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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생활

그림 구경 SOAF

미술관을 백화점으로 친다면 아트페어는 여러 수준의 작품을 가까이 격의없이 보는 재미가 있달까. 특별한 기대없이 돌아보다가 멋진 작품을 만나는 우연이 좋달까. 이번 SOAF에는 구십 몇 갤러리가 참여하였다고 한다. 번잡할 수도 있지만 화상과 관람객, 작가의 활기 속에 한꺼번에 몇 백 작품이상을 한 곳에서 보는 편리함도 있다. 듣자니 미술시장의 vip들, 백화점에서 거액 매출 올리는 특별 대접 고객들에게는 일반 관람객들 이전에 첫날 시간을 배정하였다 한다. 음...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렇지...
한 때 보고 즐겼다가 뜸해진 작가를 다시 보게 되기도 하고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창의력 반짝이는 작품도, 요즘 뜬다는 작가의 작품도 구경할 수 있었다.  

보고 놀랐는데, 송수남의 꽃그림이었다. 선명한 분홍, 빨강, 노랑색의 꽃, 줄기로 가득한 화폭은 화려하다. 다양한 색의 다양한 꽃과 새, 벌레 등이 평면적으로 빼곡히 들어찬 모습은 김종학을 연상시켰고 한가지 꽃을 (예를 들면 매화) 반복하여 채운 화면은 이대원을 연상시켰다.

그는 40여년 동양화를 한국화라고 부르며 그 에센스랄까 정체성이랄까를 작품으로 규명해 가던 사람으로 기억하는데, 이번에 나온 꽃으로 가득찬 유화 화면은 정말 그 송수남일까 묻게 하였다. 그의 그림은 70-80년대 달력을 주름 잡았다. 그 시절 그는 화면을 크고 대담하게 자르고 이전의 동양화에서 보이던 확대된 부분의 디테일을 생략하고 반투명한 푸른색, 반투명한 노란색등을 화면 의미의 중심에 부분적으로 사용하여 특별하고 인상깊었다. 
그 이후 그림은  묵+그래픽적 구성+채색으로 바뀌어그 역시 독특하였는데, 박서보의 묘법, 이우환의 붓질, 남관의 글자 변주로 가득한 화면 등을 연상시켰다. 

두 번의 큰 변화가 모두 스타일에서 동시대의 선두를 달리는 화가들을 연상시키거나 가장 대중적으로 팔리는 작가의 화풍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우연이라고 보아야 할 까, 시대의 스타일 구룹이라고 보아야 할까. 송수남이 소재, 표현법을 동시대 화가에게서 영향 받았다고 보아야 할까?
예술 작품으로서의 오리지날리티를 인정받으려면 그의 그림 대상이 목가적 자연, 묵상적 자연에서 선면구성 등 표현자체로 바뀐 사고 궤적, 철학 말하자면 내적 필연이 받쳐주어야 할 것이다. 화상과 송수남의 그림에 대해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추상, 동양화는 수요(?)가 없다고 한다. "작가가 아마도 그림을 좀 팔려고 그런 거 같아요. 우리 나라는 꽃그림을 워낙 좋아하니까."  "송수남이니까 그렇게 그리죠. 남이 어떻게 생각하거나 말거나..."  그건 맞는 말이다. 자기 스타일을 만들고 성공한 경우, 그것을 벗어나 다른 시도를 하는 데에는 위험이 따른다. 변화 시도는 자신감의 발로일 수 있다. 그러나 대중적에게 받아들여진 작풍을 따라 나를 바꾸는 것은...개인에게는 모험이지만 관객이 보기에는 모방????인가.

촬영 불가인데 많은 사람이 사진을 찍고 있기에 나도 카메라를 꺼냈다. 
 


스페인 출신 영국 작가의 작품. 삼겹살과 깻잎을 보아서는 한국인데 다다미로 보이는 바닥과 무릎 꿇은 자세, 밥 공기 들고 먹는 모습은 일본이다.  


행복한 여인, 부끄러운 여인, 수줍어 수채로 얼굴을 가렸지만 마음은 부채처럼 유혹적이고 머리에 꽂은 꽃처럼 열정적인듯. 꽃이 가득한 잠자리에 든 소녀. 사랑스럽다. 무슨 꿈을 꿀까. 확대해서 다시 한방. 그림이 쉽고 밝고 가볍고 편안하다.  


어쩌라구~~~, 보자마자 웃음이 나왔는데, 웃고 돌아설 수 없는 표정. 이 남자 심정 알 듯 하다. 뭔가 울고 싶은 심정인데, 비가 오니 빗물인척 울어버린다. 작가 박 진성.


에이, 담배나 한대 피면서 잊어버리자구... 좋게 되겠지...
내 속은 말 못하고 남의 말만 들어야해서 작은 잎, 큰 귀,  어쩐지 친숙한 엉성한 수염, 눈 가 주름.




10여년 전부터 그림 배우고 이번에 화랑을 연 친구가 SOAF에 참여했다. 화랑에 걸렸었던 그녀의 추상화를 다시 보게 되었는데, 처음 보았을 때 못보았던 디테일이 이번에 눈에 들어왔다. 두 번째 보니 그녀가 드러내려 했던 것, 그녀 내면의 굴곡이 이해되는 듯 하였다. 추상은 안면을 터야 짧은 말이라도 건다.  

20년 넘게 유화를 그린 친구가 반응하고 호응을 보이는 그림은 그녀의 그림과 유사한 추상, 반추상이다. 그녀는 선, 면, 색에 관심이 간다고 한다. 내용과 의미는 찾지 않는다. 특별한 효과, 기법이 보이면 자세히 들여다 본다. 나같은 단순 구경꾼에게  없는 경험과 눈이 있어 다른 수준의 궁금증이 있는가 보다. 작업하며 마주쳤던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일 수도 있겠다. 의미를 상징을 통해 전달하는 화랑친구의 추상과 다르다. 나는 구성, 형식, 기법 이런 것들은 랭귀지라고 본다. 작가는 랭귀지를 다듬지 않을 수 없다. 랭귀지는 내용을 담는 방법이다. 나는 내용 없이 선면색으로 채워진 화면에는 끌리지 않는다. 감상자와 생산자(?)의 차이일지.
 


독립된 두 점을 마주 놓았다. 꽤 알려진 작가인데, 이름은 잊었고 그림은 글쎄, 모르겠다. 많이 그리고 이름이 있고 자신이 붙으면 이런 그림이 나오는가. 내용의 빈약함과 표현의 안이함이 느껴진다.
 


화랑 친구는 "너는 자연에 반응하더라"고 했다. 꽃, 숲, 물, 나무를 즐기니 맞는 말이다. 그림 속의 이야기, 문학성도 즐긴다. 아래 그림은 사진이 아쉽게 나왔는데, 그림 속 풍경의 고요가 좋다. 돌을 갈아 가루에서 색을 뽑았다한다. 인공재료가 아니어서 선명하고 화려하지 않으나 소재와 어울리는 조용한 맛이 있다. 들여다 보면 동화되는 듯 하다. 돌에서 색을 추출해 내는 화가의 단순하고 시간 오래 걸리는 노력도 느껴진다.


전영근. 좋은 날, 즐거운 여행. 차창 밖 들판도 바닷가도 탁 트였다. 차는 작고 행낭은 올망졸망하다. 낚시대도 있고 수박 한덩이 차 위에 올려져있기도 하다. 바닷가, 들판을 걷고 사람을 접하는 여행이 아니라 차, 차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여행이다.  밖 어디에도 사람은 없고 차창은 단단하게 닫혔고 그 안은 어두워 사람이 안보인다. 시원한 차 안의 공기는 검게 닫힌 유리창 안에 갖혀 오곡을 익히는 창 밖의 뜨거운 공기와 섞이지 않는다. 그 또한 요즘 여행의 한 면이기도 하다.





몇 개의 그림이 자꾸 생각난다. 첫 눈에 반하는 그림도 있고 다시 보니 맛이 덜 느껴지는 것도 있고 봐도 봐도 좋은 그림도 있다. 그 몇 개를 보러 다시 갈까...다시 보고 싶은 것이 있었으니 행복한 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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