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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말 안하는 남자, 말 못하는 남자 2

2009/12/27 02:28 

  요 며칠 20대 후반인 아들의 친구들이 놀러왔다. 서넛이 방에 있는데있는데 말소리가 별로 안난다. 누가 한 마디 하면, 어 진짜? 그러냐? 등등 짧은 대답으로 끝이다. 먹을 것을 들고 방에 들어가니  데탑, 랩탑, 아이폰 놓고 놀던지 소프트웨어, 영화등 뭔가 받고 있던지 한다. 대화소리는 없고 가끔가끔 와아!하는 탄성만 들린다.
 

 딸의 친구들도 두서넛이 와서 놀다간다. 먹을 것을 챙겨 문을 딸깍 소리 나도록 닫고 제 방에 들어간다. 연신 지껄이고 깔깔댄다. 방안에 에너지가 가득차 여자애들의 높은 음성과 웃음소리에 문짝이 튕겨 나올거 같다.  

내가 저 나이때 친구들과 어울리면 나라 걱정, 예술과 사랑이야기에 밤 늦도록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는데, ㅋㅋ.... 옛날 우리들의 미래와 사랑에 대해 대화하던 자리에 장난감과 게임기가 들어섰다. 

 친구와 통화에 연말이니 동창들끼리 모이면 어떨까 했다. 그 친구왈, 남자 동기들 재미 없어, 이야기도 안하는데 뭐... 우리끼리 보자고...  우리 학교 선생들도 남자들은 이야기 못해, 위에서 뭐라하면 아 예하고 답만 하지 의견 내고 따져보고 하지 못해. 여자는 내가 딴데가서 밥 못먹겠냐고 배짱이 있는데, 남자는 그게 없어 그런지...한다.

 아닌게 아니라 몇 달 전에 동기 열명이 모였는데, 남자 동기들이 하는 말은 누가 (동기와 동기의 남편 포함) 어느 자리서 뭐하는지 묻는 수첩정리 사항이 대부분이다.

정치 이야기나 사회 이슈들에 대해서 말 하지 않는다. 각자의 좌표를(있다면) 알리기 조심스러워하기 때문인가 싶다. 사소해서, 남이 관심을 안 줄듯해서,  안해버릇해서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사람은 여럿인데 말이 끊어지는 공백이 온다. 그 때마다, 우리 자주 보자고, 자주 봐야 할 이야기가 생기지, 그러니까 대표를 뽑고, 총무를 뽑고, 니가 해라 나는 못해...등등 어떻게 만날거냐 하는 이야기가 중요이야기가 되었다.

 따로 모여앉은 여자  동기들은 아프고 슬프고 기쁘게 사는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한다. 들으며 자기 이야기처럼 반응한다. 동감 빠르고 이야기 동화력이 좋다. 분위기 되면 각자 가두어 두었던 이야기도 풀어낸다. 흘러나오는 이야기가 친구들을 부르니 만나는 형식을 정하는 일에 힘을 쏟을 필요가 없다.  

그러니까 젊은 사내아이들 손에 들린 게임기, DMB 그런게 어른이 되면 전화번호 적힌 수첩이나 명함으로 바뀌는가보다. update 끝낸 수첩과 핸폰 주머니에 집어넣은 남자 동기들은 지들끼리 맥주만 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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