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담

바른 먹거리

2010/02/12 22:43
 

식 재료는 싱싱해서  좋거나 먹을 만 하거나 농약에 절어 위험하거나 상해서 나쁘거나 할 것이다.. 먹는 것에 옳거나 그르다는 도덕성, 윤리성을 가를 때 쓰는 형용사는 낯설다. 그런데 어느 식품업체는 자사상품을 바른 먹거리라고 부른다. 먹거리가 사람의 행실도 아닌데 바르거나 삐뚤 수는 없지 해서 거북했는데 광고를 자주 보고나니 그런대로 익숙해졌다.

 

지구의 절반은 굶고 있고, 먹고 있다고 해도 어떻게 조작됐는지 모르는 씨앗으로 틔운 곡물을 먹고 있고 먹어서는 안 될 사료로 공산품처럼 키운 동물을 먹고 있고 넘쳐나게 잘 먹는 사람들은 프아그라 등 고통 속에 자라고 죽은 동물들을 멋으로 기호로 먹고 있다.  

 

그러니까 깨끗하고 싱싱해서 좋은 먹거리일 수는 있지만 생산과정이 사람과 동식물에게 이롭게 처리된 먹거리는 아닐 수 있다. 사람과 동식물에게 이롭게 만들어진 먹거리가 바른 먹거리라는 뜻이리라.

 

틱낫한 스님이 쓴 글에 You are what you eat이라는 구절이 있다. 사람마다 다르게 읽을 터이고

나는 읽은지 10년이나 됐으니 그때 받아들였던 의미도 기억 속에서 닳고 바뀌었으리라. 다이어

트 식품 업자는 건강은 먹는 대로 간다고 할 것이고 심리 연구하는 사람들은 고기 먹으면 육식

동물 본능이 식물 먹으면 초식동물 본능이 형성된다 할 것이고 고급 술집이나 레스토랑에서는

당신이 마시는 게 당신의 품위를 말해 줍니다 하며 비싼 술과 메뉴를 권할 것이다 .

 

사랑으로 만든 음식을 먹고 자란 아이들은 사랑을 느낄 것이고 거리에서 거친 음식으로 허기를

달래야 하는 사람은 삶이 거칠게 느껴질 것이다. 독이 든 음식을 먹으면 앓게 되고 청정하게

만든 재료로 만든 음식은 몸을 보할 것이다. 틱낫한 스님의 글에 기억나는 이미지가 있다 . 이미

지는 저장되었다가 변하기도 하니 내 기억은 스님의 그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따뜻한 햇살아래에 오렌지를 보고 있다. 천천히 한 조각을 까서 입에 넣는다. 달콤한 과

즙이 입 안 가득하고 향이 공기중에 퍼진다. 아이는 오렌지 나무가 뿌리내린 땅을 기억하고 오렌

지 익히던 햇살을 생각한다. 아이가 먹는 것은 땅의 선량함과 기운-에너지이고 그것은 소우주를

지탱한다....

 

소우주를 지탱하게 하는 음식은 싱싱하거나 맛있는 걸로는 부족하다. 바르게 키우고 바르게 거

래되어 재료를 기른 이들이 억울하고 서러워서는 안될 것이고 안전하게 만들어져 소중하게 먹혀

야하겠다. 자신의 제품에 바른 먹거리라고 이름 붙인 이들이 이런 생각으로 이름 붙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름이 뜻을 담으니 한 번 더 생각하고 만들었으리라고 믿는다 .

 

명절 장을 보면서 포장지를 살폈다. 점원 아주머니가 "신경쓰이지요?" 하고 물었다.

밑도 끝도 없는 물음이었지만 아주머니이고 어머니이면 재료가 어디서 온건지, 뭐가 들었는지

살펴보는 거 다 안다. "어짜피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안나와요"한다. 낙지이야기다. 함께 장보던

아이가 "엄마, 왜 낙지가 우리나라에서 안나와?" 하고 묻는다. 개펄이 없어져서 낙지가 살 곳이

없단다고 하려니 마귀할멈 나오는 동화이야기 하는 기분이다. 아이가 어렸다면, "엄마 개펄은 왜

없어졌어?" 하고 물었으리라. 개펄 없앤거 낙지에게 바른 짓거리 아니다. 그러니 바른 먹거리

구하기 힘들어진다.

 

*********************************************************************************************

 

바른 먹거리를 만드는 식품회사 창업자가 현 정치인이라는 걸 알았다. 그의 기부에 관한 기사를

읽으니 사업의 목적인 이익추구 위에 만드는 이, 먹는 이를 바르게 대하는 자기 계율이 있었으리

라 짐작하게 된다. 사회에서 이룬 것을 사회로 내어놓는 것은 자기 몸을 이루고 지탱하게 해 준

것이 우주에서 온 것을 느끼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겸손과 감사를 아는 아름다운 사람

이다. 그에게 존경을 표한다. 그의 이름은 원 혜영이다 .

 

수십억 기부…전세금 대출’ 원혜영 “제 순자산은…”

[경향신문] 2010년 02월 04일(목) 오후 04:49 가  가| 이메일| 프린트 
수십억원을 기부하고 막상 자신은 전세자금 문제로 애를 먹었던 CEO출신 민주당 원혜영 의원의 사연이 공개된 후 네티즌들의 찬사가 끊이지 않은 가운데 급기야 원 의원이 ‘해명’과 함께 관심에 대한 감사의 글을 올렸다.

 
최근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유명 식품회사 풀무원 창업주인 원 의원은 정치 입문 후인 1996년 지분을 모두 처분한 21억원을 장학재단에 기부했다. 지난해 모친상을 치르며 들어온 부조금 1억여원도 지역 시민단체에 전달하는 등 기부활동에 매진해왔다. 하지만 지역구 부천에서 30평대 아파트에 1억4000만원 전세를 살고 있는 원 의원은 최근 집주인이 물가 인상을 이유로 전세금을 4000만원 올리자 은행 대출을 받아 전세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사연이 공개된 후 인터넷 상에서는 “진정 행동하는 양심”, “아름다운 정치인” 등의 찬사가 줄을 이었다. 급기야 다음 아고라 청원 게시판에는 ‘원 의원을 후원합시다’라는 청원까지 올라왔고, 3일 현재 380여명의 네티즌들이 이에 적극 동참의사를 밝혔다.

이같은 선행이 화제가 되면서 원 의원은 이날 게시판에 직접 감사와 해명의 글을 남겼다. 그는 ‘저에 대한 관심과 격려에 깊이 감사드립니다’라는 글에서 “트위터를 보고 알았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언론보도 내용을) 인상깊게 보시고 서명운동도 하시고, 아고라에 글도 올리신 것도요. 본의 아니게 주위 분들께 걱정을 끼쳐드리게 되어 참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그 못지않게 얻은 것들이 많아서 기쁘네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원 의원은 이어 “보도 내용 중에 ‘자산보다 채무가 많은…’이라는 내용에 대해 해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라며 “전세금을 충당할 수 있는 예금이나 현금 등 금융자산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채권보다 채무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순자산은 부채를 제외하고 7억원쯤 됩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전세를 살고 있기 때문에 집이 없는 것으로 오해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옛 오정면 도당리, 지금의 원미구 도당동에 제가 태어나서 50여년 간 살아온 아버님 명의의 26평짜리 집이 있습니다. 이 집을 떠나 2년 전 지역구인 오정구 성곡동의 아파트에 전세를 얻어 이사를 했습니다”라고 설명한 후 거듭 감사의 뜻을 전했다.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들의 초코렛  (0) 2010.12.28
명절 유감  (0) 2010.12.28
악몽  (0) 2010.12.28
아이포드 사용기  (0) 2010.12.28
우리집 꼭미남-잘 나온 걸로 해주세요  (0) 2010.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