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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고양이에게는 아비가 없다

 하루 종일 어미가 배 깔고 웅크리고 있고 아기 고양이들은 품을 파고 든다. 하루 종일 먹은 거 없는데 어미는 뭐로 젖을 내는지 모르겠다. 어미는 뱃속에서 새끼를 키우고 배 밖에서도 혼자 책임진다. 어린 것들은 어미를 인식한다. 하지만 아비는 인식 못한다. 가족을 이끄는 것도 아니고 수유할 수 없으니 아비는 육아에 끼지 않는다. 수고양이는 생식본능뿐 아비본능은 없다.

 

 지난 초 봄, 마당 한가운데 햇빛 아래 돌 위에 웅크리고 앉아있던 검은 고양이가 있었다. 덩치가 크다. 가끔 보이고 내가 가까이 지나가도 밀리지 않고 앉아 있기에 옆집이 키우는 녀석인 줄 알았는데, 동네 고양이란다. 내 시선을 한동안 마주하더니 일어나 어디론가 갔다. 뒷다리를 절고 있었다.

 

 그 녀석이 아기 셋을 품고 풀과 나뭇잎 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던 어미에게 다가 왔다. 풀 섶을 가르며 검은 고양이가 가까이 가려는 찰나, 어미 고양이가 캬악!!!!하고 날을 세운다. 검은 고양이는 화들짝 놀라 방향을 틀어 뒷다리를 절며 절룩절룩 도망갔다. 아비도 이웃도 아닌 모양이다.

 

 고양이에게는 집단이 없고 가족도 새끼가 독립할 때까지 한시적이다. 혼자 경계하고 영역을 놓고 싸우는 고양이에게 숫놈은 있어도 아비는 없다... 어미 고양이는 머리통 하나 더 큰 수고양이 영역에 들어와서 초묘적인 공격력을 드러낸다. 새끼가 힘이다. 수고양이는 자유로울까 고독할까.

 

 늑대는 한 번 맺은 짝과 평생을 함께 한다 한다. 10여 마리가 함께 무리지어 살고 새끼는 무리가 함께 돌본다 한다. 역할을 나누는 거다. 어미를 대신 할 보모도 있다 한다. 사회를 이어가는 거다. 무리가 있으니 모든 개체가 항시 경계의 날을 세울 필요가 없다. 삶의 긴장이 누그러진다. 우두머리는 무리내의 싸움에 개입하여 갈등을 조정한다. 무리의 사회가 유지된다. 생존에 가혹한 계절에 우두머리는 먹이를 홀로 찾아 나선다. 먹이 찾기는 굶주림 속에 며칠씩 계속되기도 한다. 우두머리는 역할과 배고픔을 나누어 맏는 무리에서 힘을 얻는 거다.

 

 고양이를 보면서 늑대에 대한 이야기가 겹쳐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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