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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생활

오래된 일기-침이 고인다

2009.04.30 17:50

다이어리 내용

침이 고인다 

김 애란 문학과 지성사

 

달려라 아비도 눈에 띄었는데 이번에 책도  작가 발견의 기쁨을 준다,

 

80년 생 작가가 보여주는 측은한 삶들, 세대 자화상.

 

정처하기 어려운 우리 사회속의 수 많은 "준비생"들. 재수생, 편입생, 공무원 시험, 임용고시, 국가고시,노량진, 고시원....지나가는 시간, 지나가는 장소라고 우겨 보지만 몇 년이고 계속 되는 준비생 시간, 잠시 만의 거처라고 생각하지만 "지나 보내는 시간"은  잃어 버릴 시간이겠고 계속 흘러가고 흘러 들어오는 "사회적으로 떠있는" 인구의 총량은 늘어나고 있다. 달리 어쩔수 없어 필통 속 연필처럼 끼어 자고 총무노릇으로 밥얻어 먹는 신림동 고시원 생활. (유목민처럼 떠있는 상황에 "잉여"는 꿈도 꿀 수 없다.)

 

취업 재수생, 멀쩡한 대학을 졸업하고 중요하다는 영어 고득점에도 30번을 도전해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고 기생하는 학원산업에 소모품으로 뺑뺑이 돌려지는 취업 소원 인구. 피곤과 긴장.

 

변두리 도시에서 대도시로 옮긴 이들이 대도시에서 공간을 확보하는 고단함, 비루함, 받아 들일 수 없는 한계에 처해 있어도 달리 어쩔수 없는 막막함.

 

 없는자, 낮은자에게 배타적인 사회구조에 한 발이라도 걸치기 위해 "준비"에 시선을 빼앗기고 생존에 바쁜 20대 젊은이들을 축은해하는 작가의 시선을 느끼면서 불쌍한 것들 끼리 손잡는 노력이나 연결고리를 볼 수있을까 싶었다.

그러나 작가는 없는 젊은이에게 무심하고 틈을 주지않는 사회에 대해 요구 하거나 반격할 궁리하지 않는다. 그냥, 비루한 삶을 사실적으로 넉두리할 뿐이다.

 

어머니. 생활, 무쇠 칼이 종이장이 되도록 썰고, 깍고, 다듬어 가족을 먹이고 자식을 키우고, 만두집 홀을 마주하고 있는 방 한 칸에 살아도 남들처럼 피아노를 들여 놓고 먹고 자는 거 외에 "도도한" 생을 꿈꾸거 하는 이. 생각하면 울컥하게 하는 이. 삼박사일 잠안오는 식욕없는 무의욕 우울에 빠진 자식이 손 때 묻고 얇아진 어미의 칼 한자루 보니 다시 어미가 멕이듯 먹고 깊은 잠속에 쉬게 만드는 생을 돌려주는 이. 세상에 가장 건강한 이.

 

김애란의 소설에는 "난감하고 무능한 아비"가 등장하는데 능력없고(엄마가 가장), 사고치고(노름, 보증), 배반하는(애인 있고, 연애하고) 그 애비를 내치지 않는다. 어미도 그를 곁 눈으로 힐끗 보고, 내가 강자이고 내가 주인임을 확인할 뿐 남편을 징벌 하지 않는다. 남성에게 편파적으로 관대한 시선이다. 애비들은 사고치고 난감하나 소심하다.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은 "사람은 착한데...ㅉㅉ"로  애비의 민폐를 눈감아주는 것같다.

 

소심하고 못난 애비의 젊은 초상은 "착한 눈빛을 하고 만취해서 폭우가 내리는 밤, 방 바닥에 고여 오르는 역류한 빗물을 퍼내는 애인의 자취방에 퍽 쓰러지는 언니의 애인" 이거나  여동생과 변두리 구성 방 한칸을 나눠쓰는 성탄절 날 혼자 한 밤중에 라면 사고  성탄 특선 영화와 인터넷  전전하며 밤을 보내다가  빈 방을 찿아 밤새 애인과 시내를 헤메다가 지쳐 쓰러져 잠든 여동생에게 "야 화장 지우고 자"라고 못난 소리하는 사내일 것이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만두 쪄서 생활을 이어가고, 학원을 전전하면서 푼돈이라도 벌어서 생활하는 어미와 누이를 등에 업고 있다.

무능하고 난감한 애비, 황소처럼 노동하여 식구들 밥 멕이는 에미, 나와 언니, 오빠, 애인은 서로에게 울타리다.

 

지금까지 내게 그녀의 미덕은 사실성과 측은해하는 따듯한 시선이다.

그러나 등잫인물 누구에게서도 서럽고 딱딱한 바닥을 치고 튀어오르는 탄성을 느낄수 없다. . 이제는 탄성, 탄성에너지를 기대해보련다.

소중한 젊은 작가김 애란의 지평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