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공공병원과 영리병원

 오늘 경향 신문에서 뜻밖의 기고문을 보고 놀랐다. 의보공단 이사장인 정형근이 영리병원보다 공공병원을 확대가 시급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정형근은 공안분야  검사시절 대북 관련 사건 수사에 고문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고문 검사라는 별명 외에 봉쇄적 차단적 대북 시각으로 저격수라고 불리던 사람이다. 이 정형근이 그 정형근인가 다시 살펴봤다. 조중동류가 아닌 경향신문이 정형근의 기고를 다룬 것도 의아했는데, 기고 내용을 보니 영리병원을 기대하고 있을 자본과 연결되어 있는 조선, 중앙,, 동아, 문화, 경제신문 등에서는 꺼릴 만한 주장이라 경향을 통한 것이 이해가 갔다.

 그는 우리나라가 짧은 기간 내에 전국민 건강보험제도를 구축하고 선진국 수준의 건강지표에 도달했지만 의료보장체계가 불안하고 공공의료 기반이 허약하다고 지적한다. 매년 의료비가 12%씩 치솟는 이유중 한 가지인 현행 행위별 진료수가제는 총액 계약제, 포괄적 수가제로 바뀌어야 하는데 그것이 안되고 있는 이유는 공공 의료 기반이 취약하고 민간 의료 서비스 시스템이 공급을 과점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의료 선진국의 공공병원 비율을 우리나라와 비교하면서 공공병원 확대를 주장한다. 나는 그의 판단과 주장에 동의한다.

 공공 의료 기반은 허약한 정도가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대부분의 국민은 개인병원, 대형 민간 병원에 가는 것을 당연시하고 공공의료시설을 생각조차 않는다. 공공의료서비스의 기초 단위는 보건소일 것이고 도립, 시립 병원 등일 것인데 숫자가 적어 접근성이 떨어지고 서비스 역량, 시설의 수준 모두 민간병원과 비교할 수 없다. 공공병원에 대한 투자와 고급 인력 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는 국민들의 공공병원에 대한 인식을 부정적으로 형성하게하고 민간병원을 선택하게 하고 비용을 상승시키는 악순환을 이어가게 한다. 

민간병원은 거의 모두 일정인구 이상이 모인 대도시, 의사확보가 용이한 수준의 광역도시, 요약하면 대형병원은 돈과 사람이 모이는 수도권에 위치한다. 도서지역은 물론 구석진 지역에 거주하는 국민은 직접 의료비뿐 아니라 과정에 소요되는 비용까지 부담하게 된다. 적시에 치료받을 수 없어 병이 커질 가능성, 늦은 치료에 신체적 부담, 경제적 비용이 추가될 가능성 등 부담능력이 적은 계층이 더 큰 부담을 안게 되는 역혜택 의료서비스 구조를 살고있다. 실핏줄은 아니더라도 지역적 소정맥까지 퍼져 있어야 할 공공의료시설이 부족한 탓이다. 

 그는 영리병원을 허용하려는 현 정부와 임채민 보사부 장관의 정책방향에 대해서도 타당한 우려를 표한다. 의료산업으로 새로운 비지니스를 개발하려는 것은 "경제, 산업 정책"이지 국민의 건강, 보건을 챙기는 의료정책은 아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의료 비용이 늘어나는데다가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 빈곤층의 숫자가 늘어나
는 상황에서 공급 구조와 비용 처리 방법을 안정적으로 바꾸는 것은 미래의 사회적 부담을 낮추기 위하여 매우 중요하다. 정형근의 말마따나 공공병원 확대가 여러가지 문제에 대한 답이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9141903085&code=990304

         <<<최근 박재갑 국립중앙의료원장의 사직서 소식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그 분은 작년 4월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으로 취임하면서 “경영혁신을 통해 최고의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의료원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공공병원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지만 낙후된 시설, 돈 없는 환자들이 가는 곳으로 인식된 지 오래다. 현재의 국립중앙의료원은 6·25전쟁 후 스웨덴 등 북구유럽 국가들의 자본과 후원으로 설립된 최고 수준의 장비와 의료진을 갖춘 공공병원인 ‘메디컬센터’의 후신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환자가 줄을 이었으며, 웬만한 힘이 없으면 입원하기도 어려운 곳이었다. 박 원장은 과감한 시설투자, 전문인력 확보 등으로 국민을 위한 의료원으로 부활시키려 했을 것이다.

메디컬센터의 역사는 우리나라 공공병원의 쇠락, 민간병원의 확대와 궤를 같이 한다. 지방의료원 34곳 대부분이 적자운영이다. 공공병원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저소득층이고, 일반병원과 달리 비급여진료가 거의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공공병원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열악한 조건이지만 그나마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다. 표준진료 및 비급여 진료비를 줄여 저소득층의 가계 부담을 최소화하고 의료취약 지역에 의료공급을 담당하고 있다. 보건교육, 만성질환 관리 등 국가보건의료 시책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지극히 부분적이고 제한적인 범위에서일 뿐이다.

우리나라는 최단기간에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를 도입하고, 의료접근성을 가장 빠르게 개선한 국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비해 낮은 의료비를 지출하면서도 선진국 수준의 건강지표를 달성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의료보장체계는 너무나 불안하다. 특히, 공공의료 기반은 매우 취약하다. 의료선진국의 공공병원 비중을 보면 캐나다, 덴마크는 100% 수준이고, 노르웨이, 영국, 스웨덴 등도 90%가 넘는다. 민간보험 중심인 미국마저도 30% 수준인데 우리나라는 10%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선진 외국에서 공공병원은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수행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만일 우리의 공공병원 비중이 30%만 되더라도 매년 12% 이상씩이나 증가하는 진료비의 주범인, 현재의 행위별 수가제도를 구미 선진국에서 오래전부터 시행해온 총액계약제와 포괄수가제로 바꾸는데 지금처럼 요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가 아무리 합리적인 정책을 이행하려 해도 이를 뒷받침해 줄 지원군인 공공병원은 10%에 불과하고, 기득권을 지키려는 상대방은 90%의 강력한 민간병원이다. 실행이 불가능한 것이다.

임채민 복지부 장관 내정자가 영리병원에 매우 우호적이라는 점도 걱정이다. 민간병원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영리병원마저 도입된다면 우리나라 건강보장체계는 어떻게 될까? 영리병원 운영자들은 주주들의 더 많은 배당금을 위해 돈 되는 진료를 우선시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진료라도 위험부담이 크거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진료 등은 피하고, 소위 돈이 되는 성형수술, 비만치료 등 비급여는 크게 늘려 나갈 것이다. 누가 필자에게 “국민건강보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우리나라에 우수한 의료진과 최고의 시설을 갖춘 공공병원이 50%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확신을 가지고 대답할 것이다. 공공병원 확대는 난마처럼 얽힌 우리 보건의료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영리병원보다 공공병원이 먼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