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영화표 유효기간 마지막 날 오후에 영화를 고르다보니 양과자점 코안도르라는 일본영화를 보게 되었다. 코안도르가 무슨 말인가 했더니 coin de rue다. 다른 재벌 소유 영화관도 그렇지만 cgv도 계열 식음료 점포들로 극장 위 아래층을 다 채웠다. 콜드스톤 아이스크림, 투썸프레이스 카페, vips 식당, 시젠 국수집... cgv 식음료 엠파이어 통로 가운데를 오가며 시간보내면 입장료만큼 군것질비용이 나간다. 우리는 회차 시작 후 끊임없이 쏱아지는 막간 광고를 피해 본영화 시작 전 까지 밖에서 기다렸다. 안에서 광고보며 영화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는 영화값을 좀 깍아주어야 하지 않겠나? 아트하우스 모모나 상상마당 등에는 손님이 적어서인지 막간 광고가 없다. 해서 잔상없이 깨끗한(?)눈으로 영화를 보게되어 좋다. cgv의 경우 좌석장사에 광고장사까지 할 수 있는데 소규모극장은 (소위 예술영화 극장)은 좌석장사도 쉽지않고 막간광고 수입도 없으니 운영이 상대적으로 어려우리라.
달콤한 양과자 만드는 걸 보게 될 거로 기대했는데 거품기로 반죽 젓는 것만 보았다. 영화는 가고시마 촌 아가씨가 애인찾으러 동경으로 왔으나 애인은 과자점에서 떠났고, 돠돌아 갈 데 없다고, 받아주면 열심히 하겠다고 과자점 주인에게 배꼽인사해 취업하고, 아가씨는 실력없고, 사고치고, 재료 막 쓰고 그런데도 주인이 데리고 있고. 8 년전 디져트 만들다 딸을 잃고 케익만들기를 그만 둔 지금은 케익평론가로 사는 왕년의 일인자에게 자극을 주었더니 그가 다시 주방으로 돌아왔고 그 실력없는 덜렁이 아가씨를 가기 힘들다는 프랑스인로 덜컥 유학 보내준다는, 현실도 고민도 갈등도 없는 이야기다. 인물과 표현은 진부함으로 가득하고 로맨틱 복고풍 배경은 오래된 것에 향수를 일으킬 수도 있지만 소재도 이야기도 그림도 얇고 가벼운 느낌이다. 달콤하고 예쁜 케익과 상큼하고 자연스런 웃음의 주인공 아가씨를 빼면 볼 거 없다.
아가씨는 열심히 하겠습니다 목청 높이고 인사 꾸벅하여 잠자리, 일자리를 구한다. 베이스케익 망치고 재료를 주방 바닥에 쏱고도 아가씨는 기분따라 나가버린다. 케익이 형편없다고 평가받으면 당돌한 목소리로 따진다. 애인은 진즉에 떠나 연락도 끊겼는데 갑자기 애인을 찿아가 시골로 내려가 함께 빵집이나 하자는 상대로서는 난데없는 제안을 한다. 우리나라 테레비 드라마에서도 미성숙과 당당함과 뻔뻔함을 구분하지 못하고 민폐에 무심한 주인공을 매력있는 인물상인양 그리는 경우를 많이 본다. 지난 20여 년 별 일 없이 성장한 세대의 한일공통성인가.
가족 상실로 케익만들기를 접고 주변에 마음을 안 열던 왕년의 파티쎄가 아가씨 말 한마디에 다시 파티셰로 돌아선다는 것은 영화가 자신 때문에 딸을 잃고 가정이 파괴되는 고통을 깊이있게 이해하지 못하고, 기억과 고통이 손바닥처럼 뒤집어 질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얄팍함을 드러내는 거다. 지루하다 영화 언제 끝날라나 하고 기다렸다.
얼마 전부터 목소리가 갈라지고 목이 자주 쉬는 느낌이다.
어제 이비인후과를 찾아가는 길.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리치몬드과자점과 병원이 있다. 병원으로 가는 발길을 과자점으로 이끈 건 전날 본 영화속 케익이다. 고심(?)끝에 가장 공들여 만든 듯한 케익과 커피를 주문하고 테이블에 앉았다. 먹으며 보니 창가 자리에 옆모습이 우아한 중년여인이 소매없는 녹색 원피스를 입고 잡지를 뒤적이며 혼자 케익을 먹고있다. 귀걸이도 같은 색이다. 세련된 차림에 케익과 잡지로 시간을 즐기고있다. 전 날 본 영화에, 반백의 귀부인이 코안도르에 앉아 새로 나온 케익 음미하길 즐기는 장면이 생각난다. 그 부인처럼 저 여인도 케익 즐기러 챙겨입고 나온 건지 모르겠다. 영화 속 상투성과 가벼움에 잠깐 졸기도 했는데 그래도 특별한 영화 장면은 힘을 쓰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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