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25 02:29
자정쯤 밤 산책을 나섰다.
홍대 근처는 밥집, 술집,카페가 많아많아 젊은이들이 밤 깊도록 거리를 채우고 새벽에 날이 진다.
나는 카페안에 앉아있는 사람들, 늦도록 장사하는 옷가게를 구경하며 천천히 걸었다. 쓰레기 가득찬 큰 비닐 봉투들이 불 꺼진 음식점 문 밖에 놓여있다. 자전거 탄 아주머니가 내 옆을 지나갔다. 그녀는 어둠 속 쓰레기 봉투앞에 잠시 멈추었다. 그녀는 쓰레기 봉투를 얌전히 조용히 열어 그 안에서 무엇인가 꺼내어 자전거 옆에 걸린 자루에 옮겨 넣는다. 가까이 보니 찌그러진 알미늄 음료수 캔과 유리 병들이었다. 모자를 눌러쓴 그녀는 차림이 깔끔하고 자전거도 낡지 않았다. 여느 가정집 아주머니로 보였다. 자전거 양쪽에 걸린 자루만 때 얼룩에 칙칙했다.
걷다가 주차되어있는 차 앞창에 대리운전 연락번호 광고지를 끼우는 사람과 마주쳤다. 그는 대리운전 7979 어쩌구 번호가 수놓인 회사에서 준듯한 조끼를 입고 한 손에 묵직하게 종이뭉치를 들고 있었다.
그는 가로등 아래 많이 쌓인 쓰레기 더미에서 뭔가 뒤지고 있었다. 프라스틱 식기, 박스를 들어보며 무언가 쓸만한 것이 있나 보는 듯 했다. 그는 광고지 몇장에 얼마를 받을 거고 몇 번이고 그 일을 했거나 할 사람이기에 회사조끼를 입고 있을 것이다. 그 수고료가 살아가기에는 너무도 박한 액수이겠지.
낮에 종이 모으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여러명 본다. 한 3년 쯤 전에는 종이 줍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는 기억이 딱히 없었다. 동네에 노점상이라고는 과일 트럭 한대, 야채 팔던 할머니 한 사람만 있던 거리에 작년부터 트럭이 여러대 들어섰다. 과일 차도 하나 더 생겼고, 통닭 구워파는 트럭, 뻥튀기 트럭도 야채트럭도 자리 정하고 매일 나와있다. 붕어빵 구워팔던 수레는 작년 겨울에 생겼고 여름에는 옥수수 팔더니 지금은 수레만 비닐에 덮여 꽁꽁 묶인 채 두어달 한데에 세워져있다. 어려운 사람이 늘어간다.
오늘 춥지않아 다행이다.다행이다.
집으로 돌아들어오는데 마음이 어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