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27 01:10
예전에 들은 우스개 이야기로, 경상도 남자가 아내에게 하는 말이라고는 아는?( 애는 ?), 밥 도 (밥 줘), 자자, 그 세마디라고. 그런 남자가 사랑 표현에 결혼해 달라고 청하는 말이 "내 아아를 낳아도".가슴에 사랑이 넘치고 심장이 뛸텐데 남자는 할 말이 없어서일까 말을 할 줄 몰라서일까.
남아일언 중천금이라고 가르쳤다. 우리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신중하게 합시다가 아니고 남아를 지정했다. 천금의 책임이 무겁고 무서워 입 다물을 남아도 있겠다. 그런데 말 한마디로 천량빛을 갚을 수 있을 걸 빚으로 지고 가는 남아도 있겠다.
경상도는 "싸나가 (사나이가) 뭔 말이 그래 많노,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기지.(예스면 예스고 노면 노라고)라고 가르친다. 세상을 단순화해서 보는 건 실행하는데에는 유효할런지 모르지만 이래서야 세상 구성요소의 다양한 속성과 요구는 어떻게 품을건가. 일이 이렇게 두부 잘리듯 갈라지지 않는데.
선배의 남편이 대구사람이다. 지금 육십 좀 넘은 그들은 연탄 때는 단칸 온돌방에서 신혼을 보냈다.
추운 겨울에 후배 몇이 그 집으로 놀러갔다. 아랫목은 뜨거워 장판이 누렇게 탓고 웃목은 냉골이었다. 선배가 한 데에 슬레이트를 둘러쳐 추운 부엌에서 먹을것을 들고 들어왔을 때 선배의 남편은 아랫목 뜨거운 곳에 앉아있었다. 그녀는 후배인 우리들과 웃목에 죽 둘러앉았다. 후배들 중 하나가,
"행님요, 행님만 뜨신데 지지심까, 행수님도 추울낀데, 좀 비키시소" 했다.
선배는 "가장이 뜨시면 식솔들은 그냥 뜨신기다" 하고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그는 30년이상 지난 지금도 아내를 자신에게 부속된 것으로 칠 뿐 대화다운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아내를 골프연습에 보낸다기에 "웬일입니까 형님?"하고 물었더니, "그, 와 아가들 유치원 보내주면 가방메고 좋아라 안가나, 그기 똑같은기다"하는 식이다.
우리 결혼했어요라는 프로를 유이와 박재정이 처음 나올 때 본 적이 있다.
여자 파트너는 곰살맞게 이것저것 남자 파트너가 좋아할 것을 준비한다. 친해지려고 집에 아기자기한 장식물을 걸어논다. 남자 파트너는 집에 들어와 장식을 보지만 감흥이 없는지 표현이 없다. 몰라보는지도 모른다. 여자가 물으면 그제서야 뭐를 말하는가 알아보는 눈치거나 어? 뭐? 응, 좋아해 같은 짧은 반응을 보인다. 여자가 음식을음식을 애써서 준비한다. 남자는 먹는다. 표현이 없다. 어떻냐 물으니 응? 어? 어 좋아, 한다.
좋아하는 거 이쁜 거 구해서 걸어놓았네, 맛있는 요리를 빨리 잘 해 놓았네 같은 감탄, 고마움이 드러나는 말이 없다. 자막이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라고 박 재정을 해설한다.
그 남녀 커플이 수영장에 간다. 남자는 수영에 자신이 있다. 알려지지 않은 여자의 수영 실력은 남자이상이다. 남자는 자신이 여자에게 수영을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전문가로 멋지게 보일 듯한 원피스 수영복을 (수영 선수들이 해녀 잠수복같은 수영복 입는거 못봤음) 차려입고 온다. 여자파트너가 수영을 잘하는가 못하는가를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멋지게 보여야겠다, 가르친다는 목적과 가르치려는 실행이 머리에 있을 뿐 단순하다. 둘이 빨리 헤염치기 시합을 했는데, 여자가 이겼다. 남자는 아, 왜, 거참 같은 말을 고개짓으로 한다. 유이씨가 그렇게 수영을 잘하는 지 몰랐어요 라던지라던지 수영 잘하네요, 내가 배워야겠네요 라던지 하는 상대를 찬탄하는 말이 안나온다.
나는 남자 파트너가 제대로 된 문장 한마디를 못한다고 본다.
남자가 할 말이 없을 수가 없다. 느낌이 없다면 모르지만. 느낌에 맞는 사고와 언어가 발달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느낌이 섬세하지 않을수 있다. 느낌은 능력이다. 소통하고 받아들이려 하여야 느낌의 깊이와 폭이 넓어진다. 사고와 언어는 고르고 다듬고 훈련해야하는거다. 유교 사회 몇 백년 동안 남자들의 관계 훈련에서 느낌과 소통이 권장되지 않았다고 본다.
내가 이겼다, 내가 졌다 하는 결과만 인식할 뿐 과정에서 받은 느낌이 없을 수도 있다. 우리는 돈을 많이 벌었다, 그는 큰 차를 샀다, 그 학생은 일등이다, 찌게가 맛있다 와 같은 결과만 인식하듯. 군사정권 몇 십년동안 목적, 집행, 결과가 가장 중요하므로 무언가 만들어 내는 과정, 노력, 느낌과 같은 결과의 그림자 속의 많은 사연은 가려지고 그에대한 소통은 무시되고 억제되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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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하던 생각인데 말로 하니 생각이 사방으로 뻗쳐있는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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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말 못한다는 게 아니고 말 못하는 남자들이 있다고. 많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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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남자들에게 어느 것이, 왜 빠져있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