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생활 썸네일형 리스트형 조카 결혼 9년만에 아기가 생긴 조카의 출산이 이달 말이다. 뜨거운 날 산전후 준비 잘 하라고 전화를 했다. 몸은 무겁겠지만 그나마 출산 전이 가벼우니 집으로 놀러 올 수 있으면 오너라 했더니 내일 갈게요 했다. 작은 아이에게 언니 올거다 하니 더운데 무리야 오지 말라 그래 한다. 오겠다 했어 하니 그럼 집에 에어컨 없다고 미리 알리란다. 얘네들에게는 에어컨이 무슨 숫가락이나 밥그릇 쯤 되는 모양이다. 우리집에 숫가락 없으니 네꺼 미리 가져오너라...그런 거냐. 나는 조카를 사랑하고 조카는 자랄 때 고모처럼 될래요 했는데 (뭘 모를 때 하던 소리) 결혼하고 다른 나라에서 살고 하니 행사때도 잘 못 본다. 고모도 이모도 여형제도 없는 나는 살붙이 여자들 사이의 관계와 밀도있는 주고 받음이 낯설다. 그럼에도 사람.. 더보기 무제 올해 날씨는 유난하다. 겨울에 그리 춥더니 봄엔 바싹 가물고 비 며칠 오고 말더니 이제는 온 세상을 태우고 말릴듯 뜨겁다. 내가 살던 집으로 이사 올 사람이 에어컨을 놓고 가냐 물었다. 내가 가져간다면 자기는 쓰던 것을 옮겨올 생각이고 내가 놓고 간다면 두 집 다 이사가 덜 번거롭겠다는 거였다. 일년에 며칠 켜는 에어컨 없으면 어떠랴 생각했고 주택으로 가면서 없애려고 맘 먹었던 터라 놔누고 가겠다고 했다. 북극 곰도 남극 펭귄도 고마워할 결정이었다. 이삿날 이삿짐 아저씨들에게 에어컨은 놔두세요 하니 일이 줄었다고 좋아하면서 '에어컨 없이 어떻게 사시게요? 없음 않되죠' 했다.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물음에 그냥 없애려고요 했다. 얼마 전까지 앞 뒤 문 열어 놓으면 시원한 바람이 들어 이 정도면 여름 잘 나겠.. 더보기 난향 난이 꽃을 피워 올렸다. 하나는 꽃대를 올리고 시간을 다지는 중이다. 조용히 꽃 앞에 서있으면 난은 신비롭고 우아한 향기를 맏게 한다. 나는 난 꽃이 피면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근거없이 믿는데, 어떤 좋은 일이 생길라나. 더보기 비 오는 밤 비 오는 소리 시원하다. 이 소리 오랜 만이다. 땅이 눈 뜨는 소리, 잎이 고개 드는 소리, 나무가 허리 곧추 세우는 소리, 땅 가까이서 듣고 싶었다. 빗소리만 가득하고 아무도 없는 골목을 밝히는 불빛은 수줍고 은근하다. 빗물이 간지르듯 흘러 나무는 행복에 몸이 부푼다. 소리 없이 웃는 잎이 불빛에 반짝인다. 더보기 철수는 꽃을 좋아해 며칠 비를 맞은 마당에 생기 가득하다. 새삼스러운 확인, 물은 생명이다. 볓이 잘 드는 곳은 물론 볓이 잠시 쓰다듬듯 지나가는 응달에도 비 맞아 부드러워진 흙 사이로 잔디가 긴 손가락을 내뻗었다. 땅에 단단히 배 깔고 내뻗은 마디는 살지고 활기차다. 철수가 꽃을 따라 걷는다. 꽃에 코를 박고 벌름 벌름. 향기를 즐기더니 순시가 끝났는지 여긴 내 자리야 하며 오줌 한 방울 찍!. 더보기 환기4 호치민에는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살아왔던 역사에 비하여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건축물을 많지 않다.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 뭐하지만, 19세기 프랑스 지배하에 프랑스풍으로 지어진 몇 건물들과 미국과의 전쟁 20여년 동안 시민들이 전쟁과 피난 목적으로 구축한 땅굴 등이 있을 뿐이다. 공산당 1당의 사회주의 국가가 자본주의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한 (미국과의 교역을 시작한) 지난 10여년간 지은 물적 결과가 훨씬 많아 보인다. 볼거리는 아마도 그런 정치와 지배의 결과물보다 오래동안 지켜온 그곳 사람들의 먹고 마시고 아이들 키우고 하는 일상적 삶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경제적 성장은 속도가 붙었고 앞으로 이루어낼 물적 구축도 가속될 것이다. 그런 것들은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 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과거와.. 더보기 환기3 원래 어촌이었다던 마을은 기존 리조트와 새로 지어지는 대형 리조트, 별장식 주택단지 등으로 바뀌고 있었다. 층을 올리다 멈춘 리조트, 다 지어진 그러나 빈 지 오래 된 듯한 별장식 주택들. 페인트 색이 바랜 분양 광고판이 보인다. 사이사이 소규모 상가가 지어지고 있었다. 외부 대형 자본이 리조트 비지니스 호황을 기대하며 몰려들다가 멈추었고 동네는 조그만 상가의 신,증축으로 변화를 이어간다는 느낌이 났다. 거리에서는 러시아어가 많이 들렸다. 러시아어 간판이 많이 보였는데 그 중에는 우리 대학가에서 보이는 '하숙방 있음' 같은 room for rent for russian도 있었다. 동네 사람이 아니라면 지나칠 특징없는 골목으로 들어서 바다쪽으로 몇 발짝 걸으니 짠내와 생선 삭히는 비린내가 났다. 배는 바다.. 더보기 여름 밤 덥다. 가물었다. 뿌리 얕은 풀들은 잎이 누렇게 떳다. 키 작은 나무들도 잎이 늘어지고 잎을 떨군다. 물기 머금고 있으라고 흙을 덮어주려 호미질을 하니 땅은 딱딱하게 굳어있다. 먼지만 펄펄 날린다. 경비실 사내는 매일 두어 시간씩 잔디와 화초에 물을 호스로 뿌려댄다. 물이 중한 생각에 나는 개숫물도 샤워물도 조리에 옮겨 뿌려본다. 일스럽다. 남의 눈에는 좀스러워 보이기도 할 거다. 비를 기다린다. 밤에 마당에 물 주고 씻고 찬 와인 한 잔. 와인에 얼움 한 두 덩어리 넣어 흔들어 마시면 열기 내리고 잠들기 적당하다. 더보기 환기2 늦은 오전에 짚차투어를 했다. 4명에 20불로 알고 있는데 호텔에서는 2명에 30불을 달라고 했다. 잉그리시 스피킹 드라이버 소리에 업차지이려니 알고 그러마고 했다. 순한 얼굴에 웃는 표정을 한 기사가 아침밥을 사겠다고 차를 잠깐 세우더니 밥에 반찬(?) 몇가지를 올린 도시락을 들고 왔다. 날이 뜨거운 베트남은 하루 시작이 우리보다 이르다. 아침이 늦었네 물으니 기사는 잠깐 생각하는 표정이더니 아이 슬립 라잇이라 한다. I wake up late이라는 말이 생각나지 않았던 모양이다. 우리를 태우고 다닐 짚차는 이랬다. 월남전을 뛰고 퇴역한 노병 아닐까. 한 참 달리다가 속도가 떨어지고 덜덜 거린다. 기어가 듣지 않는다. 1단에서 빡시게 밟고 3단으로 확 올려!!!! 일러주고 싶었지만 기사 얼굴 보니 늘상.. 더보기 환기1 4월, 5월이 힘들어 어디 좀 다녀올까 싶었는데 작은 애가 마침 며칠 휴가를 얻었다. 베트남서 오래 지낸 친구가 추천한 무이네 Mui Ne. 호치민서 동북으로 200 키로, 차로 다섯시간. 휴가가 짧아 차를 오래 타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라 꺼리다가, 시골길을 버스타고 구경하며 가는 것도 좋겠다 싶어 택했다. 가는 길. 간판도 많고 포스타도 많다.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다. 줄 맞추어 심어놓은 나무의 끝이 안보인다. 무슨 나무일까. 몇 킬로를 달리니 그 나무 숲이 끝난다. 무이네는 전통 방식으로 생선 잡고, 잡은 생선으로 젓갈 만들며 살아가던 어촌마을. 해변 경사가 완만하고 모래가 고와 리조트로 개발되었다 한다. 나는 해안보다 사막을 느끼게 하는 흰 모래, 붉은 모래 언덕, 사막 옆의 수조, 그 옆에 연꽃 .. 더보기 이전 1 2 3 4 5 ···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