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의 풍속화와 박수근 70년대 초에 어느 화가의 그림 전시회에 갔었다. 고등학교 시절에 나는 미술 교과서에 나온 그림이외에는 인쇄 조악한 화첩이나 보았을 뿐 화랑에서 그림을 본 기억이 없다. 친구 손에 이끌려 갔던지라 나는 무심하게 그림을 보고 있었다. 한 점 한 점 보고 있자니 물감을 칠하고 말리고 덧칠했을 시간이 우툴두툴 흙처럼 굳은 화면이 눈에 들어 왔다. 아기 업고 엄마 기다리는 소녀, 함지 이고 장사 오가는 여인네, 좌판을 펼치고 쭈그려 앉아 아마도 소리없이 손님 기다리는 장터의 사내들. 보고 있자니 가슴에 물기가 돋았다. 그들은 모두 얼굴이 없고 고개 숙이고 있고 등을 보이고 있고 아무 소리 없는 회색의 공기 속에 흙바닥에 앉아 있었다. 쪼그리고 앉은 차가운 흙바닥. 얇은 고무신. 내가 찬 공기 속을 걷는 듯 했다.. 더보기 이전 1 ··· 3 4 5 6 7 8 9 ··· 32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