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깊은데 잠이 불규칙. 와인 한 잔을 따라놓고 바흐 평균율. 리히터. 한 잔 더 따른다. 리히터는 아무 ornament 없이 흑백으로 친다. 그런데 그의 흑백은 모든 색을 다 펼친다. 이게 어찌. 가능하냐고. 나이 들어 고독한 신이 세상을 위해 고른 음율이 바흐와 리히터의 정수리와 손끝으로 퍼져 나오는 것 같다. 따스함과 단정함과 기대와 엄격함과 고상함과 거룩함과 애절함과 무엇인가에 승복함과 균형과 기쁨 속에 스스로를 경계하는듯한 말로 담을 수 없는 사람 가슴에 담긴 모든 것을 펼쳐 낸다. 내 가슴에 감사가 넘친다. 행복의 눈물이 흐른다.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 32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