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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지금은 자본 독재 시대?

2011/06/25 - [시사] - 간이 배 밖으로 나왔어요

  정치 운영 방식에 따라 제국, 왕국으로 부르던 시대가 있었다. 시민들이 왕정 시대를 혁명으로 끝내고 공화국 시대를 열었다. 시민권력과 왕권 간의 싸움과 극복이 반복되었지만 역사는 제정, 왕정이 무너지고 共和정치가 기본이 되는 시대로 나아갔다. 시민사회가 성장하고 경제가 커지면서 소유와 배분 방식에 대한 합의가 중요해졌다. 경제 운영 방식에 따라 자본주의, 공산주의 또는 사회주의 국가 라고 구분해 불렀다. 인간의 동기 촉발을 불능케하고 욕망을 만족시키지 못하며 공산주의는 스러졌고 자본주의는 확산되었다. 국민의 정치적 선택권 여부에 따라 민주 또는 독재사회라고 불렀다. 대부분의 독재 정권들은 망했거나 교체되었다. 

 우리의 지난 50년 동안 시민과 정치 권력간의 싸움은 투표권, 공민권 확보를 위한 싸움이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이 박탈한 투표권을 1987년에 되찾음으로 공민권은 기본이 되었다. (투표권을 행사하는가, 행사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지만.). 그런데 우리나라가 충분히 민주 공화국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구한말부터 일제시대를 지나 현재까지 부, 사회적 지위 등 물질적 가시적 자본을 세습, 가족 간 교환으로 배타적으로 넘겨받은 패밀리들은 자본가화 되었고 국가가 지원하여 구축한 신자본(재벌)과 함께 정책 결정자들의 앞뒤에서 배후조종자 놀이를 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시장은 확대되고 공고해지고 강력해졌다. 많은 경우 정치자와 자본은 붙어있다. 자본은 정부를 축소시켰다. 자본이 자유로워지며 경제 국경을 허물었다. 신자유주의는 자본의 자유다. 자본이 클수록 정부의 자본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그 자본과 자본가가 누리는 자유도 커졌다. 작은 자본은 큰 자본으로 빨려들어 사라졌다. Winner takes all이다.

일상을 들여다 보면 백화점, 마트, 라면, 과자, 핸폰 등 모든 생활 수요가 단 하나, 단 두개 채널에서 공급된 것으로 처리된다. 시장에서 공급자가 크면 공급자 마음이고 유통업자가 더 크면 유통업자 마음이다. 공급자끼리 짬짜미는 옵션이다. 소비자 선택의 자유는 쭉정이다. 국가 경제 운영에 있어 환율, 세제는 수출 중심, 대자본에게 유리하게 결정, 운영된다. 권리가 대립하는 경우, 한진 조선소, 쌍용 자동차, 유성기업의 재산권은 노동자의 생존권, 노동권에 우선한다. 법은 한 가지이지만 적용 방법은 대자본가용과 일반용으로 나뉜다. 대학 교육은 사립학교가 독과점 하고있다. 공공이 하여야 할 것을 민간에게 맡기고 그들에게 치외법권을 주었다. 자본이 정치를 경유하여 통치하는, 시민들이 선택하지 않은 세상에 우리는 살고있다. 이 시대를 자본 독재 시대라고 불러야하지 않을까. 또는 시민은 한낱 싸구려 노동으로 사용되고 자본이 공급하는 것을 소비하고 선택권도 없고 고용을 통한 생사여탈권까지 자본이 쥐고 있으니 자본식민시대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독재시대가 去했는 줄 알았는데 신독재 시대가 來했구나... 이것은 뿌리가 깊고 광범위해서 정권 교체로 제거할 수 없을 것 같다. 자본 독재 시대를 끝내고 진짜 민주 공화국 시대를 이루어겠다는 전에 없던 깊이 파내기가 되어야 할 것 같다. 

한 시대를 끝내고 새 시대를 여는데는 두 축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 한 축은 보편적 복지의 확대 즉 사회권의 확보와 보장일 것이다. 허리 펴고 아이들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교육권-등록금 문제, 거대 보수집단인 사학을 털고 교육 공급 구조를 재편하는 것, 비싼 대학과정을 받지 않아도 밥 먹고 살 수 있도록 인식과 실행 환경을 바꾸는 것,  결혼하고 애낳고 키울 수 있도록 단계마다 공공의 시설을(민간 시설의 확대와 그것에 대한 지원보다) 수요자 중심으로 갖추는 것.... 생애 주기를 놓고 아슬아슬 끊어져가는 부분을 보강하는거다. 노동권- 비정규직 축소, 정규직과 임금 격차 축소, 해고에 대한 법적 안전망 강화, 건설 공급 사업 중심이 아닌 거주자, 입주자 중심의 주거공급문제 해결, 그게 안되면 미래를 위한 인적자산의 재생산, 확대는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다른 한 축은 자본의 불법적이고 반사회적인 축적과 확대에 브레이크를 거는 거다. 세습, 상속, 몰아주기, 비대칭적 권력을 배경으로 자본(자본가와 분리하기 어렵다)중심적 정책 결정과 특혜에 대한 감시. 힘과 돈으로 이룬 시장 독점을 깨고 독과점을 완화하고... 중소기업의 아이디어 도둑질 징계하고, 중소기업 영역 강력하게 보호하고... 복잡하고 어렵지만 그래야 되겠다.  
 
다양하고 복잡한 역사, 경제, 정치를 너무 단순하게 말하였다 싶은데, 이게 거대한 시장 속에 모래 한 알 같은 존재가 느끼는 정치와 자본의 본질이다. 오만하도록 수위 높은 맹목의 자본 시대가 매듭지어지고 새시대가 물꼬를 열고 물길을 구석구석 내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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