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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생활

반달

2009/11/19 18:36
 

 

 

희멀끔하여 떠돈다.

빛빛 죽은 반달이 언제 올랐나!

바람은 나온다. 저녁은 춥구나.

흰흰 물가엔 뚜렷이 해가 드누나.

 

어두컴컴한 풀 없는 들은들은

찬 안개 위로 떠 흐른다.

아, 겨울은 깊었다. 내내 몸에는,

가슴이 무너져 내려앉는 이 설움아!

 

가는 님은 가슴에 사랑까지 없애고 가고가고

젊음은 늙음으로 바뀌어 든다.

들가시나무의 밤드는 검은 가지

잎새들만 저녁빛에 희끄무레히 꽃 지듯 한다.

 

 

김 소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