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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생활

실크로드와 둔황

갑자기 왕오천축국전 원본을 오늘(3/20)까지 전시한다!고 누군가가 말했던 생각이 났다.  1908년 둔황의 고굴에서 프랑스로 옮겨간 이후 한 번도 전시되지 않았던, 앞으로 언제 전시될 지 모르는 1300년 된 보물이다.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 미뤄왔다가 마음이 급해졌다.

기회는 찬스다! 프랑스에 가도 못본다!






혜초는 704년 경 신라에서 태어나 719년 15세 때 밀교(불교 공부의 한 방식)을 공부하러 중국에 갔다. 당나라 유학승 혜초는 723년 19세 때 인도로 求法여행을 떠났다. 불교 성지를 순례하며 부처의 흔적을 찾았다. 그의 관심은 불교에 한하지 않아 오천축국을 돌고 토번국, 투르크, 파샤국을 걸으며 사람들 사는 모습을 기록했다. 4년 동안 
2만 키로를 걸어 둔황을 거쳐 당의 수도 장안으로 돌아왔다.


왕오천축국전은 입구를 흙으로 막아놓은 둔황의 막고굴 장경동에서 몇 천권의 다른 책들과 천이백년 시간 속에 갖혀 있다가 프랑스의 폴 펠리오에 의하여 1908년 발견되었다. 그가 앞 뒤가 없어진 두루마리 문서가 왕오천축국전이라는 것을 알아보게 된 것은 몇 겹으로 특별한 일이다. 

정작 왕오천축국전은 앞 뒤 없어지고 남은 총 358cm 5,893여 字중 60여cm만 전시되어 있었다.  전문가들은 날아갈 듯 바스라 질듯한 종이 와 의미를 헤아려 보겠지만 내 눈에는 글씨가 들어왔다. 한자는, 한글도 가끔 그런 느낌을 주는데, 그림처럼 보이기도 한다. 청년 혜초의 글씨가 그랬다. 단정하고 아름답고 동글 동글한 글씨이다. 예를 들어 추사의 글씨는 남성적 힘과 기개, 스타일이 있다!는 느낌을 주는데, 혜초의 글씨에서는 남성적이기 보다는 균형, 단정함, 많이 쓴 듯 연마된, 리드미칼한 아름다움을 느꼈다. 역사적 유물을 보고 감격하지 않고 그런 느낌을 갖다니! 

박물관 앞. 앉아서 찍으니 앞의 아파트들을 가릴 수 있다. 사진만 봐서는 앞이 지평선이기라도 한 듯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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