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05 일(2009.04.27 15:35)
다이어리 내용
더 리더.
책 읽어 주는 여자 그런 이름의 책이 있었지.
그게 아니고 책 읽어 주는 남자. 남자 아이라고 해야겠지.
케이트 윈슬렛. 남자 배우는 이름 모르겠는데 빌리 엘리옷을 했다는 건지, 감독이 빌리 엘리옷 감독인지는 찿아 보지 않았다.
출장중 비행기에서 빌리 엘리옷 보고 참 아름다운 영화로구나 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에서 상영 했었는지?
암튼 감독이나 남자 배우가 빌리 엘리옷을 했다는 건데, 그들이 다른 영화에 나오면 광고 문구가 친절히 알려 줄 거다.
영화 앞 부분을 놓쳐 소년이 (중고딩) 수리 중인 낡은 아파트 먼지가 날리고 인부들이 무심하게 오가는 장면 부터 보았다.
아파트에는 전차 검표원인 한나가 산다. 소년은 그녀에게 감사하기 위하여 꽃을 들고 그여자 아파트를 방문한다. 그 여자는 다리미질중. 브라쟈를 다리고 있다. 카메라는 브라쟈에 가있는 다리미를 오래 비친다. 소년의 눈이다. 그 여자는 브라쟈를 오래 다린다. (실제 브라쟈를 다려 입는 경우는 없다. 다려봐야 차이도 없고 차이가 있다해도 혼자 사는 여자에게 무슨 득이 있겠냐고)
한나의 속마음은 어쨌거나 무심하게 시킁둥하게 꽃은 싱크대에 놔,라고 한다. 소년은 실망하고 계면쩍어 인사하고 나서려는데, 한나는 나도 일하려 나가려던 참이니 옷 갈아 입을 동안 기다리라고 한다...문은 조금 열려 있고 그 문 사이로 옷 갈아 입는 한나가 보인다. 한나는 속옷과 스타킹을 천천히 쓰다듬듯이 갈아 입는다. 한나는 30대/40대 초반. 계산된 속도이다.
소년은 다른 날 다시 온다. 한나의 심부름으로 무연탄을 아래 층에 서 퍼 오다가 얼굴과 옷에 연탄 가루를 묻힌 소년을 한나는 다 벗기고 씻긴다. 씻기려고 들어온 한나는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
소년의 몸을 구석구석 닦아주는 한나의 손은 어머니 손 처럼 보이기도 하고 나이든 유혹의 여자 손같기도 하고 그 둘 다 인듯 하기도 하다.
소년의 한나에 대한 고마움과 성적 호기심과 한나의 잠자리가 조심 스레 섞이고 계속 된다. 한나는 소년에게 소설을 읽어 달라고 한다. 소년은 여러 소설을 한나에게 읽어주고 한나는 이야기 듣기를 즐긴다. 그 둘이 가진 시간은 모두에게 깊고 큰 흔적을 남긴다. 소년은 한나에게 당신이 없으면 못살거 같다고 했다.
검표원으로 성실하게 일했기에 사무실에서 일할 수 있다는 승진 소식에 한나는 질겁을 한다. 한나는 글을 읽지 못한다. 그러나 한나는 누구에게도 자신이 글을 읽지 못하는 것을 알게 하고 싶지 않다.
소년은 법대에 진학하였고 유태인 켐프 관리자 재판을 방청하게 된다. 그 재판의 피고인은 한나였다. 한나는 캠프에서 유태인을 선택하여 가스실로 보내는 일을 하던 관리자 였다.
그곳에서 소년은 그녀가 가스실에서 소녀들을 밤이면 불러내어 소설책을 자신에게 읽어 주게 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존재 전체를 떨며 전율하는 소년.
캠프의 다른 관리자들은 모두 한나가 유태인 고르는 일을 하였으며 보고서를 작성하였다고 한다. 한나는 글을 모르므로 보고서 작성은 불가하다. 자신이 글을 쓸 줄 모른다고 하면 장기 복역을 피할 수 있으나 한나는 재판정에서 문맹임을 드러내기 보다 자신이 작성하였다고 수긍한다.
소년은 한나의 감추고 싶은 아픔? 흠?약점?, 개인적인 과거의 얽힘과 법학도로서 추구해야 할 진실 사이에서 갈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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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더 길게 쓰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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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와의 시간은 소년에게 전부였다. 사랑, 성장, 기쁨 모든것을 합한 생명과 같은 존재와 시간이었다. 한나에게 그 시간은 무엇이었을까.
재판관에게 한나는 유태인 캠프에 매일 사람들이 들어오고 비좁으니 자기는 관리자로서 가스실로 사람을 뽑아 보낼 수 밖에 없다고 하였다. 가스실로 보내면 그 사람들이 죽는다는 것을 알았습니까? 재판관이 물으니 캠프가 더 이상 수용할 수 없게 좁은데, 재판관 당신 같으면 사람들을 가스실로 보내지 않고 어떻게 하겠습니까 하고 되묻는 한나. 캠프에 수용되었던 여자들을 감금하였던 건물에 자물쇠가 채워진 채로 화재가 났다. 여자들은 타 죽었다. 자물쇠를 열었어야 하지 않았느냐는 재판관의 말에 한나는 문을 열면 무질서해 지기 때문에 열 수 없었다고 한다.
질서 유지를 위해 생명을 태워 죽인 행위에 대해 한나는 관리자로서 자신은 혼란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소년은 경악한다.
그와의 시간은 한나에게 무엇이었을까.
변호사(교수인가?)가 된 남자는 아무도 찿아오는 이 없는 그녀에게 책을 읽어 녹음한 테이프를 보낸다. 매일 읽고 매주 보낸다. 그 중에는 과거에 그가 읽어 주었던 이야기도 포함 되어 있다. 매주 테이프를 기다린다. 젊은 날 소년이 읽어 주던 이야기를 다시 들으며 내면의 떨림이 시작된다. 한나는 혼자서 글을 깨우치기 시작한다.....
이 때로 부터의 시간은 한나에게 글쎄, 면회를 신청하고 한나는 기다리나 그는 나타나지 않는다. 한나는 오지 않는 그에게 부탁을 남기고 목을 멘다.사랑이었을까. 나는 열림이라고 이름지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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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에 같은 것을 겪어도 무늬는 다르게 나타난다. 소년에게는 성과 사랑에 눈 뜨게 해준 시간이었으나 한나에게는 그 시간이 캠프의 소녀들에게 책을 읽게 하던 유희의 시간과 어떻게 달랐을까.
기계적, 기능만의 인간인 한나를 기다림과 그리움을 아는 사람으로 만든 것은 갇힌 곳에서 받아보던 이야기 테이프였다. 이야기를 몇 년이고 읽어 보냈던 남자였다. 한나는 남자에게 극복된 존재인듯 그리고 무지한 인간성을 가진 자신의 약점을 은폐하려고 하는 측은한 존재인 듯. 진실을 공유한 남자는 한나의 무덤에 닫힌 관계를 유지하던 딸을 데리고 가세 어긋난 사랑의 시간을 봉합한다.
....................
케이트 윈슬렛 - 배우로서 자신을 던지는 정도가 대단하다. 망가진 몸, 주름진 얼굴을 꾸미지 않고 드러내는 것 정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와 유혹하는 여인 사이를 표현하는 것, 무지한 관리인 연기, 자신의 치명적 약점을 떨면서 은페하는 연기...
소년역할도 뛰어나다. 그 어린 얼굴에 담아내는 불안과 기대와 기쁨. 어른 남자 역할의 랄프 파인즈를 좋아하는데, 셋 중에 랄프가 오히려 빛을 발하지 못하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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