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어촌이었다던 마을은 기존 리조트와 새로 지어지는 대형 리조트, 별장식 주택단지 등으로 바뀌고 있었다. 층을 올리다 멈춘 리조트, 다 지어진 그러나 빈 지 오래 된 듯한 별장식 주택들. 페인트 색이 바랜 분양 광고판이 보인다. 사이사이 소규모 상가가 지어지고 있었다. 외부 대형 자본이 리조트 비지니스 호황을 기대하며 몰려들다가 멈추었고 동네는 조그만 상가의 신,증축으로 변화를 이어간다는 느낌이 났다. 거리에서는 러시아어가 많이 들렸다. 러시아어 간판이 많이 보였는데 그 중에는 우리 대학가에서 보이는 '하숙방 있음' 같은 room for rent for russian도 있었다.
동네 사람이 아니라면 지나칠 특징없는 골목으로 들어서 바다쪽으로 몇 발짝 걸으니 짠내와 생선 삭히는 비린내가 났다. 배는 바다 저쪽에 떠 시간을 기다리고 있거나 모래위에 누워있다. 사람이 누워도 될 커다란 소쿠리는 배와 해안 사이를 이어주는 배도 되고 생선 담는 통도 된다고 한다.
이곳에서 잡은 생선으로 젓갈을 담는다.
바캉스용 롱드레스를 차려입고 걷는 러시안 커플들과 조용한 동양인 관광객만 간간이 보이고 거리는 조용하다. 젓갈 냄새가 바람에 실려 동네를 돈다. 조용하면 냄새를 더 잘 맡을 수 있는 건지.
나는 우리가 묶은 호텔이 마음에 든다. 호텔 소개에 나온 의자와 침대헤드에 쓰인 캔버스의 프린트가 눈을 끌어 선택했는데, 개업한지 4개월 되었다는 리조트는 건축과 설비와 집기가 모두 스타일리시하고 깔끔했다. 침대헤드에는 방마다 다른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이건 호텔 사진 빌린 거)
엉덩이 의자 덮개, 깔개마다 그림이 다르다. 밝고 환하고 친숙한 자연. 소박한 소재에 화려한 색. 섬세하고 대담한 선택이다. 매니져에게 호텔을 칭찬하며 가구 공급자, 디자이너가 누구냐 물었다. 소유자의 딸이 집기과 디자인을 선택했는데, 한 두달 휴가중이라고... 매니져는 이메일통해 늦더라도 꼭 알려주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