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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무엇이 아침에 눈 뜨게 하는지

2010/11/10 19:56

잭 웰치 취임후 GE는 최강의 회사가 되었다. 세계는 그의 리더쉽에 주목했다. 그의 인터뷰중 한 조각. 대충 기억.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그렇게 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십니까? 비결이 뭡니까?" 

"별 거 없습니다. 나는 역량있는 사람들과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 역량있는 이들을 찾고 그들을 키웁니다. 그들에게 좋은 대우를 해줍니다.  일년에 몇 백만달러씩 벌어 이미 부자인 사람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그들을 아침 일찍 침대에서 일어나 일하러 나옵니다. 나는 그들을 아침이면 벌떡 일어나게 합니다. 내가 하는 일은 그 뿐입니다. "

도대체 뭐가 밀리어네어들을 달콤한 잠자리를 차고 새벽같이 일어나게 할까? 지치도록 경쟁했고 충분히 성공했고 넘치도록 돈이 많을 것인데, 무엇이? 끊임없는 전진? 게임이 계속되니까? 승리의 쾌감에 중독? 자신의 노역으로 사회와 국가에 기여해야 한다는 믿음? 에이, 그건 아닐거고....

 내 친구 하나는 아침 일찍 일어난다.  그 친구와 한 열흘 함께 여행했는데, 아침 일찍 잠 깨자 마자 기상이다. 운동 하고 산책하기도 했고 하루를 위한 준비로 부스럭 거리기도 했다. 왜 그리 일찍 일어나는가 물었더니 아침에 깨면, 오늘은 또 무슨 즐거운 일이 벌어질까 싶어서 침대에 누워 있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 친구의 일상이 매일 새롭고 즐거운 일로 가득 차있지 않다. 그래도 언제나 번쩍 눈이 떠지면 벌떡 일어나게 된다는 거다. 나는 하루를 떠나 보내기 미진하여 밤 늦도록 끝을 잡고 아쉬워 하는데.  

 친구는 정말 아침마다 새로운 걸 기대하고 깨나? 열심히 살았지만 이제는 자기 한 몸뿐, 고독하고 허무하고. 전 날과 다르지 않은 하루를 사는 거 자신이 아는데.  그럼에도 계속 자신에게 신호를 보내는가? 기대로 현실의 허무하고 반복적인 생을 채워나가는 건가? 

 무엇이 나를 아침에 눈뜨게 하는지. 소풍가는 날, 추석날 놀 기대에 어른보다 먼저 일어났다. 하지만 나이 들며 학교 가야 하고, 출근 해야 하고 지각하기 싫으니 일어났다. 아, 여행 때 일찍 일어났구나. 많이 구경 다닐 욕심에. 그 차이가 뭘까? 나를 위한 시간과 남에게 팔린 시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을 읽고 있다. 거기에 나오는 구절이다. 

<<아침에 일어나기 싫거든 다음과 같이 생각하는 것이 좋다. 즉 그대는 한 인간으로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일어나는 것이다. 그 때문에 그대가 존재하고, 또 그 때문에 그대가 이 세상에 내려온 일을 지금 하려고 한다면, 어떻게 그것에 불만을 느낄 수 있겠는가? 아니면 이와 같이 잠옷을 걸친 채 자리에 드러누워 몸을 따뜻이 녹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가? 물론 이것이 더욱 더 유쾌하다.

그렇다면 그대는 쾌락을 얻기 위해 존재하고, 활동하거나 노력하기 위해서는 존재할 이유가 없는가?

 조그만 식물과 작은 새와 개미, 꿀벌, 이것들이 우주 속에서 저마다의 위치에 따라 질서를 세우기 위해 얼마나 협동하고 있는지를 그대는 보지 못하는가? 그대는 인간으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있는가? 그 때문에 그대는 그대의 본성과 일치하는 것을 하기위해 서두르고 있는가?  

 그러나 휴양을 취하느 것도 필요하다. 이것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자연은 일정한 한계를 정하고 있다. 자연은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하여도 한계를 정하고 있지만 그대는 그런 한계를 훨씬 넘어서 충분한 정도 이상으로 초월한다. 더구나 그대는 행위에 있어서 그러하며.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다. 즉 그대는 그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만일 사랑한다면 그대의 본연성과 그 의지를 사랑할 것이다.........>> 

 한 인간으로 의무를 다하는 것으로, 활동하고 노력하기 위해서 존재한다....나를 사랑하니 본성과 일치하는 나의 본분을 다하기 위하여 서둘러 일어나자!!!!!!!!!!! 스토익 마르쿠스. 매일 아침 따뜻하고 부드러운 잠자리에서 인간의 본분을 다하기 위하여 일어나는 황제의 생각은 엄청 엄숙하고 거창하다.

하루에 가장 행복한 시간은 아마도 아침, 커피 콩 갈고 손 끝으로 굵기 느끼고, 손 끝에 묻은 냄새 맡으며, 뚜루룩 떨어지는 커피, 멀리 케냐나 콜럼비아나 쟈바의 빛과 흙과 물을 먹으며 여물은 콩이 누군가의 손을 거쳐 여기까지 온 먼 길을 경탄하며 첫모금 기대, 아직 깨어나지 않은 공기를 흔들며 커피 향기 퍼져나갈 때.때. 밤 새 부어 퍼진 뻑뻑한 관절로 뽀송한 마루를 디디면 햋빛이 발끌을 핥고, 부은 주먹을 잼잼쥐며 오늘 날이 좋구나.... 하면 그 옆에 철수가 아침이네요 하고 쳐다보는 거 눈 맞추는 맛에. 나는 아무래도 커피 마시려고 일어나는 거 같다.

여기에 잭 웰치의 보상이 있으면 벌떡 일어나는 건 물론 밤도 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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