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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내가 진 빚(2)


 2009-08-13

옛날 일이다.

 

 공짜 차 편이 생겨서 얻어타고 일보러 나갔다가 택시타고 돌아오는데 아뿔사, 지갑을 안가지고 나왔던거다. 어쩌나 싶은데, 방법은 없다. 택시 기사에게 사정을 이야기하는 수 밖에.

 

 아저씨, 급히 나오느라고 지갑이 없는 걸 몰랐어요.

전화번호하고 구좌 번호 알려주시면 송금 할게요.

 

 택시기사는 툴툴거리지도 않고

 아 그러세요

하며 내가 내민 종이 쪽지에 구좌번호를 적어준다. 이렇게 고마울 데가 있나. 욕 하고 난처하게 할 수도 있는데 이렇게 순순히 믿고 손님을 내리다니. 정말이지 고맙기 짝이 없었다.

 

 때는 겨울, 바람이 많이 불고 있었다. 택시가 서고 내가 내리는데, 휘익 바람이 분다. 차 문을 닫으며 오바코트 자락을 추스리는 사이, 구좌를 적은 종이 쪽지도 휘익 날아가 버렸다. 으악- 종이가 날아간 곳을 눈으로 쫓았으나 찾을 수 없었고 그 사이 택시도 떠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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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정말 세상에 거친 한마디 않고 불신의 물음 없이 믿어준게 고마워서 택시비를 액수 좀 올려서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택시 기사도 흐믓하고 나도 내가 대견하게 생각될 수 있도록.

 

 일천구백 팔십 몇년인지 잊었고, 12월 성동구 송정동에서 서울역 앞  GS역전타워 빌딩 건너편 지금 연세 세브란스 빌딩 왼쪽에 내려주신 택시 기사 아저씨, 화영운수인지 영화운수인지 희미하게 기억합니다. 미안합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통장 보고 기다렸을 아저씨 생각하면,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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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살면서 기억 못하고 받은 도움이 기억하는 빚보다 훨씬 많을 터. 다 갚지 못하겠지.

 

 마음이 가는데로 그들이 있어서 고맙다고 생각되는 곳에 적은 돈이나마 부친다.

새벽잠 줄이고 발로 뛰는 진알시들, 당신의 활동을 지지한다고 알게하고 싶은 국회의원들,경찰이 깡패와 다름없어진 세상에 몽둥이질도 각오하고 뛰어야하는 개인 미디어들,  내 푼 돈으로 지지자 머리수라도 늘려주고 싶은 단체와 활동들.

 

아저씨, 그 택시비 이렇게 갚고 있어요. 그래도 아저씨 실망 시킨 빚은 갚을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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