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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생활

더 폴 The Fall

2010/03/19 00:04


아주 재미있게 본 영화 이야기.


 

영화는 스턴트맨이 강물로 떨어지고 말과 코끼리가 강물에서 허우적 거리는 장면으로 단박에 관객의 주의를 집중시킨다. 도입부는 아슬아슬하고 스펙타클한 영화 촬영 장면인데, 이는스턴트맨인 주인공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기 위한 것이기도 하고, 영화에 기여하고 상처입고 사라지는 이름 없는 스턴트맨들을 기억하려는 감독의 마음이기도 하다. 그 마음은 영화의 뒷부분 스턴트 장면들로 확인된다.

 

보기 시작하면서 기대가 부풀었고 곧 빠져들었고 즐거웠다. 이국적이고 환상적이며 의미 가득한 장면의 아름다움, 색상, 의상, 작은 장치들, 상상 속 이야기와 교차하는 비정한 현실 속 이야기, 두 줄기의 매끄러운 엮임, 상상속 등장 인물들의 상징성, 그 모두가 풍부했다. 나에겐  즐거운 시각적, 문학적 entertainment였다.

  

 스턴트 배우인 주인공 로이는 촬영중 다리가 부러져 병원에 입원한다. 나무에서 떨어져 팔에 깁스한 5세 소녀 알렉산드리아는 병원을 돌아다니며 놀다가 로이와 친구가 된다. 로이는 알렉과 시간을 보내려고 매일 지어낸 이야기를 들려준다. 알렉은 이야기에 빠져 다음 이야기를 들으려 매일 로이에게 온다. 로이는 자신의 하체가 마비된 것을 알았고, 영화사는 로이에게 불리하게 사고를 처리 하였고, 그의 애인은 영화사의 힘있는 자와 떠나버렸다 . 그는 자살을 생각한다. 이야기 들려주며 친해진 알렉에게 자살용 모르핀 약병을 훔쳐오도록 시킨다.

 


알렉은  화재에 아버지와 집을 잃고 동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 온 영어 못 하는 가난한 엄마의 딸이다. 알렉은 오렌지 따는 벌이로 가족을 도우려다가 나무에서 떨어진 것. 로이에게 상실과 배반의 고통이 있다면 알렉에게는 불에 타 죽은 아버지와 잿더미가 된 집의 기억과 어리기에 아직 느끼지 못하는 가난의 무게가 있다. 로이가 모르핀을 생각할 때 알렉은 아버지 사진, 살던 집 사진 등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상자에 담아 장난감처럼 지니고 다니며 멀지않은 과거와 지금의 시간을 보낸다. 성인은 고통을 죽음으로 피하려하고 아이는 상실의 기억 상자를 옆에 끼고 부러진 팔처럼 낳기를 기다린다.

 








 

로이가 만드는는 이야기에 다섯 명이 등장한다. 모두 권력자 오디어스에게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거나 동생을 잃었거나  견딜 수 없는 노동 끝에 동생을 잃고 노예 대열에서 도망쳐 나온 자이다.

 그들은 복수하려고 오디어스가  출몰하는 세계를 쫒아 다닌다.

동생의 피로 물들은 천과 돌. 자연이 무대인 연극 셋팅같다.

 


하늘로 올라가는 동생의 피와 피에 젖은 돌.

 조형 대칭과 강렬한 색깔 배열.

 
다섯 명과 오래된 나무에서 태어난 자. 보잘것 없는 몰골의 이름은 지혜.















지혜가 무지한 자들에게 당한다.

 














알렉을 대신하여 화살을 맞고 죽는 노예. 
고통스런 노예의 대열에서 탈출하였으나 타인의 죽음을 막느라 자신의 목숨을 잃는다.



















현실의 로이가 힘을 잃어가면서 로이 머리 속의 이야기는 현실에 패배하여 자살하려는 자신의 이야기로 바뀐다. 로이 이야기 속 복수는 실패하고 등장인물은 하나하나 죽는다. 이야기에 동화된 알렉은 로이 이야기 속에 등장하여 Bandit(로이)와 함께 일인칭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Bandit과 알렉은 父女처럼 마음이 엮인다. 연적의 칼에 죽어가는 Bandit 에게 죽지 말라고 빌며 우는 이야기 속의 알렉은 현실의 알렉이다. 
로이의 부탁으로 몰핀 약병을 집다가 선반에서 떨어진 알렉은 죽을 듯한 고비를 넘기고 깨어난다. 자신때문에 순수한 어린 친구가 죽을까봐 로이는 알렉 옆을 지킨다.

 원작자의 의도와 관계없이 내가 본대로!!! 해석하자면 로이 이야기 속의 등장인물은 사회속 역할로 구분되는 존재를 의미한다.  보이지 않고 잡을 수 없는 권력자, 화약과 파괴, 전쟁,모든 전쟁과 침탈을 기록하고 문명을 연구하고 해석하는 자, 들판에서 노역하여 그들 모두를 먹이는 노예와 凡夫. 그들에 대한 권력의 지배와 약탈. 싸움, 복수와  패배를 의미한다. 

어디어스에게 아내를 빼앗긴 과거 권력자 인도인, 전쟁/파괴를 상징하는 화약 전문가,, 자연을 연구하고 과거를 해석하여 소통 시키는 생물학자 다윈, 끝 없는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닫힌 구조의 하부에서 탈출한 노예,, 역사 속 잊혀진 지혜를 의미하는 고목에서 탄생한 신화같은 인물, 권력자 오디어스와 그의 대리로 힘을 행사하는 얼굴 없는 철갑 속의 병정들, 동생이 권력자에게 죽고 그의 복수를 결심한 凡夫 Bamdit 등은 사회의 축약이다.  

등장인물은 사회속 역할이 달랐던 것처럼 다른 모습으로 죽는다. 자기 생명을 지키려다 죽는 것이 아니라 알렉에게 날아오는 화살을 막으며 희생하는 흑인 노예, 철갑 병졸들에게 밟혀죽는 지혜, 아이러니하게 자신이 파괴하려는 것에 파괴되는 화약 전문가. 각 인물의 의미가 이 영화를 이미지의 향연 이상으로 무게 나가게 하고 있다. 

그들의 복장, 색깔, 소도구도 볼거리다.화약/파괴의 화려한 황금 복장과 거대한 체구에 비하여 나무에서 태어난 지혜의 보잘 것없고 벌거벗은 외양, 다윈을 제외하고는 소통되지 않는 그의 언어, 그 자체가 감옥일듯한 병졸들의 철갑의상 등 세심한 디자인, 심리적, 문화적 기호 장치가 놀랍다.  심지어 죽음의 소도구도 환상적으로 장식한다. 

제작자이며 감독인 타셈 싱은 성공적인 CF 감독이라한다. 이미지로 눈을 사로 잡아야하는 CF 감독의 작품답게 24개국 로케이션에서 찍은 장면은 갤러리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그가 배경으로 삼은 자연과 건물은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적 그림의 배경과 닮아있기도 하고 MARK ROTHKO의 순수한 COLOR 위의 COLOR 덩어리로 보이기도 한다. 그는 CF를 제작하면서 자신의 영화에 쓸 장소, 장면을 미리 점찍어 놓았고  전혀 CG를쓰지 않았다고 한다. 컴퓨터와 기계가 작업하는 시대에 화면을 수공예하듯 사진, 필름 장인으로 아름다운 영화를 만든 것이 경이롭다. 그가 스턴트맨에게 경의를 표하는 마음과 카메라(컴퓨터 아닌)로 이미지를 구현하는 것은 상통한다.  

얼핏 화면, 색, 풍경이 story를 勝한다. 그러나 내겐 화면의 항연 만큼 현실과 상상속의 두줄기 이야기가 주인공의 심리 흐름을 따라가며 한 이야기로 엮이는 스토리 분석을분석을 하는 재미도 컸다.  어른과 아이가 이야기를 매개로 가까워 지고 어른은 이야기에 자신을 투영하고 아이는 동화하다가 아이가 어른에게 바라는 결과를 이야기 속에서 만들어 허약한 어른이 현실의 삶을 끌어안게 만드는 과정, 순수한 우정과 서로 의지함으로 인생의 추락에서 일어나 앉게 하는 헌신. 사랑, 배반, 복수, 치유와 성장 이야기.  

여러 구성요소, 등장인물들의 의미가 과대하나 그것을 담아낼 성격과 스토리 전개가 엉성한 점, 신 또는 사랑과 배반에 대한 조명를 심화시켰으면 하는 작은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3인칭 남의 이야기를 1인칭 나의 이야기가 되게하는 苦痛과 同化의  開心작용.開心작용에 비하면 그런 아쉬움은 아무것도 아니다.



감독 타셈 싱 TarsemTarsem Singh,

주연 리 페이스 Lee Pace, CathicaCathica Untar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