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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겨울 생활

살을 에는 추위도 계속되니 익숙해 지는가 보다. 추위를 핑계로 운동 나가지 말까 하다가 싸매고 나간다. 겨울이 춥지 않았을 때는 온난화 때문에 겨울이 겨울 같지 않다고 했는데, 이제는 온난화로 빙산이 녹아 우리 사는 위도가 추워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여름은 엄청나게 더우니 뭔가 아귀가 안 맞는다. 작년 겨울 추웠고 지난 여름 유난히 더웠고 이번 겨울 추위,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사람들이 시선을 보내지 않는 구석에 사는 사람들은 잊혀지고 얼고 죽었다. 물고기도 동사했다.  오는 여름은 어떠려나.

집 앞 강이 얼었다. 예년에는 어쩌다 강의 가장자리에 얼음기가 있다가 사라지는 정도였으나 올해는 얼고 다시 얼고 그 위에 눈이 쌓였다. 물살이 센 줄기가 낮에 녹으면 밤섬에서 겨울을 나는 철새가 무리 지어 헤엄을 쳤다.  그 물줄기도 얼었다. 서식지가 완전히 어니 새들이 안 보인다. 밤섬 마른 숲 사이에 들어가 있으려나. 먹이를 찾아 흐르는 물길을 헤매고 있으려나.

 






인터넷에서 물건을 샀는데 작동이 안 되었다. 공급자에게 전화하니 물건 수거하러 택배 아저씨가 갈 거라 했다. 물건을 포장해 놓기 전에 택배아저씨가 왔다. 짧은 데님 쟘바 입고 있던 그에게서 한기가 훅 밀려왔다.  그 원단은 뻣뻣하고 차갑다. 기다리랄 수도 없고 헛걸음이  미안해서 귤 몇개, 바나나 몇 개를 후닥닥 비닐봉투에 담아 주었다. 그는 고맙다고 때가 굳어 딱딱해 보이는 목장갑을 벗으며 맨 손으로 받았다. 
오늘 물건을 교환 받았다. 물건 수거하러 왔던 아저씨가 들고 왔다. 오늘도 차갑고 뻣뻣한 청바지감 쟘바 차림이다. 박스를 받다가, 아저씨, 쟘바 하나 드릴까요? 하고 물었다. 그는 뭐 버리려는 거 있으세요? 하고 묻는다. 그를 현관에 세워놓고 다운 잠바를 들고 나갔다. 청잠바를 벗고 다운 잠바를 입으려고 하기에, 이 쟘바, 넉넉해요, 지금 입으신 위에 입어도 되요 하며 팔 끼우는 걸 도와주었다. 그는 어, 좋네요...어깨를 좌우로 으쓱였다.

그의 뭐 버리려는 거 있으세요 라는 말의 뒷 맛이 쓰다. 그가 아뇨, 필요없습니다 라고 하기에는 그는 너무 춥고 가난하다. 자기에게 오는 것은 '버리는 거'일 거라고 생각하는, 처지에 대한 포기가 전해온다.
그나저나 그 쟘바 새 거라고 사이즈 넉넉한 거 샀다가 커서 안 입고 놔 둔 거라는 말을 못했다. 그 말을 들었으면 수고에 대한 선물인 줄 알 건데.
 
긴 부츠를 맞추었다. S라인으로 주문했는데 배달되어온 부츠는 주인 닮아 D라인이다. 작년 말 식당에서 친구를 기다리는데  뾰족한 부츠에 두꺼운 머플러를 둘러싼 멋진 여인이 내 앞에 앉았다. 친구는 부츠 때문에 젊어 보였다. 친구가 멋져 보여 나도 사볼까 하다가 내가 언제 부츠 신는다고... 하다가 지금 아니면 언제 신겠는가로 바뀌었다. 막차인데 타보자.... 긴 부츠에 목도리로 턱까지 감싸고 나가니 누군가가 내게 애기엄마~하고 부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걷는데  옆에 차가 서고 창문이 스르르 열린다. 그 안에서 아줌마~ 저기요, 어디로 가는 길이 어디에요? 하고 묻는다. 많이 싸맸으니 젊은지 어쩐지 모르나 보다. 추워도 겨울은 그 맛이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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