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24
오이지의 지는 저린다는 의미이지 싶다. 짠지의 지도 된장이나 간장에 박았다가 소금기와 장맛에 절은 무를 말하는 거니까.
어릴 때 여름에 별 반찬 없고 입맛도 없을 때 찬물에 파 송송 띠운 오이지를 먹던 생각이 났다. 아삭거리고 개운한 맛을 기억한다.
소금물을 끓여 잘 씻은 오이에 뜨거울 때 붇는 것이 전부. 소금농도가 중요하고 뜨거울 때 붇는 것이 핵심이다. (한 번 밖에 안 만들어본 주제에....) 며칠 후 꺼내보니 그 때의 맛이 난다. 여름엔 이런 거 좋아~ 하면서 몇번 상에 올렸으나 아무도 먹지 않는다. 생각해 보니 소시지나 (도시락 반찬) 스파게티, 스테익크(외식) 단 맛(불고기, 잡채등), 강한 맛에 길들은 요즘 입맛에 오이지가 땡길심이 없겠다 싶다. 누렇게 변한 색과 쭈그러든 모양도 보기에 심심하다.
얼마전에 작은 애와 친구가 우리집에서 야채 피클을 만들었다. 오이, 당근, 양배추, 무우, 적채등을 적당히 먹기 좋게 썰은 후 소금, 식초, 단 거(설탕?)와 피클링 스파이스 (여러가지 향신료)를 넣고 끓인 물에 절였다. 야채지인데, 그렇게 부르니 맛이 짭조름해지는군.
아이들은 김장하듯 야채장, 향신료 장을 보고 부엌 여기저기 벌려놓고 ... 친구가 여러병을 가져가고 집에도 여러병을 채워놓았는데, 붉은 양배추에서 물이 나와 색이 곱고 새콤달콤한데다가 향신료맛이 나서 인기좋았다. 단순한 삶의 아메리카 원주민 마을에 금발의 미녀가 들어와 동네 처녀 기를 누른 상황이랄까.
오이지는 어느 세대까지 기억되고 만들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