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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생활

신의 분노 아귀레 - The wrath of God

 2009-08-19

 1532년  잉카제국의 황제 아타우알파가 황금을 찿으러 온 스페인의 프란시스코 피사로에게 생포됨으로서 잉카제국은 무너지고 만다. 알려지지 않았던 위대한 문명이 욕망과 무기로 무장한 다른 문명을 만나 역사의 흐름이 바뀌는 시점이다. 

 그 시대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엄청난 소재라서 재현된 역사적 사실을 볼거라는 기대, 탐험에 나선 만든 인물들이 고립된 상황에서 보여줌직한 성격과 에피소드들 등등 기대가 컸다. 그러나 영화는 실망스러웠다. 길잃은 아귀레와 군인들, 섞여있는 구세계 스페인의 중간 귀족과 노예들이 햋빛, 물살 강한 아마존에서 뗏목타고 뱅뱅돌다 어리섞음과 굶주림에 죽어가는 것이 전부다. 

 시놉시스에 의하면 1560년 피사로가 엘도라도를 찿아 스페인 군사를 이끌고 안데스 밀림을 헤메다가 거친 강물과 정글 속에 길을 잃는다. 고립된 그는 그의 휘하 부대장 아귀레를  대장 우르스아와 함께 밀림 선발대로 내보내 길을 확인하라고 한다.  인원은 오합지졸 40명. 아귀레는 군인과 귀족 몇명과 노예들을 이끌고 아마존 강을 따라 흘러간다.....일행에게 식량을 구해오라는 명령이 있었고, 돌아와야하는 시한이 주어졌고 그들은 강 한가운데 고립되었고 식량이 떨어졌다....  

 남미 역사상 중요한 인물과 사건의 등장인데, 역사적 사실의 재현도, 영화 속 상상의 에피소드도 빈약하다. 전개도 짜임새 없고 등장 인물들의 성격구현은 더욱 보잘것 없다. 물살 거친 아마존에서 뗏목은  소용돌이에 갇히고 뒤집어질 듯 흔들리는데, 이 장면은  등장인물들의 상황에 대한 인식, 인식에 따른 행위, 불안과 아우성의 점증강, 그것이 형성하는 긴장 등이 있을만 한데, 그런거 없다. 컷 몇 장으로 복사 반복한다. 노예는 줄창 노젓고 군인은 노예에게 소리치고 아귀레는 화낸다. 같은 표정과 동작의 반복뿐. 

아귀레는 어리석은 귀족 한명을 뗏목 위에서 황제로 추대한다. 뗏목은 강한가운데 고립되있다. 뗏목 제국에서 노예와 군인들은 옥수수를 알갱이 세어 배급 받는데 귀족혼자 깨끗한 식탁보 깔고 로마황제의 식탁처럼 먹는다.  동감하기 어려운 에피소드이면서  권력자에 대한 유치한 비판이다. 식량이 떨어져 사람들이 굶어죽어가는데, 그 뗏목위에 말馬도 있다. 어떻게 말을 먹였을까?

 탐험대의 인적 구성, 의상, 음식, 탈 것들에 대한 고증이 있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스페인은  "군인" (가족, 여자를 대동하지 않은)만 보내서 신세계를 정복하는 점이 영국등과 다르고 그래서  중만미에는 인디언과의 사이에 혼혈인구가 많이 생기게 된다. 정복 초기의 금을 찿는 험한 길에 오합지졸 군대에 레이스 드레스의 가마타는 여자 귀족(아귀레의 딸과 누군가의 아내 등)이 섞여있다는 건 그럴 듯하지 않다. 더구나 정글 밖으로 나가 엘도라도로 가는 길을 찿고 식량을 구해오는 임무를 받은 선발대에 귀족녀 둘이 끼어있다는 건 영화를 위한 허구라 할지라도 무리가 있다. 필요해서 넣었다면 역할이 있어야 하는데 실제 영화내에서 그녀들은 화면의 배경일 뿐이었다. 

 기술적으로 헛점. 심장에 총을 맞았어도 피는 찔끔 나오고 색은 피빛이 아니라 잉크색이다. 의상은 현대의 직조물인것이 보이고 황제가 먹는 과일은 강 한가운데 고립되어 굶어가는 뗏목에서 구할 수 없고 1500년도 아마존에 없을 것이 확실한 과일과 야채(오렌지, 그레이프 후르트, 망고 비슷한 것등)이 보인다. 1972년 작이라고 해도 영화기술, 사실고증이 황당하게 부족하다. 

 아귀레역의 크라우스 킨스키는 영웅심, 정복욕, 맹목적인 황금욕에 불타는 불퇴전의 역사적 인물에 어울리도록 멋지게 생겼지만 (2002년 월드컵때 독일팀 골키퍼와 비슷한 인상) 화나도 겁나도 표정은 한가지. 눈 부릅뜨고 화내는 표정 한가지로 영화 전체를 끝낸다.  

 

  라틴 영화라 해서 칠레, 페루,에쿠아돌 배우나 제작, 감독을 기대했지만, 독일 감독에 폴란드 출신 배우. 독일어 더빙. 영화산업 외곽국가들의 작품은 없는 건지, 있으나 들여올 품질이 안되는지 또는 우리나라의 수입선 지평이 미, 서구에 한한건지 모르겠다. 누군가가 선택한 것을 소비하는 수밖에 없는 시장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