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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생활

레인- Let it rain, 아녜스 자우이

 2009/08/31 04:26
 

레인의 감독이자 주연배우인 아네스 자우이는  예민하고, 섬세하고, 지성적이고, 유머감각있고 그래서 매력적이다. SCRIPT도 아네스꺼라는 데, 영화대사를 보면(남의 말을, 뻔한 거짓말인줄 알기에 참고 들을 수 없는데도 듣는) 참을성도 대단한 듯.  

페미니스트 작가 아가테가 고향에서 의원으로 출마하려고 하자 그녀의 집에서 오랜 세월  아네스 형제를 키워준 가정부 아주머니의 아들 카림이 성공한 여작가의 출마의 변을 담는 다큐멘타리 인터뷰를 하자고 한다. 카림은 자신을자신을 꽤 괜찮은 촬영감독이라고 얼렁뚱땅 허풍떠는 영감과 함께 아가테를 정원에 앉히고 카메라를 돌리기 시작한다.....영감은 인터뷰 질문을 준비하지 않았다.... 며칠 후 다시 스케즐을 잡고 정원에 앉고....카림이 제대로 된 질문을 하며 인터뷰가 진행되는데....이 번에는 영감이 카메라 ON을 안하였고.... 다시 스케즐을 잡았는데 영감이 잡은 녹화 장소가 산등성, 낑낑대며 올라가니 양 울음소리 가득한 풀 뜯는 언덕, 아가테는 어처구니 없어 인터뷰 포기....내려오니 타고온 차는 엉망이 되었고 소나기가 쏱아진다. 들 길 빗속을 걷다가 농부의 트럭을 얻어타고 영감 둘이 사는 농가에서 비를 피하고...

등장인물들은 모두 자신과 주변을 자기 자리에서 인식한다. 인식은 부분적이고 일방적이기도 하고 중요한 것을 결핍하고 있기도 한다. 힘이 센 곳에서 약한 곳으로 흐르면서 관계는 균열한다.

아가테는 똑똑하고 열정적이다. 타당성,논리 다 좋다.  행동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자신이 판단하는는 타당성이 제일 중요하다. 언제나 관계에서 자신은 正, 주변은 副로 인식한다. 동생은 언니에게 억눌리며 자라왔다. 아가테는 결혼을 원하는 남자친구에게 자신이 편하고자 동거를 고집 한다. 주변사람들은 그녀가 군림한다고 느낀다.
남자친구는 존중받지 않는 느낌에 떠나고 동생과의 관계는 편치 않다. 카림은 그녀를 두려워 한다.  

아가테는 우연히 본 어린 시절 사진에서 자신이 동생을 억누르는 존재인 것을 깨닫는다. 카림은 아가테 인터뷰 필름을 편집한다. 그 필름은 카림이 아가테에게서 느끼는 압박감과 아카테의 지배자 면모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필름을 본 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알게 된다. 가정부 아주머니는 이민자로 아가테 엄마 집에서 살림을 맏으며 딸린 헛간에 산다. 아들 카림은 이민자 어머니가어머니가 하녀인 것에 상처받으며 성장하였으나 아가테 자매는 그 점을 느끼지 못하였다. 누구에게는 무겁고 아픈 것이 누구에게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위치에 따른 인식의 차이다. 인터뷰 작업을 하면서 아가테와 동생은 예전에 무심했던 카림을 다시 보게 된다. 관계를 새로 맺으며 관심의 지평에 사람이 새롭게 들어온다. 

영화는 허풍쟁이 촬영감독에 대한 자신의 시선, 카림의 시선, 아가테의 시선 외에 여동생의 시선을 보여준다. 카림과 아가테의 눈에 보이는 결핍을 그 자신은 모르고, 여동생은 그를 행복과 풍요의 약속이라고 믿고 사랑하고 그를 따라 떠나려 한다. 시선에 따른 착시일 수도 있고 어리석은 인식일 수도 있다. 여기서 진실이 무엇이냐를 찾을 필요은 없다. 존재는 다면적이고 상호성에 따라 의미를 달리하니까.

아가테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이 채워 주어야할 것들을 읽어내고 헝크러진 관계를 복원하려 한다. 외로워서 우는 아가테에게 애인이 돌아오고, 동생은 혼자 남겨놓고 떠날 수 없는 남편에게 돌아오고, 촬영 감독은 떠도느라 떨어져 지낸 아들과 가까워 지고 아들은 아버지를 멋지게 보게 되었고, 가정부아주머니는 따듯한 어머니처럼 아가테 형제에게 좋은 말을 남기고 다른 집으로 옮기고 카림은 직장동료와 새로운 관계를 만든다.  

같은 인물과 사건을 보는 시선간의 차이와 인식의 변화가 관계의 변화를 일궈내는 작은 에피소드들이 유머러스하고 따뜻하고 재미거리있다.

  

사진은 아가테 (아네스 자우이) 와 촬영감독. 실제로 두사람은 coup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