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18 15:51
지난 달, 올림픽 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조용필 콘서트를 구경했다.
공연장은 젊으면 40대 많으면 60대의 아주머니 아저씨로 가득찼다. 그들 모두 즐거운 몇시간을 기대하며 야광봉과 '오빠!' 쓰인 피켓을 들고 오글와글 들떠 있었다. 조용필이 무대에 나오자 관객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노래를 따라 불렀다. 흥에 겨워 일어서고 춤을 추었다. 친구와 나는 좀 젊잖은(?) 편이어서 그들이 환호하며 즐기는 모습을 보고 웃었다.
나는 그의 노래를 즐겼다. 고전인 그의 노래들은 화려하게 다양하게 변조하는 음색, 저음과 가성포함 높게 올라가는 목청, 70-80년대의 詩적인 가사들로 그의 노래를 자주듣던 시절의 느낌을 되돌려주었다. 두시간이 전부 그의 노래로만 찼다. 노래는 모두 힛트햇던 것들이라 생생하게 기억나고 그의 힛트곡은 아직도 몇시간을 더 들어도 다 듣지 못할듯 싶었다.
나는 그의 노래를 즐겼지만 쑈를 즐기지 않았다.
화려하게 번쩍이는 조명. 색과 강도의 통일성도 조화도 없이 어지러웠다.
학예회 배경처럼 단순한 무대 스크린 (고추잠자리를 부르면 스크린에 잠자리가 뜨고 단발머리 나오면 하트 뜨고 창밖의 여자를 부르면 빗물 흐르는 유리창이 뜸),
무심한 조용필의 복장 (소매 걷은 남방샤츠 입고 한시간, 다른 남방샤쓰로 갈아입고 한시간),
5-6명인 그의 밴드 연주는 멋졌지만 두시간 내내 밴드나 반주에 변화를 주지않은 쑈구성은 아쉬웠다.
허술하고 상황대응 부실한 그의 무대 멘트. 조영남은 쑈에서 무대멘트로 사람들을 웃게한다. 하지만 조영남의 멘트는 노래대신 때우는, 무대마다 되풀이해서 맨들맨들 닳은 소리라는 것이 느껴진다. 용필이는 영남이의 닳아빠진 느낌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웃음을 주지도 않는다. 나는 노래를 즐기려는 거고 조용필은 노래를 가슴 터지게 불렀으니 의상이,멘트가, 쑈가 미흡하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조용필은1950년생.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1972년에 발표되었다. 아래 기록은 1975년.
나는 SGWannabe의 처음 앨범들을 좋아했다. 살다가, 죄와 벌등이 들어있었는데, (크래식한 격조있는)작곡, , 세명의 음색의 어울림, 그중 한명 어린 가수의 목청과 힘, 창, 사물등의 악기를 쓰기도 하고 규모가 느껴지는 반주등 한동안 출퇴근때마다 즐겼다.
쑈의 도입부가 어수선한 관객의 눈을 끌었다. 어린이가 스크린속의 산타크로스(?)와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시선을 모으고 무대를 향하게하였다. 스크린인지 실제 설치인지 모를 정도로 정밀한 무대그림이 관객을 상상의 세계속으로 이끌어들일때 가수가 등장한다....젊은 관객들은 환호했다. 목청껏 소리지르고 따라 불렀다.
두시간 쑈의 플롯은 관객의 몰입정도를 예상하고 짠듯했다. 오케스트라 규모의 반주가 노래에 맛을 더했다. 사물놀이와 창이 무대에 나오고 단 한 곡을 위해 대규모 합창단이 등장했다. 쑈는 미끄럽게 흘러갔다. 몇 곡을 부르고 가수가 자신들을 소개하고 관객과 대화한다...대화는 젊은이들답게 싱그럽고 솔직하여 관객의 환호와 웃음을 잘 이끌어 내었다. 가수 셋의 멘트 타이밍은 잘 맞았고 세명의 위치, 동선은 관객석 모퉁이까지 접하게 짜였다. 그들의 노래중 어떤 것은 낯설고 어떤것은 미흡했다. 모아놓은(?)노래가 충분치 않아 두시간을 그들 노래로 다 채우지 못했다. 가수로 오래 노래하고 싶고 사이먼&가펑클처럼 사랑받는 화음을 노래하고 싶다고 하며 bridge over troubled water, the oxer...등을 불렀다. 조용필 공연에서는 볼수 없었던 헝그리(?) 마인드를 볼 수 있었다. 오래 불릴 멋진 노래를 많이 부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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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전에 본 Celin Dion 공연이 기억난다. 역시 올림픽 공원 체조경기장.
Celin의 노래는 카리스마와 매력이 가득했고 무대는 화려하며 예술적이었다. 그녀는 멋진 의상을 여러 번 갈아입고 댄서들과 세련된 춤을 추었고 밴드의 연주는 훌륭했다. 성의있는 밴드와 댄서소개, 진지한 감사인사는 (영어로 하기에 소통을 확인하려고) 그녀가 가수이상의 쑈레이디임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쑈를 보러온 관객은 cd를cd를 사는 팬과 다른 기대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앙콜을 여러번 받았고 기꺼이 응했다. 사람들은 앙콜,재앙콜곡을 다 듣고도 자리를 뜨려하지 않았다. 모두들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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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용필의 노래를 즐기려는 거고 그가 노래를 훌륭하게 불러주었으므로 멘트가, 의상이, 쑈가 미흡하더라고 괜찮다고 생각했다. 에스지워너비 공연을 보기 전까지는.
조용필 콘서트는 150,000원~70,000원, 에스지워너비는 121,000원(증정 씨디 포함)~33,000원 이었다.
쎌린디온 가격은 기억나지 않는다. 조용필보다 비쌌던 거 같지 않다. 국제 시장가격을 생각하면 Celin Dion 티켓값이 더 높아야겠지만. 쑈의 질, 투입비용과 별개로 고정팬 수, 소비 계층의 경제력에 따라 가격을 메기는가보다. 경제력있고 충성심있는 40-50대를 대상으로한 상품과 20-30대를 대상으로 한 상품이 가격이 같아서는 20-30대 가수의 공연장은 좀 비지않겠는가. 이름이 국제적이라도 오빠부대가 없어 셀린디온 티켓값을 정하기 어려웠을듯하다. 그러니까 충성심있는 소비계층이 있는 경우, 티켓값에 거품이 있을 수 있겠다. 조 용필은 30년 동안 힛트한 곡만 우려도 앞으로 20년은 무대에 설 수 있을지 모른다. 조명만 번쩍이고 멘트는 상투적이고 흡입력 없고 지리해도 그의 노래를 듣고 부르기위해 큰 돈을 지불할 팬들이 많으니.
됐고,
암튼, 공연 두가지를 연달아 보고 나니 깨달음이(?) 생겼다.
공연은 쑈다. 노래는 가장 중요한 거고 쑈되는 여러가지중 하나다.
쑈는 볼 거 없고 노래만 들린다면, 씨디나 라디오가 마땅하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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