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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아이들에게 받은 꽃

2010/05/24 23:14

한 20일 되니 꽃잎이 마르고 잎이 떨어진다. 사진 속으로  꽃을 옮긴다.
화분은 신입사원 된 작은 놈이 집으로 보낸거고, 꽃 바구니는 큰 놈이 사온거다.  

나는 일년 내내 딱히 기다리는 날이 없다. 어릴 때 사촌들과사촌들과 노는 재미로 추석을 기다리고 설을 기다렸는데, 오후 되면 북적이던 아이들이 모두 흩어지고, 특히 추석날 저녁은 가을 날씨에 어린 마음이 쓸쓸하기도 했다. 크리스마스는 기다린 적 없고, 내 생일도 기다린 적 없다. 보나스 나오는 날을 기다렸던가? 

그런데 아이들이 커가면서 카네이션을 기다린다. 몇년 전부터 아이들이 어버이날, 내 생일에 식당 예약하고 저녁을 샀다. 그런 줄 알고 기다리지만,  전 날까지 아무 귀뜸 없고 대개 당일 날 오후에 식당 예약했다고 알려준다. , 나는 8일 저녁에 어버이날과 관계없이 가고 싶은 곳이 있었다. 애들이 아무 준비 안했으면 그곳에 가는 약속을 (다른 사람들과) 할텐데, 7일 밤이 되도록  8일 저녁 예약을 했다던가 아니라던가 아무 말이 없다. 이것들이 어버이 날을 잊었나 싶어 속이 편치 않지만, 그런 말을 할 수는 없다.

마치 나는 어버이을 잊고 있다는 듯  늦게 들어온 아이에게 공연히,

 아니 왜 이렇게 늦게 다니니, 좀 일찍일찍 다니고 다녀왔습니다  인사는 좀 잘 들리게 하고... , 인사에는 성의가 들어가야  하는거야, 엄마에게 성의를 표하라고 이런 말 하는 게 아냐, 매사에 그러라는 거지.... 그리고 어제 할머니 모시고 점심 먹었다고 했는데, 그럼 그자리에 (어른) 누구누구 오셨냐고 물어봐야 할 거 아니냐

하며 옆구리를 찌른다., 내가 봐도 감추는 속이 보인다. 길게 잔소리 했는데, 훈계들은 놈은 간단히, 응 알았어~하고 내 입을 다물게 한다. 

기대하는거 섭섭해 하는거 감추느라고 딴 소리 하고, 하는 거 받아주는 자식에게 들키지는 않았는지 조금 오그라들고....그렇다.

자식이 커가고 내가 나이 들어가니 애들을 기쁘게 해줄 것으로 내가 차있기보다 애들에게서 받을 기쁨으로 나를 채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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