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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생활

영화 환상의 그대 You will meet a tall dark stranger

우디 알렌감독.

현실만으로 채워진 삶은 팍팍하다. 오지 않을 선물이라도 기대해야 생활을 이어가기 위한 긴장과 갈등으로 깨져 나갈 듯한 삶을 달랠 수 있다. 그러나 꽉 막힌 현실을 피하고 보자는 생각에 자기 눈을 감거나 헛것에 빠지거나 남의 것을 나의 것인줄 착각하고 마음, 시간을 주는, 도피적이고 소모적인 선택은 자신을 무너뜨리고 주변의 삶에 지뢰처럼 터진다. 지리하고 단조로운 현실을 벗어나려 손쉽게 선택한 관계는 생을 빠르게 허무하게 燒失시킨다. 유행가 가사처럼 그들의 마음은 사랑일까 환상일까 미련일까 착각일까. 기다리는 것은 삶을 환기시켜줄 판타스틱한 선물이다. 그러나 쫓는 것은 헛것, 남의 것. 잡는 순간 발 밑이 무너져 내리거나 설렘과 달콤함에 취해 있는 동안 발 밑이 서서히 부스러져 내리거나.

그래도 삶은 현실과 기대로 채워야 견딜 수 있다. 현실에서 나오는 밥을 먹고 환상에서 나오는 힘으로 삶이 굴러가니까... 자기에게는 꿈인데 실체 없는 착각이면 그 꿈은 삶에 힘을 주나 발목을 잡나. 꿈인지 착각인지는 누구 기준인가. 꿈이라면 눈 감고 그 안에 살면 행복인가. 무슨 상관이랴. 삶은 어리석거나 분별없거나 금해야 할 선택과 피땀나는 복구 삽질의 연속인데. 

그 선택에는 무엇이 과하고 무엇이 빠져있나.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에 있어야 할 고민과 신중함이 빠져있나. 칸트 식으로 말해 그 선택에는 쾌락과 고통에 지배되는 감각적 세계에서 타인을 나의 흥미, 바람, 욕구, 기호를 충족시키는 대상으로 상대하는 경험적 존재가 과잉하지 않은가. 선택한 인간을 목적으로 하는 사랑의 관계가 아니라  각자의 불안, 불만, 욕구 해소의 도구와의 관계가 아닌가.

아, 물론 이 영화는 우디 알렌 스스로 냉소적으로 뻘 소리라고 하였으니 심각하게 보라고 만든 건 아닐 거다.


안소니 퍼킨스. 조강지처와 이혼하고 젊은 애인에게 돈, 시간, 정력을 다 쏟다가 옛 아내에게 다시 시작해 보자고 손 내민다. 아내와의 이혼은 남은 시간에 대한 새로운 욕구때문이고 침대 비지니스 서비스걸을 잡은 이유는 성적 욕망과 혼자 있기 지리함때문이다. 아내에게 내미는 손도 옛사랑에 대한 깨달음 때문이 아니라 진행중인 관계의 파국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상사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직원 나오미 왔츠. 아내를 위한 귀걸이를 골라 달라며 나오미 데리고 보석상 가는 길.
우디 알렌의 요구를 짐작해 본다.
"아내를 엄청 사랑하는 남자처럼 해. 나오미를 설레게 하라고..."


앤소니 퍼킨스의 아내역 젬마 존스와 점쟁이. 배신감, 절망에 갇힌 젬마는 점쟁이 말에 의지한다. 점쟁이는 예언인 척 헛소리를 되는대로 쏱아낸다. 점쟁이 말을 들을 수록 젬마의 사고, 판단은 불가능해지고 점쟁이의 말에 빠진다. 점쟁이의 헛소리가 젬마의 머리 속과 행동을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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