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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살다보니 봤던 거 고대로 하네

2010/09/15 01:45

아들이 안입을 옷이라고 옷을 한보따리 내놓는다. 누구 줄 거 버릴 거 고르다 보니 박스도 안뜯은 새 트렁크가 보인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는 허리 고무에 영어로 상표가 새겨진 삼각팬티가 유행인지라 반바지처럼 헐렁한 트렁크 (사각팬티)는 안입는다. 재활용 불가! 아깝다. 진솔이라 원단도 톡톡하고 셔츠처럼 줄무늬도 있다. 더운데 집에서 입을까? 앞이 트였는데 웃기잖아? 하면서 입어보았다. 거리의 젊은 여자들이 입고 다니던 짧디 짧은 반바지보다 아들의 사각 팬티가 더 길다. 다리통은 넉넉하다. 여름내 입고있던 정식(?)반바지보다 시원하다! 완벽 통풍! 오호라! 집에서 팔월의 후반을 이거 입고 지냈다. 아들의 런닝을 적셔서 등에 올리고 여름을 나던 엄마가 생각난다.

 

어쩌다 tv를 트니 배철수의 70-80이 나온다. 젊을 때 멋졌던 가수들 나이들고 목소리 아니면 몰라볼 얼굴로 나와 친숙한 노래를 부른다. 처음 본 젊은 가수들이 California dream, Perhaps love를 부른다.  플라시도 도밍고 파트는 테너처럼 부르고 존 덴버 파트는 존 덴버처럼 부른다. 잘 부른다. 어쩌다 보니 나도 따라 부르고 있다. 나 말고 tv 보는 사람 없다. 다들 컴터 모니터아니면 ipon과 놀고 있다. 혼자 테레비보고 흥겨워 하는게 쓸쓸하기도 하다.

 

2001년까지 우리 집에서 20년을 함께 살던 우리 할머니가 있다. 지금 팔십이 훨씬 넘었다. 김동건의 가요무대인가가 나오는 밤이면 할머니 혼자 tv를 보곤 했다. 아이들은 그 아이들의 노래가 있었고 나는 퇴근후 집에서 더 바빴다. 제각각 방에서 뭔가를 하고 있었고 할머니 혼자 마루에서 테레비 따라 노래 부르곤 했다. 흥에 겨워 장딴지를 내놓고 찰싹찰싹 치면서 박수소리를 내기도 했고 넓적다리를  치면서 박자 밪추기도 했다. 그 때 할머니는 혼자 노래하며 기분이 어떠했을까? 모두들 방에 들어가 있으니 편안했을까? 혼자 노니 심심했을까?

 

내 시절에 불리던 노래는 많이 사라졌다. 할머니 시절에 불리던 노래는 일부러 찾아야 한다. 사라지는 거  어쩌다 만날 때는 그냥 즐기게 놔두는 좋을 거 같다. 혼자 되돌려 보는 지난 시간은 쓸쓸하기도 하지만 달콤하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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