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13 03:07
원스 어폰어 타임인 생초리.
매주 금요일 밤에 tv N이라는 케이블에서 하는 시트콤이다.
하이킥 만들었던 김병욱이 만드는 거다. 관찰력이 뛰어난 그의 시트콤에 등장하는 인물의 성격, 관계, 에피소드는 웬만한 드라마 보다 훨씬 섬세하고 구체적이고 생생하다. 상황에 따라 우리 주변에 있는 인간의 관계와 행동이 어떻게 바뀌는지 신선하고 코믹하게 표현해 왔다. 지붕하이킥의 경우는 웃기는 에피소드는 물론 2010년 한국사회에서 보이는 여러 문제스러운 증상들을 드러내는 에피소드를 포함하기도 하여 시청자들이 웃음+느낌을 갖도록 하였는데, 그의 시트컴의 한가지 특징은 "엿보기" 실제로는 "자기 자신 돌아 보기"를 해준다는 점일듯 하다.
생초리를 단 2회를 봤을 뿐이니 섣부른데, 그래도 이야기의 배경이 2010년 한국을 잡아내기 시작하는 것같다. 생초리는 아마도 정치적 힘겨루기 사이에서 신도시 개발과 불가 사이를 왔다 갔다 하던 촌구석인 듯하다. 보상금 다발이 기대되고 동네가 들뜨고 실제로 진행은 더디고 (진행이 꼭 좋다는좋다는 이야기는 아님) 그 안의 삶은 어지럽고 거칠어지는 그런 동네가 아닌가 싶다.
빨리빨리를 입에 달고 사는 성질 급한 사장, 사장의 고압적인 분위기에 기합 들어간 본사 그에 비해 연속 꼴찌 실적에 기강 개판인 증권사 지점, 무능한 지점장, 나태한 직원들, 파면시키지 못해 허허벌판 생초리로 일거에 내모는 고용주. 얼만큼 이 점을 사회적 룰과 인간적 보호 사이에서 그려낼지 기대된다. 김병욱은 예전에도 능력없어 민폐끼친 증권사 출신을 등장시켜 그의 어리버리 에피를 다루었다. 이번에는 효율을 추구하는 조직과 용도 폐기된 개인들, 사회적 계약 측면을 다루려나? 웃자고 보는 시트콤이 그런 거 다루면 다큐가 되는 건가?
직원 하나는 시도 때도 없이 성경만지고 민폐스럽게 오 주여! 외치고 식사때 기도하느라 주변과 속도 못맞추는 독실한 크리스챤이다. 주변으로부터 제껴지는 그는 하나님에게서도 왕따인지 뭔지 알수 없는 구덩이에 혼자 빠지고 귀신을 느끼고 덜덜덜 떤다. 그가 주는 웃음도 만만찮을 듯하다.
김병욱의 상상력이 돋는 인물이 나온다. 주인공 숫자 천재인 펀드 매니져가 벼락 맞고 숫자稚가 된다는 설정이다. 그는 자신이 숫자, 수개념을 받아들일 뇌가 망가진 것을 알고 절망하고 사표를 쓰려다가 12명 딸린 식구들을 생각하고 생초리 근무를 자청한다. 이 때의 절망이 어떤 종류였을까 또한 사표를 내려다가 생초리로 내려가겠다고 마음 바꾸는 과정에 생각한 것을 무얼까 싶다.
상실에 대한 절망이었을 것이고 식구들과 먹고 살아야하니 숫자 덜 보이는 곳으로 피신하자는 생각이었을 것인데, 숫자를 볼 수 없으니 증권사 일을 볼 수 없고 맏아서는 안된다는 인식은, 거기에 자신(가족)의 보호와 타자(증권사)에 폐를 끼칠 가능성은 어떻게 ....
다치바나 다카시의 뇌(책이름 생각안난다 ㅠㅠㅠ)이야기에 고양이 실험이 나온다. 출생후 빠른 속도로 뇌가뇌가 자라는데, 이 때 설정하는 환경에 따라 특정기능을 담당하는 뇌가 성장하지 않는다.
인간의 감정, 도덕, 예술에 대한 인지 능력은 담당 뇌가 없다든가 발달 정도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벼락 맞고 숫자 인식능력을 상실했다는 건 웃기는 설정이지만 멀쩡해 보이는 인간에게 특정의 능력,능력, 개념이 제로인 경우는 많다. 대표가 인간 쥐다. 쥐에게는 염치, 수치, 측은해 하는 마음이 없다. 쥐자신을 위하여 전국민을 들들 볶고 쥐자신이 멋지게 보이도록보이도록 연출하기 위하여 도시를 도배하고 멀쩡한 담벼락에 옛날 돌담 페인트질을 하고 테레비, 신문에 지겹도록 쥐20광고를 때려댄다. 직접효과 몇십조원에 간접효과 450조원이라는 뻥이나 치고. 반상회 두 번 열면 우리나라 GDP 다 나오겠네. 몇 번 열면 세계세계 최강국 될 듯....지겨운 나머지 시민들은 테레비를 안켜드만. 쥐20준비 비용이1300억원이라나 천문학적 숫자던데..... 집집마다 돌아가며 반상회 여는 거 자청하고는 경축!!!!! 반상회 개최!!!!! 식구들에게 외국인 보면 헬로하이 인사 잘하고 세계가 보고있으니 쓰레기 내놓지 말라고 하니 어처구니 없다. 요컨데 공공의 직을 맏아 관리할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게 공공을 위한 가치, 그것을 다룰 때 공정성, 인권의식....일 것인데 그런거 알지도 못하고 알 능력이 없는데 그 직을 왜 계속 하느냐는 거다. 사표를 내던지 자기 식구가 마음에 걸리면 생초리로 가던지. 가서 아무일 말고 시간이나 때우면 딱!인데.
생초리 이야기하다가 샛나, 딱히 샌 것도 아니다. 보면서 쥐 떼들이 떠올랐으니. 김병욱이 제작할 때 이런 해석을 가능토록 했는지 모르겠지만 세상일 맏으면서 역량 vs 책임에 균형이 깨지면 문제와 피해가 발생한다는 정한 이치다. 생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다루지 정치적 개념을 맞상대하는 사람은 아닌 듯하니 나만 그렇게 봤지 싶다. 숫자 기능을 벼락맞은 주인공이 숫자로 굴러가는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갈런지 그런 용도 부분 상실된 인물을 주변은 어떻게 대할런지 궁금하다. 시트콤 보고 별 다큐같은 생각을 다 한다. 이게 다 상황 스트레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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