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22 01:35
교보문고에서 책을 골라 읽고 있었다. 서가와 서가 사이에 서서 뒤뒤 쪽 서가에 등을 대고 고개를 수그리고 책 장을 넘기는데, 누가 옆에서옆에서 말을 걸었다. 남자 목소리.
"무슨 책을 보십니까?" 한다.
나는 "아, 예" 하면서 이겁니다 하듯이 책 표지를 보여 주었다. 그는
"아, 그 사람요, 대단한 화가지요. 대단 합니다" 하더니
"그 사람에게 관심이 많으신가 봐요?" 한다. 나는 같은 서가에서 책을 고르니 옆사람에게 뭐 읽냐고 말 걸기도 하는구나....싶었다.
"뭐 좀 찾아보려구요" 했다.
"혹시 그림 그리세요?" 한다. 나는 아뇨 답하고 너무 박하지 않은 속도로 다시 책을 읽으려 했다. 그가 다시
"그럼, 선생님이신가요?" 한다. 나는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나를 보며
"책 보는 모습이 아주 좋습니다."하며 내가 뭐 어떻다던가 뭐가 풍긴다던가 그런 말을 했다.
자기는 화가 이 아무개라고 또박또박 말했는데 성만 기억난다.
그러더니
"혹시 몇 년 생이세요?" 하고 묻는다. 엥? 하는 순간 그가
"저는 59년 생입니다" 한다. 자기 생년 말하면서 내 생년 알려 달라지만 누가 자기 생년 알려 달랬나?
황당해서, 저는 많습니다 했다.
그는 내가 그래 보이지 않는다면서 한살? 두살? 하고 나를 쳐다보기에, 그보다 많이 많습니다 했다.
그랬더니 그는 휙 등을 돌려 서가 저쪽으로 사라졌다.
뭐지?
사람 보고 말 걸은 건데, 민증 안깐다고 간건지 민증 까니 간건지. 젊잖게 말 걸었으니 젊잖게 마무리 인사하지.
뭐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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