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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군고구마 잡담

2010/12/10 14:59

요즘 군 고구마를 즐긴다. 물 고구마에서 밤 고구마 시대를 거쳐거쳐 호박 고구마가 등장해 군것질계를 잡고 있는데, 호박고구마를 권좌에서 밀어낼 다른 고구마의 탄생은 쉽지 않아보인다. 더 이상 달고 부드러우며 건강에 좋을 수가 있겠나. 고구마는 구황 식물로 등장하여 오랜동안  하대와 촌티의 세월을 거쳐 다이어트 시대를 맞이하여 바야흐로 국민 대표 간식으로 등극하였는데, 우리집에서는 본식 자리를 넘본다. 인간계뿐 아니라 견계의 철수도 나만큼 군고구마를 즐긴다. 사료와 고구마를 밥그릇에 담으면 고구마만 다 먹고 사료는 남는다.

 

고구마를 구우면 때 집안에 단 내가 퍼진다. 가을부터 구워대서 이제는 냄새만 맡아도 다 익었는지 알 수 있는 수준에 달했다. 딱딱하던 몸이 부드러워지며 팽팽하던 껍데기가 흐믈흐믈 부드러운 속살을 감싸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만져보면, 역시~!!!. 피부 밖으로 과즙처럼 단물이 흘러나와 엿처럼 흐르는 겸손(?)한 색깔의 껍데기를 반으로 가르면 황금색 속살이 달콤한 김을 부드럽고 따듯하게 풍긴다.

 

철수도 고구마 굽는 거 알지만 반경 1메타 거리에서 무릎꿇고 젊잖게 집중하고 있다. 힐끗 쳐다보면 고구마에 관심없는 척 고개를 외로 돌리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한 쪽 먹으려는 순간, 보면!!!! 바로 옆에 철수가 있다. 등 돌리고 소리 안내고 한 입 먹다가 뒤통수가 뭐해서 돌아보면, 반드시 내 뒤를 쏘아보는 철수가 있다. 모르는 척 하면 가까이 와서 내 다리를 긁는다. 나 여기 있거든~. 그래도 모르는 척 하면 씽씽 힝힝 불만의 스팀가득찬 콧소리를 낸다. 그래도 모르는 척 하면 컹!  한번 크게 짖는다. 그렇게 하기까지 모르는 척하는 내 마음도 편치 않다. 사과조각, 배조각 달라는대로 한 쪽씩 주었더니 속이 편치 않은 모양이다. 요즘 너 똥질하잖아!   과식이야. 간식 금지야!

 

사료가 떨어졌다. 편하자고 사료 사 먹이기는 하지만 사람이 먹는 것도 막 만드는데 말 못하는 개 사료쯤이야  얼마나 맘대로 만들겠는가 싶어 늘 불안하다. 차라리 사람 먹는 밥과 날 생선 등을 끓여주는 게 안전할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게 손이 많이 가고 쉽지 않다. 친구는  자신의 개가 평생  먹은 사료 맛이 어떤가 씹어보기도 했다 한다. 개는 함께 살고 소, 돼지, 닭은 우리의 살과 뼈를 이루니 동물들이 먹는 건 한치 건너면 사람이 먹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생산품의 성분, 영양과 유해성을 검사하고 생산과정을 점검하는 시스템이 있으면 싶다. 사료가 없으니 고구마도 나눠 먹고 밥도 남겨 준다.  남은 생선 끓여 간을 빼고 가시 발라내고 그 국물에 밥을 말아서 주었다. 며칠 째 웰빙 식단이다. 이런 식으로 자식을 챙겨 먹이면 효도할 건데, 철수는 효도할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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