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즐거운 생활

눈먼 자들의 도시

2010/11/03 05:21  


눈먼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무엇이 인간을 인간이게끔 하는가.   그것은 본다는 것으로 상징되는 분별력이다.  분별력이 사라진 인간들의 도시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현대의 우리가 살고있는 도시에서 갑자기  사람들이 눈이 멀기 시작했다. 도시 곳곳에서 전염병이 퍼지듯  사람들은 점점 시력을 잃었다. 정부는 실명을 전염병으로 파악하고    눈 먼자들을 수용소에 격리시킨다.    돌보아 줄 아무도 없는 수용소. 눈 먼자들이 무더기지어 수용소에   들어찬다. 건물 어디서고 배설물이 밟히고 악취가 가득하다.

  밖에서 오던 배급이 끊기고 사람들은 굶주리기 시작한다.  무리 중 악한 자들이 뭉쳐 폭력과 공포로 먹을 것을 약탈하고  여성을 유린하고 수용소에서 나갈 수 없는 그들에게 아무 의미   없는  귀중품들을 빼앗는다. 무질서 속에 시간적 공간적 지표도   희망도 없는 그들을 눈 멀지 않은 단 한 사람이 생존을 위해   조직을 만들고 악한 무리와의 싸움 끝에 폭력의 중심인물을 죽인다.

 수용소에 불이 나고, 그 중 몇을 이끌고 수용소를 빠져나온다. 그 사이 모든 사람들이 눈멀어 밖도 수용소와 다름 없게 되었다. 사람들은 길을 잃고 집을 찾을 수 없으며 가족을 잃었으며 굶주려 먹을 것을 찾아 헤메고 있었다. 밤 낮을 구분할 수 없으니 시간이 의미 없어졌다. 도시는 오물과 시체로  넘쳐나고 눈 먼자들은 아무 것도 생산할 수 없으니 죽음만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눈 멀지 않은 단 한명이 몇 명의 그들을 이끌고 빈 집, 상점, 슈퍼마켓에서 조금씩 그들의 먹을거리를 구하고  나눈다. 그들에게 가족이,  사랑이 있었음을 기억하게 한다. 엄마 잃은 아이를 보호하고 오물이 넘쳐나는 썩은 도시에서 빗물을 받아 몸을 씻게 하고 책 몇 쪽을 읽어준다. 그들은 볼 수 없으나 목소리로 서로를 기억한다. 목소리로 인식하는 타인에게 남아있는 기력으로 사랑을 준다. 주인공이 눈물 흘릴 때 주인 잃고 따라온 개가 가끔 눈물을 핥아준다. 사람들 하나 둘 씩 시력을 회복한다.  

************************************************************************* 

 

눈 먼 사람들로 가득찬 가상의 도시는 우리가 살고있는 도시와 다름 없이 지극히 사실적이다.
아이러니하게 주제 사라마구의 풍부한 알레고리로 철학적 윤리적 상징으로 가득하다. 이 소설은 엄청난 의미의 광산이다.  

 본다는 것은 이성, 분별력이다. 보지못한다는 건 안간이 인간이게끔 하는 모든 것을 앗아간다. 볼 수 있기에 인간은 조직을 만들었고 질서를 만들었고 사회를 구성했다. 문명을 이루었고 역사를 이어나갔다. 인간이 문명을 구축해오던 긴 시간동안 문명이 인간을 구성하게 되었다. 문명은 DNA처럼 인간에게 새겨졌다.  DNA따라 작동할 수 없다면 문명의 기억이 사라질 때까지 동물보다 고통스러운 동물로 살아야 한다. 문명이 사라진 후에는 인간일 수 없다. 

 눈 먼자들에게 도서관에 가득찬 책은 아무 의미 없다.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지혜는 전달되지 않는다. 인간이 이룬 찬란한 예술도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인간은 역사와 단절 된다. 미래도 없다. 미래없는 현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인간은 분별할 수 있기에 염치와 책임과 사랑을 안다. 볼 수 없는 자들에게 이름도 사랑도 없다.  과거에 사랑했던 기억이 사라지면 모두 떠도는 짐승일 뿐이다. 책임도 마찮가지다. 누구가 누구와 다르다고 분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눈 먼 자에게는 길도 집도 없다. 가족이 유지 될 수 없다. 생산도 수확도 불가능하다. 인간 사이 유대 없고 제어기제가 사라지고 생존의 욕망만 남은 인간은 인간일 수 없다. 사회가 붕괴된다.  

 국가 권력은 눈 먼 사람들을 수용소에 버린다. 그들이 사회에서 잊히기를 원한다. 기능잃은 약자,  눈 먼자를 국가는 막힌 장소에 폐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도시의 누구도 不明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군인, 공무원, 고관 할 것없이 모두 눈이 멀고 만다. 수용소 안에 폭력이 나타나고 공포 속에 다수의 눈 먼자들은 폭력무리에 무릎꿇고 저항할 수 없는 질서로 받아들인다. 폭력에 저항하는 소수에게 질서를 받아들이라고 손가락질 한다. 폭력 무리에 상해를 입히는 소수를 "법대로" 처리하자고 한다. 큰 폭력은 정당화되고 폭력무리을 와해시켜 모두를 방어하려는 소수의 노력은 처벌하여야 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가치와 판단이 뒤집어 지는 것이다.   

 눈 멀게 하는 것은 빛의 차단-암흑 뿐일까. 그들의 시야는 무언가가 차단한듯, 무엇인가에 잠긴듯 우유 속처럼 뿌옇다. 빛이 과잉인 것은 아닐까. 그 빛은 사물을 비추는 빛이 아니라  홀리듯 눈 멀게 하는, 현실을 감추고 속이는, 인식을 차단 시키는시키는 어떤 것 아닐까.  빛의 감옥. 그리하여 볼 수 없게 되고, 판단 할 수 없게 되고, 기억을 잃게 되고 인간됨에서 점점 멀어지게 하는 어떤 것이 아닐까. 그것은 인간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던 무수한 ~ism 일 수 있고, 자본이나 권력이나 쾌락이나 종교에 holic 한 상태일 수 있다. 암흑이던 빛의 과잉이던 볼 수 없음은 보기를 거부하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가 본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보고있는 걸까. 어떤 과잉의 빛이 빛 밖의 세계에 대한 인식을 차단하여 인식하지 않고 있는 것 조차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에게 투과되어 들어오지 않는 세계가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보고 있는 것은 보아야 할 전부인가 일부일 뿐인가. 보고자 하는 것만 보고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것은 권력이 그렇게 하였듯이 우리의 편의에 따라 의식의 외곽에 버리고 가두는 것은 아닐까.

 

 단 한명의 눈 멀지 않은 자는 무엇을 의미할까. 그녀는 볼 수 있음에도 수용소로 자발적으로 동행 하였다. 그녀가 희망과 새로운 탄생을 가능케 한 것은 눈 멀지 않은 자의 책임감, 폭력에 도전하는 정의, 조직화 노력, 타인들에 대한 지치지 않는 선의, 보살핌, 지혜 때문이다. 동시에 기억을 잃지 않은 눈먼 자들이 그녀를 따라 나서지 않았다면 그녀가 선의의 노력을 계속할 수 있었을까. 단 한명 눈 멀지 않은 자가 여성인 점을 주목한다. 새로운 탄생-눈 뜲은 그녀때문에 가능했다. 그녀의 눈물을 핥아주는 개. 인간의 곁을 지키면서 감정을 나누던 개는 인간과 살아온 시간동안 각인된 기억과 오감을 잃지 않아 사람의 눈물을 닦아 준다.

 

 돌아 다니다 주은 구절이다. 이 소설에 어울린다.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

  


밑줄 그었던 부분을 옮겨온다. 

233. 눈이 빛을 잃으면 우리를 인도하는 염치라는 마음도 잃은다고 생각하는거겠지.

  

233 눈먼 깡패들은 귀중품을 내놓아야 음식을 주겠다고 협박했다.

귀중품을 내놓지 않은 범죄를 감추기 위해 다른 병실의 이름으로이름으로 그것을 내놓았고 그럼으로써 죄없는 병실들에 그들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를 덮어씌운 꼴.

 

기억 속에 남아있는 폭력을 눈 멀어도 행사한다. 유통할 수 없어 가치 없는 것들을 끌어모은다.

무엇하려고?  가장 눈먼자들. 수용소에서 벗어날 희망이 미래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인가?

눈먼 깡패들은 법이 되었고 병실의 무고한 눈먼 사람들은 자신의 소유 귀중품을 내어놓지 않는 것이 범죄가 되어버리는 아아러니.

 

274 여자들이 한 달에 두어 번 저기로 가서 자연이 남자들한테 주라고 만들어놓은 것을 깡패들한데 좀 준다 한들 그게 뭐가 대단한 일이냔 말이오. 어떤 사람들은 그 말이 재미있다고 생각했고, 어떤 사람들은 억지로 웃었다. 그 말에 항의하고 싶은 사람들은 뱃속이 비어 그만두고 말았다. 그 말을 한 사람이 말을 이었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누가 칼질을 했느냐 하는 거요. 그 때 거기 있던 여자들은 자기들은 아니라던데요. 우리는 우리 손으로 법을 시행하여, 그 범인이 정의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하오. 누가 그랬는지 안다면, 깡패들한데 가서 이이 사람이 너희들이 찾는 사람이다. 그러니 이제 먹을 걸 다오, 할 수 있겠지요.

의사의 아내는 생각했다. 저 사람 말이 맞아. 여기 있는 사람들 가운데 누군가가 굶어 죽는다면 그건 내 책임이야. 그러나 그녀 내부에서 솟구쳐 오르는 분노의 목소리가 그런 식으로 책임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막았다. 그러나 이 남자들이 먼저 죽게 하라. 내 죄가 그들의 죄를 갚을 수 있도록.

 

눈먼 깡패들은 음식을 독차지 하는 것으로 사람들을 굶주려 죽는 지경으로 몰고 갔고 여자들을 쥐하는 조건으로 음식을 소량 분배하였다. 사람들은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큰 폭력자가 구축한 조건에는 저항하기 포기하며 권력으로 인정한다. 악의 권력에 익숙해지며 포기하며 타협한다.

갇힌 자들은 악의 권력의 일부를 죽여 악의 붕괴가능성을 높인 행위를 범죄로 간주하고 법의 심판을 내리자고 한다. 눈 앞의 작은 범죄에는 단호하나 저항할 수 없이 구축된 큰 범죄 시스템에는 순응하여  비루한 삶을 끌어가고자 한다. 판단의 마비와 전도. 눈 먼 판단. 악의 붕괴를 이끌어 내려는 눈 뜬자의 책임감. 타당한 분노. 논리적 판단력. 눈 뜬 판단.

 

294 의사의 아내는 계속 장님인 척하는 것에 의미가 없다는 것을. 여기서는 아무도 구원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 실명은 또 이런 것. 무든 희망이 사라진 세계에서 살아간다는 것.

 

296 병실 내부는 수펄들이 살고 있는 벌집 같았다. 질서와 조직에는 별 관심이 없이 윙윙거리기만 하는 곤충들. 이 곤충들은 평생 무슨 일을 한다는 증거도 없으며, 미래에 대해 조금이라도 고민한다는 증거도 없다

 

곤충같은 인간들. 질서, 조직, 미래에 관심 없음. 일도 안함. 평생 둥둥 떠다니다가 사라짐. 선한 무리의 먹이를 축냄.

 

297 우리는 강한 사람들이 잔인하게도 약한 사람들의 입에 들어갈 빵을 빼앗아가는 것을 목격했다.

  

354 과거에 우리가 사는 모습을 규정했던 감정은 우리가 눈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야. 눈이 없으면 감정도 다른 것이 되어버려. 우리가 눈이 멀었기 때문에 죽은 것이라고 말했는데, 바로 그게 그 얘기야.

 

내가 눈이 먼 다음에 다른 사람이 된다면, 내가 어떻게 그이를 계속 사랑할 수 있을까. 무슨 감정으로 사랑을 할까. 전에 우리가 볼 수 있었을 때도 눈이 먼 사람들이 있었잖아요. 일반적인 감정은 볼 수 있는 사람의 감정이었고 따라서 눈 먼 사람들도 눈 먼 사람들의 감정이 아니라 성한 사람들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어. 그런데 이제 눈 먼 사람들의 진짜 감정들이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어. 지금은 그래도 우리가 가졌던 감정에 대한 기억에 의존해 살고 있잖아.

 

눈과 감정사이의 직접적인 관계가 존재하는지 아닌지, 책임감이 멀쩡한 시력의 자연스러운 결과인지 아닌지.

 

359. 미래가 없다면 현재도 소용이 없소. 아마 인류는 눈 없이도 살아가게 되겠죠. 하지만 그것은 이제 인류라고 부를 수 없을 거예요.

 

복수도 정의롭기만 하다면 인간적인 거예요. 부정한 방법으로 피해를 준 사람에 대해 피해자가 아무런 권리도 가질 수 없다면 정의도 있을 수 없어요. 그럼 인간이고 뭐고 없는 거지.

 

360 통이 크고 때가 묻지 않은수천의 무리가 아니라 뿌리뽑히고 고갈된 세계에서 살아가는 수빗억의 무리.

 

408 눈 먼 사람들에게는 이름이 필요없소. 내 목소리가 나요. 다른 건 중요하지 않소. 하지만 책을 쓰셨지요. 이제 아무도 그걸 읽을 수 없소. 따라서 그 책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소.

 

414 작가는 두 손을 잡고, 천천히 말했다. 자기 자신을 잃지 마시오. 자기 자신이 사라지도록 내버려두지 마시요. 의사의 아내는 집으로 돌아갔다. 책을 꺼내 눈 먼 사람들에게 몇 페이지를 읽어주었다.

 

416 날씨는 맑았다. 비는 그쳤다. 더위가 심해지면 어떨세 살지 모르겠어. 쓰레기들이 사방에서 썩어갈 거야. 짐승 시체도 사람시체도 썩어갈 거야. 집안에서 죽은 살람들이 있을 거야. 우리에게 조직이 없다는 거야. 건물마다 거리마다 지역마다 조직이 있어야 해. 정부가 필요하다는 거군요. 조직이 있어야지. 인간의 몸 역시 조직된 체계야. 몸도 조직되어 있어야 살 수 있지. 죽음이란 조직 해체의 결과일 뿐이아. 눈 먼 사람들의 사회가 어떻게 조직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겠어요. 스스로를 조직해야지. 자신을 조직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눈을 갖기 시작하는 거야.

 

428  이 세상의 책이란, 그 것을 다 합쳤을 때는, 사람들이 우주를 두고 하는 말처럼, 무한한 것이다. 다른 사람이 우리보다 앞서 존재했던 인류의 이야기를 읽어주는 소리를 듣는 것. 여기 우리에게 아직도 볼 수 잇는 두 눈, 마지막 두 눈이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기뻐하도록 해됴. 그 눈마저 소멸해 버린다면, 그럼 우리와 인류를 연결해 주는 끈이 끊어지고 말겠죠. 그렇게 되면 마치 허공에 딸따로 떨어져 있는 것과 같을 거예요. 영원히. 눈이 먼 채로.

 

 

'즐거운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토일렛  (0) 2011.01.21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생초리  (0) 2010.12.29
박노해 사진들-빛은 때를 타지 않는다  (0) 2010.12.29
할 말은 해야지  (0) 2010.12.29
헛물 켜십니다, 고은 선생  (33) 2010.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