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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생활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개의 열쇠

2009/08/19 21:58

 재미있게 보았다. 판타지 영화는 조카들 보여주느라고 나니아 연대기외에는 본 적이 없는데 이 영화, 현실과 판타지 사이를 재미있게 엮어서 공포와 행복사이를 왕복하게 한다.

 

 스페인 내전중에 한 전선을 맡고 있는 잔인 살벌한 군인 의붓아버지 밑에서 외롭고 무섭게 살아나가야 하는 어린 소녀 오필리아가 행복과 기쁨만 있는 지하 왕국의 공주인데 현실과 환타지 세계 사이를 오가며 고난을 겪고 모험에 성공한 끝에 전쟁없는 나라 행복한 왕국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 파리 죽이듯 사람죽이는 잔인한 아버지는 선량한 스페인 게릭라들에게 처벌되고, 왕국으로 돌아가는 오필리아의 현실에서의 죽음은 갓난 동생의 생명으로 치환되고 환타지왕국에서는 공주가 된다.

 

  표현이 무척 풍부한 영화다. 긴장과 공포의 현실전쟁과 환타지 세계로의 모험 두 축의 이야기는 각각 풍성하면서 매우 사실적이고 잘  맏물려 짜여들어가고 관객의 긴장과 안도를 적당히 조절한다. 상상력은 뛰어나고 디테일은 섬세하다. 스페인 정부군 아버지의 잔인함은 히스 레져의 Dark Night 수준으로 표현되고 아버지와 어머니로서의 자식에 대한 사랑도 서로를 "좋은 사람"으로 알아본 사람들 사이의 믿음도 그 정도 수준으로 사실적으로 생생하게 표현된다.

 

 오필리아 역의 소녀 연기는 그 애가 오필리아 인듯. 사랑스럽고 순수한 소녀 그대로다.

 태어날 아들에 대한 사랑과 잔인한 군인을 동시에 표현하는 아버지(세르지 로페즈, 스페인)는 그 이상 다면적인 인간을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공포심을 느끼게 하고 치밀한 분석적인 군 장교에서 태어날 아들을 기다리는 아버지로의 표정 전환이 한 사람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다. 정부군 진지와 민간인 저항부대 사이를 오가는 배역(이바나 바쿠에로, 스페인),스페인 시골 동네사람들을 캐스팅한 듯 자연스러운 게릴라들의 연기도 멋지다.

 

 한가지 : 어린이들도 볼 영화인데 화면 수위조절이 필요하다., 사실에 기초하였겠지만 무수히 나오는 살인장면, 죽은 자에게 다시 총질해 대는 확인 사살장면, 고문장면과 고문기구는 어른들을 위한 판타지에서도 끔찍했다.

 

  이 영화의 감독이 올파나지-계단의 비밀을 제작한 길예르모 델 토르다. 알아보니 이미 많은 성공을 이룬 감독이군. 다른 영화 본 적 없지만 두 가지만 보아도 놀라운 능력-상상력, 구현력의 소유자다. 배우로부터 이야기 속 인물들끼리 조화하는 연기를 뽑아내는 능력까지.

 

불이 꺼지고 엔딩트레딧이 끝날때 나를 잡아둔 것이 있다. 음악이다. 보여지는 영화에 주목하느라고 내가 못들었는지 또는 음악을 깔지 않았는지 모르겠는데, 음악이 풍부한 선율과 아름다운 연주, 크래식한 품격이 있다. 홈피로 가니 다시 들을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