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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화장실 휴지로 본 경제력

2010/04/22 20:11

규모나 가격이 좀 되는 식당, 커피숍은 식당 이름이 인쇄된 종이 냅킨을 내놓는다. 무릎에 까는 큰 거를 주기도 하고 식탁 티슈만 있는 경우도 있다. 좀 구질스러워 보일테지만 나는 휴지가 아까워서 내가 쓴 무릎 냅킨과  입 한 번 닦고 접어 둔 티슈는 슬쩍 접어서 주머니에 넣는다. 가족들과 식사했을 경우, 써서 구겨졌지만 깨끗한 냅킨은 모두 내 주머니 행이다. 사용하지 않은 냅킨은 제자리에 얌전히 쌓아놓는다. 웨이터가 깨끗한 냅킨을 듬뿍 집어 식탁을 한 번 쓱 흩고 버리면 너무 헤프고 아까운 생각이 든다. 만원 이짝 저짝이면 곽티슈 몇 통을 살 수 있으니, 번 식사에 쓰고 버리는 휴지 비용은 큰 돈이 아니다. 그래도~~ 나의 쓴 휴지 다시쓰기는 계속된다. 나는 모아진 휴지를 후라이판 기름 닦고 식탁에 떨어진 김치 쪼가리 집어 버리는 데 쓴다.

 

독일 사는 친구와 산책하는데 동행한 철수가 단골 나무 아래 변을 봤다. 친구 가방에서 휴지가 나왔는데, 식당 이름이 인쇄된 냅킨이다. 나처럼 한 번 쓰고 아까워 집어왔나보다.

 

90년대 중반 이었을거다. 마닐라 공항에서 큰 거 볼일이 생겼다. 화장실에 들어가려는 순간 휴지가 없어 칸을 나와 두리번 거렸다. 휴지를 찾던 중, 여러 칸이 늘어 서 있는 가운데 못에 걸린 두루마리 화장지가 보였고 그 앞에 서있는 젊은 여자가 있었다. 내가 휴지를 말아가려하니 그 여자가 나를 저지하고 자기 손에 네번 말은 휴지를 준다. 헠- 이건 영 부족한데. 하지만 그 여자의 표정이 냉정하고 내 사정도 급해서 더 달랄 수 없었다. 결국 칸막이 아래로 여자 쪽에 썸 모아 티슈 프리스 하고 말해야 했다. 칸막이 아래로 휴지가 쓱 들어왔는데, 1차분과 동일한 양, 물에 축축하게 적셔서~. 사람 값이 휴지보다 쌀 수는 없을 거고, 휴지가 당해낼 수 없이 소비되었는가 보다.

 

그 해, 청도 공항에서 비슷란 경우를 겪었다. 다른 점은 휴지 지키는 사람은 물론 휴지도 없었다는 것. 다행이 그때는 가방을 칸막이 안에 끌고 들어갔었기에 자급자족 가능했다. 지금은 중국의 중소도시까지 새 공항을 지었고,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 수도에 공항이 새로 들어섰고 필리핀도 사정이 많이 달라졌울테니 휴지를 지키는 여자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 어쨌거나 내 여행가방과 핸드백에는 새 휴지, 쓴 휴지가 들어있다.

 

60년대 중반에 독일에 간호사와 광부를 많이 파견하였다. 만들어 팔아먹을 것도 없고 가난하던 시절, 독일로 부터 차관을 얻고 인력을 수출하였던 거다. 간호사로 미국에 일하러간 내 또래들 중에는 3shift 중 2shift를 뛰어 생활비와 남편 학비를 해결했던 친구들이 있다. 그곳 사람들이 하지 않으려는 더러운 일,  덩치 큰 사람들을 눕히고 일으키고 다루는 힘든 일이었지만 나이트 근무 수당이 붙어 큰 돈이어서 나이트 근무 자원했다고 한다. 내 나이보다 윗대인 1960년대 파견 간호사이면 집에 돈 보내느라 잠자는 시간 아끼고 물자 아껴가며 일했을 거라. 독일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인데, 중노동을 마다않고 일하던 한국간호사가 몇 년 되지않아 과로사했다 한다. 동료들이 그녀의 짐을 정리하며 침대를 들어내니, 침대 아래 두루말이 화장지가 많이 쌓여있더라고 한다. 그녀는 한국에 돌아갈 때 가져간다고 화장지를 모았다고 한다. 가져가겠다고 침대밑에 모아놓은 휴지에서 그녀 조국의 가난이 보인다.  60년 대 초, 집으로 휴가가는 장병이 부대에서 배급받은 건빵을 모아 동생들에게 선물로 들고가던 시절이다.

 

지난 주 일주일 제주 올레길 여러 코스를 걸었다. 동네 집들 사이로, 해변을 따라 길이 이어졌고 했고 숲 속에 길을 내기도 했다. 동네 골목을 걷다보면 농장이나 여느 집 주인이 제공한 화장실이 있다. 모두 깨끗하고 반드시 휴지가 걸려있었고 여분의 휴지가 놓여있기도 했다. 나는 그들의 여유와 꼼꼼함에 고맙다고 인사말 몇자 적어 포스트잇을 붙여놓기도 했다. 어느 숲 속 올레 코스에는 걷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도 화장실은 있다. 그곳까지 화장지 두어개 놓자고 오가려면 차는 접근 불가하고 사람 값이 더든다. 그곳에는 10개들이 화장지가 비닐 통째로 있었고 누군가 그 중 한 통을 꺼내 걸어놨다. 올레길 화장실의 깔끔함과 친절함이 고맙다.

 

먼 내 나라에 돌아갈 때 가져가겠다고 두루말이 휴지를 모으던 우리 이모, 고모들 시절부터 친절하고 깔끔한 화장실에 안전!!!!을 위하여 넉넉하게 비치한 화장지 시점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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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들렀던 대모산 화장실, 월드컵 공원 화장실에는 비데가 설치되어있고 깔판은 뜨뜻하게 데워져 있었다. 세면대 옆에 켜놓은 전기 히터, 더운 바람으로 손 말리게 하는 기계가 설치되어있다. 사람없이 텅 빈 월드컵 하늘 공원 화장실에 들어서니 히타와 비데로 후꾼했다. 사용자는 드믈었다.  올림픽 공원 화장실에도 히터 왕왕 돌렸던 거 기억난다. 어느 산인지 기억 안나는 서울 주변 산 화장실에도 덥혀진 비데가 있었다. 사람없는 한 밤중에도 공원, 산은 개방되어있으니 24시간 돌리겠지. 설비비, 전기값 아깝다. 과하면 부족함만 못하다고, 오바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남의 돈으로 화장실 때깔 화려하고 만들어 실적인양 폼잡고 자기 집에서는 아낄 전기 꽝꽝 흘려버리고. 내 세금이다. 내 돈 헛쓰지 마라. 빈 화장실 꽝꽝 덥힐거면, 그 전기료로 여러 사람 자는 찬 바닥 덥힐 곳, 서울에 많다.

 

(서울시 시설 담당 직원이 어느 비데 사업자에게 넘어간 게 아닐까? 비데 업자는 팔아먹으면 끝이고 전기값은 세금으로 나가고. 고마해라. 가볍게 휴지 이야기나 하려고 했는데 이야기가 딴 데로 흘렀다. 요즘 증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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