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27 06:19
2월이 끝나간다.
이번 달에는 설이 들었고, 가족이 모였고 , 아주머니들의 부엌시간이 길었고, 맛있는 음식이 있었고, 세배 돈이 돌았다.
우리 집 설, 추석은 여자들의, 여자들에 의한, 남자들을 위한 명절이다. 제사와 명절 때마다 장보기에서 시작해시작해 온갖 재료를 다듬어 나물 무치고, 전 부치고, 생선과 산적 지지고 탕 끓이고 밤 치고 뒷정리까지 여자들의 노동으로 돌아간다 .
지방 쓰고 제기에 괸 음식을 차례상에 올릴 뿐 남자들은 하는 일이 없다. 아침상이 펼쳐지면 여자들은 음식을 나르고 테레비 채널 돌리던 남자들은 식구들이 둘러 앉을 교자상의 윗자리에 앉아 술잔을 돌린다. 밥과 국이 식도록 술잔이 돌아가고 조카들 불러 술잔을 건넨다. 밥과 국이 식는다고 별 일이랴 . 여보 이거 다 식었네 하면 그만이다. 착한 아내와 형수, 제수씨들은 뜨거운 국을 몇 번이고 서비스 하니까 . 어른이 잡숫기 시작하고 남자들이 술잔을 돌리고 조카들까지 몇 잔씩 마시고 밥 숟가락 놓도록 여자들이 자리에 앉지 못하면 남자들은 여보,, 당신도 그만하고 먹지 한마디 하면 된다. 착한 며느리, 친절한 아내는 예, 먼저 드세요 하면서 종종걸음 친다..
여자끼리 교자상 모퉁이에서 첫 숟가락 올릴 때쯤 , 남자들은 상에서 방석 넓이만큼 물러난다. 여보 이거 치우고 안주될 것만 올리지 라고 할 거 같다. 여자들이 먹는 동안 남은 음식과 빈 밥그릇, 국그릇으로 저쪽 상 위는 어수선하다. 남자들과 조카들이 혹시 큰 엄마 작은 엄마와 임무를 교대해? 그런 일은 없다. 남자들은 한잔씩 더할까? 하며 상을 물리고 테레비 보는 동안 30 넘은 조카도 10대의 조카도 방으로 들어가 컴퓨터나 핸폰을 주무른다 .
여자들이 한 쪽에서 과일을 깎고 한쪽에서 그릇을 거두고 설거지하고 남은 음식을 정리하고 부엌에서 나오면 이야기거리 떨어진 남자들은 살짝 술기운에 이 방 저 방 침대 한구석 차지하고 잠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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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게시판마다 여자들의 명절스트레스가 끓는다. 여자에게만 노동이 과해 심정적으로 신체적으로 힘들다. 여자가 세빠지게 음식 준비해 남자의 조상에게 상 차려 올린다. 효도는 셀프하면 안되겠니. 차례 끝내고 친정의 내 부모도 보러 가야 하는데 시집으로 시누이 오니 보고 가란다. 남편의 누이는 친정 오는데 남의 집 딸인 며느리는 붙들고 있는 시집. 딸만 있는 부모는 어쩌니. 시이모,, 시조카 오는데 네가 친정가면 상은 누가 차리느냐는 시집. 노는 시누이 일하는 며느리.
시중들다 보니 식구들 식사 끝나고, 상에는 며느리 자리도 수저도 없고, 다 먹었으니 상 치우라는 시집. 과하게 음식 준비하는 시집 . 이틀 동안 음식 만들었으나 아무것도 안 싸준 시집.. 좋아하지 않는데 굳이 싸주는 시집, 좋아하지 않아 냉장고에냉장고에 굴리다가 버린다는 며느리. 부모와 자식간에, 형제간에 비용 분담 눈치와 갈등. 무심한 동서, 얌체 동서, 고마운 동서, 명절 용돈 요구하는 부모,, 세배 돈 주는 부모…. 그런 이야기들이다. 이것뿐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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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결혼한 여자들은 일년에 몇 차례씩 이런 명절, 제사 스트레스를 앓는다. 스트레스의 큰 원인들은 많지만 그 중에서도::
-여자들만 일한다.. 홈그라운드에서 남자들은 논다.
-- 며느리는 시집에 속할 뿐 친정부모의 딸인 것을 무시한다. 시집의 며느리와 시집 간 딸에
대한 대한 시부모의 이중적인 태도.
-며느리는 친정 부모의 딸이기 이전에 시집의 일꾼이다. 여자를여자를 동등한 가족 구성원으로 보지
않고 서비스 노동원으로 보는보는 시선.
-합리적이지 않은 음식 양. 낭비되는 노동력과 비용.
등 등이 가장 크지 않을까 한다..
여자들의 과중한 가사 부담은 여자들도 일하고, 일해야 먹고 사는 경제적 환경 때문에 이해와
조정이 필요하다. 일상은 가까스로 여자들이 운영해 나가나 명절에 일이 몰리고 불평등과 희생
에 대한 볼만이 터진다. 정치, 사회는 민주주의로 나아가는데 명절 지내기는 시집專制 이거나
男性專制시스템이다. 아내가 바빠서 도와주거나 취미로 요리를 하는 수준이 아니라 남자 몫을
정하고 책임 지는 수준으로 가사를 분담하여야 한다. 남편들아, 아내가 평소 안살림 전담이라
해도도 명절 민주적으로 지내기 프로젝트에 함께 하여보시라. 공간과 동선을 함께하며 동료와
프로젝트 성공하면 사랑과 존경은 그대에게~~. 확실하게 보장한다.
우리나라 결혼 관계에서 대부분 남자쪽, 시집, 시부모는 권력자이고 사용자의 지위를 누린다.
며느리에게는 "-해라" 하지만 사위에게는 "-하게" 한다. 말투에서 권력(?)의 차이가 드러난다.
권력자이기에 제약 없이 이중잣대를 들이댄다. 전근대적인 시어머니들이여, 며느리에게 사돈의
귀한 딸로서의 인권을 허하시라. 사위에게도 딸이 시부모 대접하듯 아내의 부모 대접을 청하시
라. 아들 장가 보내기 전에 가사개념 확실하게 훈련해서 보내시라..
몇 십 년 사이사이 식재료가 풍부해졌고 식습관이 바뀌었는데 따른 명절 음식종류는 몇 십 년 전과
같다. 상 위에 올라왔다가 냉동실에서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가 버려지는 음식은 없는지…식구 수
는 줄고 밖에서 먹을 일 많은데, 노동과 비용을 줄이려면 종류와 양을 조정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 세대가 가고 아이들이 짝을 맞고 부엌의 주인이 되면 조정하지 않아도 상위에 오르는 음식은 어짜피 바뀔런지도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