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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포장 찌게

집으로는 짜장면만 배달 되는 줄 알았는데 어느날 고등학생이었던 큰 애가 동네 백반집에서 백반을 시켜먹었다고 했다. 야근 할 때 사무실로, 시장 골목에골목에 백반이 은쟁반에 담겨 오가던 걸 보고도 집으로 밥 시켜먹는다는 생각을 못했다. 주택가의 작은 식당에 손님이 없어도 부엌은 움직였던게 배달주문 때문이었던 모양이다. 십년너머 지나면서 '가정식 백반'은 물론이고 죽, 국, 탕 등 국물 음식도음식도 여러 가지 용기에 담아 배달이  가능하게 되었다. 동네 조그만 식당에 '배달' 됩니다', '포장 됩니다'라는 안내문이 흔하다. 그래도 가서 먹었지 짜장면, 피자 빼고는 시켜 먹거나 포장해 온 적은 없었다.

 

 김장은 맛있게 익어간다. 김장 전에 먹던 배추김치는 인기가 떨어져 언제나 팔리려나 기다리며 냉장고 안에서 시어간다. 이럴 때 만만한게 꽁치 통조림 넣은 김치찌게다. 나름 맛있게 되었다고 집에서 밥 좀 먹자하며 상 차려주니 반응이 시쿤둥하다.

 

아침에 냉장고를 여니 비닐 봉투에 뭔가 가득 담겨 뭉클하다. 음....이게 뭐지....프라스틱 병에 밀키스처럼 반투명한 물 한병. 맛을 보니 간도 없고 맛도 없다. 음, 아무 맛도 없는 이건 뭐야...누가 가져왔나.... 오후 되니 그제사 머리가 돌아간다. 전화 해보니 밤 늦게 들어왔다가 새벽에 나간 큰 애가 사다 놓은 부대 찌게와 육수. 보니, 파, 마늘, 돼지고기 갈은 거, 신김치 약간, 쏘세지, 그 위에 난데 없이 치즈 한장. 이게 뭐  별 거라고 사왔을까 생각하며 냄비에 재료 다 넣고 끓였다. 맛있는 냄새가 난다. 국물 맛을 보니, 캬!!!!!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나. 참 맛있는데 뭐라 말할 수 없는 화려한 이 맛, 비결이 뭐지? 찌게에 마약을 넣었나? (꽁치 김치찌게  맛있지 않냐고 자꾸 물었던거 미안하다. 시큰둥했던 거 흔쾌히 이해한다.)

전 메뉴 포장 됩니다가 다 된거 싸주는 걸로 알았는데, 이런 거도 되는구나. 나만 몰랐나.  간단히 비닐에 담아주는 건데 전에는 왜 안했을까. 찌게는 집에서 뚝배기에 보글보글, 곰국은 집에서 들통에 사골 넣고 푸욱 고아서...다들 그런 줄 알았던 거 아닐까.
사온 찌게로 밥 상을 차리는데, 뭔가 모르겠는데 마음이 미흡하다.   맛집 반제품이 손쉽고 맛도 좋으니(이 부대부대 찌게의 경우) 좋은건가?  생활은 편치만, 맛도 좋지만..., 뭔가가 엄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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