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책을 읽고 가슴에 오물이 찬 듯 했다. (읽어야만 했쓰...ㅠㅠㅠ) 가래라도 밷으면 될까. 어쩔 줄 모르겠다. 작년 -라 광야-사진전을 본 감동을 기대하며 세종문화회관 박노해 사진전으로 향했다.
이 번에도 사진이 마음을 조용히 흔든다. 작가의 시선, 이라기 보다 그들 사이에 그들처럼, 그들의 그림자처럼 스며들어 그들의 외침과 고통과 기쁨과 평화와 전통을... 사랑으로 담는 그의 카메라가 놀라웠다. 따뜻한 카메라.
아프리카와 남미, 아시아 오지 속에서 한계를 자신을 낳아준 땅으로 알고 생명을 지키고 존재를 이어가는 사람들의 사진들과 지난 번 라 광야 때의 사진 몇 점이 걸려있었다. 사진이 경건한 詩다. 그의 글은 사진에 깊이를 더한다. 라 광야의 "무릎 꺽인 어린 낙타" 와 쿠르드인 가족 사진을 보니 보니 다시 가슴이 아파왔다. 가슴을 누르며 사진을 하나하나 보는데, 또 눈물이 난다.. 인간이 인간에게 준 고통, 역사 속 페이지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인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 힘들어서인가? 그 두 사진은 나에게 무언가 호소하는 듯하다.
8시30분 마감에 가까워지니 박 노해 시인 옆에 기다리는 사람이 줄어든다. 기다렸다가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청했다. 위험하고 거칠고 깊은 곳에 가서 우리가 알고 느껴야 하는 삶들을 전해 줌에 감사하다고... 그는 일어나서 악수 청하는 내 손을 두 손으로 감싼다. 그의 손이 부드럽다. 5년 쯤 후에 다시 전시회를 기획 할 생각이라고 한다. 그동안 아쉬울 테니 가끔 지난 사진도 보여달라고 청했다. 나이가 50이 넘었을터인데, 거칠은 곳을 10년씩 다닌 사람, 눈이 맑기 짝이 없다.
신기한 일이다. 사진을 보고 나니 조금 전까지 가슴에 가득찼던 오물감- 그 책을 쓴 이의 음험한 의도, 허위, 불순한 유도에 대한 분노 등-이 사라졌다. 가슴이 빛에 씻겨 정결해 진 듯하다. 이리도 평화롭고 고마운 마음일 수가 없다
노을녘에 종려나무 심는 사람
Man planting a palm tree at sunset, Sudan, 2008.
에티오피아의 아침을 여는 ‘분나 세레모니'
The Ethiopian morning starts with a ‘ Bunna Ceremony’, Ethiopia, 2008.
내일은 둥글다
Tomorrow is round, Sudan,206.
안데스 고원의 들녘
The fields of the Andean highlands, Peru, 2010.
걷는 독서
Reading whilst walking, Syria, 2008.
지상에서 가장 슬픈 비밀공연
A secret performance, the saddest on Earth, Syria, 2008.
내 똑딱이 사진은 차마 올릴 수 없다. ㅠㅠㅠ 하나만 올리자.
변색된 사진이 마치 오십년 전 백년 전 아버지, 할아버지의 고된 금,은 캐던 시절을 보는 듯하다.
얼마전 칠레 광부 33명이 구출되었다. 미디어는 33명 광부들의 생환만을 다루었다. 그들이 왜 그리 깊이 들어가야 하는지 왜 목숨을 걸고 일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바깥 세상이 황금으로 번쩍여도 그들은 곡괭이 들고 더 깊이 깊이 삶이 희박한 곳으로 내려가야만 한다.
이곳은 페루 까미 광산 입구. 박노해 시인은 그곳에 들어갔던 경험을 말한다.
http://www.likethem.kr/board/bbs/board.php?bo_table=na_board&wr_id=781&page=0
박노해 사진전 홈피 http://www.likethe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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