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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올케

일요일 아침, 모처럼 함께 식탁에 둘러 앉는다. 새 김치통을 헐고, 냉동되어있었던 신정때의 전들을 덥히고...

-어, 이 김치 맛있다. 웬 거야?
-외숙모네 김장 김치야.
-이 전도 외숙모네 건데.
-의존도가 높네. 엄아 너무 삥 뜯는 거 아냐?
-아냐, 엄마가 외숙모에게 얼마나 잘한다구. 내일 갈치하고 조기하고 와인하고 가져다 드릴 거야.
-그거 다 원재료네 뭐. 원재료 상납 형식을 취하며 반찬 삥 뜯어 ㅋㅋㅋ
-내일 또 간다고? 그거슨 반찬 셔틀 ㅋㅋㅋ
-셔틀하면 일진 아이들  ㅋㅋㅋ 역시 엄마는 일진 ㅋㅋ
-내일 노페(노스 페이스) 쟘바 입고 가. 어깨 넓고 빵실한 거로. 내 꺼 입고 가 엄마.
-신발은 삼선 쓰렛빠로 신으시고 ㅋㅋㅋ

올케는 음식 솜씨가 좋고 일이 빠르다. 내가 한가지를 가지고 끙끙거리는 동안 그녀는 세가지 쯤 처리한다. 내 맛은 날씨에 좌우되는데, 그녀의 맛은 한결같다. 형제, 조카들이 뭐를 즐기는 줄 알고 넉넉히 준비해서 형제들에게 반찬이며 떡이며 들려보낸다. 그집 찬장에는 남의 집으로 배달 나갈 빈 락n락통이 가득 대기중이다.

오빠네 집에 도착하니 두시. 올케는 점심 안먹었죠? 묻는다. 먹었는데요 해도 먹긴 뭐 먹었어, 밥 있어 하면서 무조건 상을 차린다. 나는 이른 점심 먹고 늦은 점심을 또 먹는 거다. 올케는 옆에서 내가 가져간 보따리를 푼다. 굵은  갈치 상자를 보더니 이렇게 좋은 거를.....돈 많이 줬죠? 하면서 좋아한다. 선물 들어온 롯데백화점 조기 선물 상자를 그대로 들고 왔는데, 보더니, 좋아한다. 포장이 뭐 좀 있어보인다. 풀어도 겹겹이다. 허세 포장재, 쓰레기에 욕나온다. 영광 굴비 장인이 준비한 명품이라는데 조기는 짧막하다. 미성년 조기다. 백화점 조기 가격을 물건과 비교하면 다시 욕나온다. 기업체가 갑에게 눈도장용 선물로 선택하는 게 조기일거다. 명절 선물중 가장 가격 거품이 많은 게 조기일거다.  

잘깐 나와 그 동네 일 보고 다시 오빠네 집으로 들어가니 여섯시다. 올케는 저녁 먹고가요 하며 또 상을 차린다. 집에 가서 저녁 먹겠다고 해도 다 차렸는데 안먹으면 어떻게 해~ 한다. 상차린게 아까워 이른 저녁을 먹는다. 올케는 옆에서 내가 가져간 멸치를 다듬는다. 상을 치우고 나도 멸치 똥을 뺀다. 내가 멸치 똥을 빼는 옆에서 그녀는 멸치를 볶는다. 벌써 다 되었는지 이건 고모꺼, 이건 성이네꺼 이건 우리 먹을 거하며 반찬통에 나눠 놓는다.
떡과 반찬 몇가지를 싸준다. 나는 새로 사귀는 조카의 애인에 대해서 묻는다. 몰라, 얘기를 자세히 안해주네. 봤어요? 봤지. 여기 왔었어. 애는 착해보여...잡담 나누다 돌아온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혼자 웃는다. 내가 집에 들어오는 아이들에게 시간에 관계없이 묻는 게 밥 먹었니? 아이들 대답은 늘 먹었어, 됐어, 배 안고파다. 그래도 밥 때가 되었으니 상 차리고 이름을 부른다. 배 안고프다니까 ~ 하며 안온다. 벌써 상 차렸는데 어떻하니!!! 한다. 약간 협박이다. 어쩌지 못하고 식탁으로 오며 아이들은 밥이 많네 국이 많네 왜 이렇게 먹이려고 그래 하면서 덜어낸다.
똑같다. 나나 올케나. 밥 먹이면 좋은 맘 드는 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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