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학생을 수료 전에 검사로 임용한다고?

로스쿨 검사임용관련 - 사법연수원 제41기 자치회장 인터뷰 전문

프로그램 :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FM 105.3Mhz)
방송일시 : 2011. 3. 3. (목) 07:47 ∼ (약 10분)

-어제 42기 연수생들이 연수원 입소를 거부하는 등 파행을 빚었는데, 선배로서 심정이 어떻습니까?

사법연수원 원장님에게는 죄송하지만, 현대판 음서제를 추진하려는 법무부의 불법적이고 부당한 정책에 정면으로 맞선 아주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며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그러한 행동의 원인을 제공한 법무부측에 잘못이 있고, 42기 연수생들은 정의감과 국민적 공감대에 입각하여 법무부의 불의한 정책에 항의한 것이므로, 42기 연수생들에게 어떠한 불이익도 가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42기 전체가 입소식 전면거부를 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입소식 자체는 진행되게 하면서 절반 이상이 법무부의 현대판 음서제 추진에 정면으로 항의한 것은 42기생들이 취할 수 있는 절묘한 방법이라고 봅니다.
사법시험 기타 공무원시험을 준비중인 수험생들도 현대판 음서제인 로스쿨생 검사선발 방안에 반대하는 활동에 동참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41기들은 법원이나 검찰에서 실무연수를 받고 있는데요, 동기생들의 대체적인 반응은 어떻습니까?

41기들은 42기들의 용기를 높이 사고 있습니다.
41기들도 법무부 방안에 대해 크게 분개하고 있고, 2월 23일 수원지검 검사시보들을 필두로 하여 500여 명의 시보들이 시보지별로 법무부 방안에 항의하는 성명서를 2월중에 이미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사법연수생들의 자치광장 홈페이지에는 시보 1,030명 중 대부분인 천여 명이 각자의 명의로 법무부 방안에 반대하는 글을 썼습니다.


-법무부는 내년 졸업 예정인 로스쿨생 중에 우수한 학생을 골라 신규 임용 검사의 50%까지 우선 선발하는 방안을 내놨습니다. 무엇이 문제라고 보십니까?

가장 큰 문제는 시험 없이 로스쿨원장의 추천과 면접으로 선발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권문세가의 자제들이 선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은 대다수의 로스쿨생, 특히 여자와 집안배경 없는 사람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따라서 대다수의 로스쿨생들도 이러한 법무부안에 반대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로스쿨제도는 법조일원화를 전제로 한 것으로서, 수료자 중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일정기간 변호사로서 일하게 한 후에 판.검사로 임용하기 위해 도입된 것입니다. 이 점에서 판.검사 양성을 위한 사법시험제도와는 구별됩니다.
사법시험 합격자가 연수원 수료 즉시 판.검사로 임용되는 것은 당연함에 반하여, 로스쿨 수료생은 변호사시험 합격후 일정기간 변호사로서 수습을 받고 경력을 쌓은 후에 판.검사로 임용되어야 합니다.

또 현행 로스쿨은 전반적으로 교육이 부실하고 검사직무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교육조차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로스쿨 수료 즉시 판.검사로 임용하는 것도 잘못인데, 로스쿨 수료 전에 판.검사로 임용하는 것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잘못입니다.


-41기생들은 법무부의 방침을 ‘현대판 음서제’라고 비판했는데, 어떤 이유에서입니까?

법무부의 방안은 시험 없이 추천과 면접으로 검사를 임용하는 것으로서, 권력세습을 위한 검사특별채용제에 해당합니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공정사회의 취지에도 반합니다. 따라서 현대판 음서제라고 비판하는 것입니다.

로스쿨 입학전형시의 스펙 요구와 고액의 등록금 때문에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일반서민들은 변호사조차도 꿈꾸기 어려울 텐데, 검사를 시험 없이 추천과 면접으로 선발하면 유명환 장관 딸의 특채 파문에서 보듯이 권문세가의 자제들이 검사로 임용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지 않습니까?
서민층 자제들은 로스쿨 입학조차 어려운데, 검사임용시험도 없이 로스쿨생 중 원장 추천을 받은 자가 검사로 임용된다면 서민층 자제들은 검사로 임용될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것입니다.

사법연수생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어제 법무부 검찰국이 로스쿨생을 검사신분 부여 없이 인턴처럼 검찰실무수습을 받게 하겠다고 설명자료를 배포했는데, 실무수습기간 동안 검사신분을 부여하건 안하건 별도의 공개경쟁시험 없이 추천과 면접으로 검사를 선발한다는 점에서는 종전의 방안과 동일합니다.

객관성과 공정성을 보장하려면, 변호사시험 합격자 중에서 변호사시험성적을 고려하여 선발하든지 별도의 검사임용시험을 거쳐서 선발하든지 해야 할 것입니다.


-법무부가 로스쿨생 검사 임용방안을 내놓은 것은 법원과의 ‘밥그릇 쟁탈전’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양 회장님은 정부의 이런 방침에 어떤 배경이 있다고 보십니까?

성적이 최상위권인 사법연수생들이 판사로 지원하고 그보다 좀 못한 연수생들이 검사로 지원하는 것은 최근의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이는 정치검사, 스폰서검사, 편파수사 등으로 국민들의 검찰에 대한 불신이 높아서 연수생들이 검사보다는 판사를 더 선호하는 경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법무부와 검찰로서는 검사로서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우수한 연수생들이 검사로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할 것입니다.

로스쿨제도는 법조일원화를 전제로, 다양한 경험과 경력을 쌓은 변호사를 판.검사로 임용하려는 것인데, 법원이건 검찰이건 로스쿨 수료 즉시 또는 수료 전에 판.검사를 임용하는 것은 이러한 취지에 반합니다.

우수한 사법연수생들이 검사로 지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로스쿨 수료도 하지 않은 자를 검사로 임용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잘못된 발상입니다.


-사법연수생은 사실상 공무원 신분입니다. 정부 정책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것인데 부담되진 않으셨습니까?

공무원에게도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으므로, 잘못된 정책에 대해 공무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충분히 비판할 수 있습니다.
지난 1월 12일 40기 사법연수생 수료식에서 이귀남 법무부장관께서는 축사를 통해 "법조인의 기본사명은 공정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선도하는 것"이라면서 "법조인으로서 처음 품었던 정의에 대한 갈망을 평생 간직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정의감을 외부로 표현하는 것이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우리의 사명을 다하고 있는 것입니다.


-당장 내년에 연수원을 수료하면 로스쿨 1기 졸업생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연수원 내부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실력만으로 승부한다면 사법연수생들이 로스쿨생들보다 훨씬 우수하다는 자신감을 우리 연수생들은 가지고 있습니다.
검사를 임용하건 변호사를 채용하건 로스쿨생들의 집안배경을 고려하지 말고 오직 검찰실무능력.변호사실무능력과 같은 실력만으로 판단해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로스쿨 졸업생 가운데 합격생을 몇 %로 할지가 관심입니다..어느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인위적인 합격률을 정하기보다는 사법시험처럼 출제와 채점을 엄격히 하고 과락제를 두어서 사법시험 수준의 실력을 갖춘 사람만을 합격시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굳이 합격률을 정한다면, 사법시험 합격자들과의 실력수준을 고려할 때 정원의 30%인 600명 수준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변호사는 넘쳐나고 채용문은 좁고...앞으로 법조인력 수급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떤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정부기관.공공기관과 사기업체의 법무담당자를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 하는 것, 특허사건.행정사건과 일부 민사사건에서 필요적 변호인제도를 도입하는 것 등이 고려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법무법인 등에서 인턴변호사를 2배수로 채용한 후 그 절반을 퇴출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수급불균형을 해결하려면 무엇보다도, 잘못 도입된 로스쿨제도를 폐지하고 사법시험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보다 먼저 로스쿨제도를 도입한 일본에서도 로스쿨생의 학력저하가 심각하다 하고, 독일의 경우에는 로스쿨출신의 실력저하로 인한 법률서비스의 질적 하락 때문에 이미 오래 전에 로스쿨제도를 폐지하고 사법시험제도로 회귀했습니다.
우리도 로스쿨제도를 폐지하고 사법시험제도만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