.저녁에 집에 약속이 있다. 시간에 맞추려면 직행을 타야하고 정각에 출발하는 직행을 타려면 서둘러야 한다. 배가 고픈데 들어가고픈 식당이 없다. 모두 조용히 업드려 있는 듯한 모습이다. 내려오다 보니 예쁜 카페가 보인다. 코제뜨. 간단히 요기하러 들어갔다. 신문 읽던 남자는 주문을 받고 나더니 송창식의 새는~을 틀어준다. 돌아본다. 엘피판이 좀 있고 더치 커피 내리는 병이 대기중이다. 카페 밖 길 건너 보이는 주택이 정겹다. 이곳이 개발이던 발전이던 된다면 제일 먼저 사라질 모습이다. 어머니가 앞마당에서 빨래를 널다가 조용하면 꽃망울 터지는 소리도 들을 거다. 오래 전에 지나 온 시간에 돌아간 듯 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