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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생활

모란 박물관 후원에 핀 모란. 5월 1일. 적당한 키에 둥근 수형. 깔끔한 잎. 풍만하고 화려한 꽃. 9-10월에 식목하면 된단다. 월동하기는 하지만 지표에서 깊게 파고 심지 않으니 첫 해에는 좀 덮어주라한다. 지금부터 종자, 색깔 골라 가을 전에 심어야겠다. 더보기
어느 화려한 봄 날 취하도록 아름다운 꽃도 한 순간 찬탄을 뒤로하고 스러지고 남은 잎은 그것들끼리 무성하고 무심한 듯 바람에 흔들리는 걸 본다. 꽃이 생의 절정인가, 저 꽃이 진 뒤 햇빛에 반짝이며 생을 다지는 무성한 잎의 시간이 절정인가 터질 듯 튀어 나갈 듯 오랜 생의 기록과 힘을 안으로 안으로 싸안으며 다음 시간까지 견딜 수 있도록 자신의 외피를 말리는 씨가 절정인가. 더보기
벗꽃 나들이 4월 20일 금요일. 친구가 아침 일찍 집 앞으로 와서 무조건 나오라 부른다. 아침 먹자, 먹고나서 뭐 할 까 생각하자, 집으로 돌아와도 좋고...아무데나 가자고 한다. 택시타고 남산 케이블카 옆 설렁탕집에서 아침을 먹었다. 남쪽으로 산을 보니 꽃이 한창. 남산을 걷기로 했다...기 보다 꽃 바람 부는 꽃 언덕에서 꽃그늘 속으로 들어가지 않을 수가 있나. 하늘은 제법 파랗고 햇빛은 딱 좋다. 등불을 켠다고 꽃보다 밝으랴. 이쪽 나무가 저쪽 나무에게 팔 뻣어 말 건다. 어이, 일년 만이네, 잘 지냈어? 반투명 꽃그늘 아래 신록이 올라온다. 꽃에 취한다는 거, 이런 거구나. 취한다는 건 아픔이나 상처를 잊는다는 거. 취기 가시면 다시 제자리에. 꽃 그늘을 걸으니 친구도 나도 이야기를 도 닦은양 하게 되는구나.. 더보기
오월의 꽃 삼청동 서남쪽 언덕을 내려다보는 한식집 방 구석에 놓였던 작약. 터질듯한 에너지 담긴 꽃 봉오리는 피부 맗간 처녀가 입술 오무린 것 같다. 반쯤 핀 꽃 잎안에 담긴 절제된 에너지. 우아하면서 화려하다. 활짝 편 꽃잎은 비단처럼 매끄럽고 아닌듯 긴듯 윤기흘린다. 농염하고 유혹적이다. 소반, 화병이 우둘두둘한 벽지를 배경으로 꽃과 잘 어울린다. 4월과 5월을 힘겹게 보내며 꽃에서 위로받는다. 더보기
고맙구나 큰 애가 준 꽃다발. 철수가 냄새를 즐긴다. 꽃들 숨 쉬라고 다발 묶은 걸 풀었다. 가지가 꺽인 것, 목이 상한 것들은 키 작은 화병에 나눴다. 날씬한 잎이 드믄드믄 달린 긴 가지가 받쳐주는 흰색, 연분홍색, 섞인 카네이션은 단정하고 우아하다. 내가 어머니 가슴에 꽃 달아드리던 시절의 카네이션은 붉은 그 색이 촌스러웠다. 시골집 그늘진 뒷뜰을 지키는 맨드라미처럼 색에 관심없고 위치도 탓하지 않으며 거저 열씨미 존재의 명을 다하는, 그래서 좀 울컥하게 만들고 본질을 생각케 만들고 다음 순간 의연하게 만드는 존재를 연상시키는. 처절한 붉은 색. 그 시절 어머니의 자식을 위한 삶에 어울리는 색인지도... 그리 보니 신식아니 신색 카네이션은 배울 거 배워서 헤아릴 거 헤아리고 따질 거 따지고 요리 조리 세련되고.. 더보기
내맘대로 즐기는 멕시코 미술 숙명여대 미술관에서 멕시코 미술전이 있었다. 40여점, 한 작가당 한 점씩. 화면으로 보았던 디에고 리베라를 빼면 모두 첫대면이다. 아즈텍 이전의 문명, 아즈텍 제국, 코르테즈 정복 이후 스페인 식민지, 하필이면 이웃나라는 미국, NAFTA로 경제는 개굴창에 빠져...역사가 참 기구하고 고통스럽구나, 정복자와 섞인 피, 정체성에 대한 질문, 독립 이후의 다층적으로 복잡한 사회. 그게 멕시코에 대해서는 아는 전부다. 멕시코라는 복합적인 역사와 문화의 퇴적층에서 사는 예술가는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까. 아는 거 없으니 그림을 내 맘대로 받아들인다. Yolanda Andrade. ME ICO CITY ART GALLERY 장식적인 액자가 걸린 배경은 길거리 낙서와 그래피티. 벽 앞에는 뜬금없는 금장식을 두르고 .. 더보기
정신차려 새 강의가 시작되는 날이다. 십분 전에 학교에 도착했다. 대개 강의실 앞에 그날의 프린트물이 놓여있는데, 아무 것도 없다. 오분 쯤 서성여도 아무도 안보인다. 듣는 사람이 없어 폐강되었나 걱정하며 문고리 잡으니, 잠겼다. 뭔 일이랴 싶어 사무실로 가려다가 전화메세지를 확인했더니.... 다음주 수요일에 시작 ㅠㅠㅠ 계약, 이사, 수리, 살림살이 정리에 몰두하고 추위에 떨고 가스비에 떨고 30센티 이상 안 떨어지려는 철수에게 갖혀 집 밖으로 나가려면 온갖 꼼수를 다 써야하고, 한달 너머 날짜에 둔해져 수요일 수요일 잊지 않으려 했다가 이런 더듬한...ㅉㅉ 갑자기 두시간이 생겼다. 학교 밖으로 걸어나가다가 학교 입구 미술관에 들렀다. 포스터가 흥미로워 보였지만 밤이 늦었거나 낮에 따로 시간내서 오지 못해 지나.. 더보기
이제 자주 보자고 초딩때 방학 한달을 내내 놀다가 뒤돌아 보고 나름 뜻깊은 일들은 일기장에 써야겠다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할 지 모르겠는 기분이다. 간만에 모니터를 마주하니 그렇다. 친구와 오래간만에 만나면 무슨 말로 시작하는게 좋을지 두서없고 요점없이 이야기가 엉키듯하는데, 뭐냐, 브로그와 사귀나. 박스에 있는거, 바닥에 놓인 거 다 자리 찾아주었고 뭐가 어디있는지 휘딱휘닥 찾을 수 있게 되었으니 이사는 끝났다. 온 집안을 킁킁거리며 낮설고 불안해 하던 철수도 자기 집, 자기 밥그릇 자리와 용변 볼 곳을 익혔다. 목욕탕 타일바닥 찾아 응가하는 거 보면 신통방통하다. 어딘가 파묻혀 아직 나오지 않은 몇가지가 있는데 구두 한 짝씩 두어켤레, 에스프레소 내려먹는 간장종지만한 커피 용기, 대걸레 자루...신발이 어디 가고프면 .. 더보기
나도 깔때기 좀 작년 5월에 soaf에서 그림 구경을 하는데 몇 작가가 눈에 띄었다. 구십 몇 화랑이 참여했으니 몇천의 작품이 전시되었을거다. 큰 전시회, 기사 등으로 이름이 알려진 작가 이외에는 특별히 아는 이름이 없는 가운데 작품만 보는 거다. 블라인드 테이스팅, 아니지 마시는 거 아니지. 설렁 설렁 보다가 좋게 기억 남는 작품이 있다. 다시 보고 싶으면 그 전시칸으로 가서 다시 보고 ~ 다시 봤는데 아니다 싶으면 그 뿐이고. 그 중 눈에 띄는 것들을 사진 찍었다. 그 중 한가지가 이 그림들이다. 그림은 쉽고 가볍다. 동글동글한 얼굴과 몸의 선은 단순하고 유연하고 사랑스럽다. 밝고 명랑하고 행복한 가족, 연인 사이 사랑, 꽃, 꿈, 행복, 기대, 그런 단어들이 떠오른다. 가족, 연인과의 일상에서 달콤한 시간이 주 소.. 더보기
영화보고 케익먹고 공짜 영화표 유효기간 마지막 날 오후에 영화를 고르다보니 양과자점 코안도르라는 일본영화를 보게 되었다. 코안도르가 무슨 말인가 했더니 coin de rue다. 다른 재벌 소유 영화관도 그렇지만 cgv도 계열 식음료 점포들로 극장 위 아래층을 다 채웠다. 콜드스톤 아이스크림, 투썸프레이스 카페, vips 식당, 시젠 국수집... cgv 식음료 엠파이어 통로 가운데를 오가며 시간보내면 입장료만큼 군것질비용이 나간다. 우리는 회차 시작 후 끊임없이 쏱아지는 막간 광고를 피해 본영화 시작 전 까지 밖에서 기다렸다. 안에서 광고보며 영화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는 영화값을 좀 깍아주어야 하지 않겠나? 아트하우스 모모나 상상마당 등에는 손님이 적어서인지 막간 광고가 없다. 해서 잔상없이 깨끗한(?)눈으로 영화를 보게되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