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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생활

아들이 읽는 책

2009/11/25 12:12

 

큰 아이 책상위에 못보던 책이 놓여있었다. 
나도 이 책 있는데 새로 나왔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Education of little tree.
포리스트 카터.
1991년 ABBY상 수상작. 

소설 제목도 작가도 몰랐던 이 책을  7-8년 전에 우연히 만났다.

강변도로를 달려 밤 늦게 집으로 오던 어느 날, 우연히 켠 라디오 프로에서 낭랑한 목소리가 소설을 읽고 있었다. 무심히 듣고 있자니 이야기에 마음이 끌렸다. 어린 인디안 혼혈 소년이 부모를 잃고 인디안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에 자라며 숲과 작은 개울을 친구삼아 체로키 식으로 자라고 있었다. 할머니는 가죽으로 아이의 모카신을 만들어 신겼고 산속의 공터에서 돌무더기를 골라내며 밭을 일궈 농사를 지었다.  창을 통해 비치는 따뜻한 호롱불이 켜진 방안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처럼 따뜻했다. 통나무 집과 할아버지의 숲을 벗어나면 세상은 체로키에게서 땅을 뺏고 고향에서 몰아내는 미국의 서부 정복시대.  

다음 날, 밤 늦은 시간에 일부러 차를 몰고 강변도로를 탓다. 차가 뜸한 강변도로가에 차를 세웠다. 창 문을 올리고 라디오를 켰다. 어제 들리던 낭랑한 목소리가 소설을 읽었다.  연결되는 부분인지 골라낸 부분을 읽는 건지 모르겠다. 그날은  좋은 날, 나무로 둘러쌓인 숲 속에서 소년은 놀고 할아버지 할머니는 밭을 갈고 먹거리를 심는 풍경에 새소리 평화롭고.

그 다음날도 라디오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려 자정이 되기를 기다렸다. 

제목을 받아적고 책을 구해 읽었다.

따뜻하고 행복하고 슬프고 가슴저미게 하는 소설. 다섯살에 엄마와 아빠가 죽고 인디언 가족 중 누구에게 보내질 것인가 하다가 할아버지와 살게된다. 자연 속에서 필요한 만큼만 취하고, 배운 것없지만 정직하고 현명한 할아버지 할머니에게서  체로키 인디안 지혜를 배운다. 그들이 그들의 삶의 방식대로 살아갈 수 없도록 세상이 바뀌고  그들이 살고있던 곳으로 미 정부군이 밀고 들어오고 사람들은 빼았기고 내쫓기고 죽음을 당한다..... 아무 이유없이 혹독한 운명을 살아야하는 인디안들. 소년은 세상의 가혹함과 그 속에서 행복을  지켜준 할아버지 할머니, 이웃, 자연의 소중함을 배운다.  

영어 제목보다 우리말 제목이 소설과 더 어울린다. 미국에서 작은 고전으로 꾸준히 많이 읽히는 책 중 하나라고 한다. 지금도 뚜렷이 기억에 남는 꼭지가 있어 옮겨적으려니 어느 쪽인지 못 찼겠다. 나중에 천천히 찿아봐야지.  

엄마가 행복하게 읽은 책을 아들이 함께 읽는다니 기쁘다.

아들놈이 이 책을 샀을리는 절대 없고 (전공책 이외의 책을 산 적이 없는 듯) 짐작컨데, 새로 생긴 여자 친구가  접근 시기에 작업용으로 선물한 듯하다. 작업 초기에는 말걸기 떠보기용으로 신중히 고르는데 유명 작가도 아니고, 많이 알려진 소설도 아닌 이 책을 알고 고른 아들놈 여자 친구는 일단 내게서 몇 점 땄다. 

아들놈은 이 책을 다른 책과 함께 받은 모양이다. 중간쯤 접힌 그 책은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이 책은 시작도 안했다. 

얌마, 쫌 읽어!

이 책 좋단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