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저께 저녁 약속 시간에 맞춰 차를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가스불을 끄고 나왔는지 아득했다. 사골을 애벌 끓여 첫 물을 버리고 새 물 붓고 다시 끓일까 내일 끓일까 하다가 나가기 전까지 끓이자 하고 불에 올려놓았던 기억은 나는데, 얼굴에 고션 바르며 옷 갈아입으며 불 세기 조정하고 그랬던 생각도 나는데, 끄긴 껐는데 그게 애벌 끓이던 불을 끊건지 국물 우려나오기 시작하는 거 보며 끊 듯 하기도 하고... 차를 돌리자니 너무 멀리 왔고 약속 시간을 늦출 수도 없다. 식구들은 모두 늦는다 한다. 껐겠지, 껐어. 정말 껐나?...
어쩌지 어쩌지 하다가 경비실아저씨가 생각나서 전화걸어 가구별 가스코크가 외부에 있냐고 물어보았다. 없다 한다. 별 수 없다. 현관변호를 알려주고 "집 어지러진 거 흉보지 마시고요, 가스불 꺼졌나 좀 봐주세요" 했다. 조금 있다가 아저씨가 전화를 걸어왔다. "큰 솥에 뭐 올려놓으셨는데, 불은 꺼져있던데요". 식당 원탁에 둘러앉은 친구들이 전화기로 흘러나오는 소리 듣더니 "곰국 끓이다 나왔냐? " 하며 자기들 건망증 사건을 이야기해서 웃었다.
들고 날 때마다 인사 나누는 아저씨가 인사를 건네지 않을 때는 식사시간이다. 24시간 근무하고 교대하는 아저씨는 3면이 유리로 둘러쳐진 경비실 책상 위에서 냉장고에서 꺼낸 찬 도시락을 먹는다. 딱딱하고 쓸쓸하고 맛 없는 식사일 터. 고개 수그리고 있어 식사하는 듯 보일 때는 나도 인사 생략하고 경비실 앞을 빨리 지나간다.
다음날 낮에 곰국 한 냄비에 흐믈흐믈 도가니를 담아 경비실로 내려갔다. 저녁 때, 아저씨는 잘 먹었다며 냄비를 반짝거리도록 닦아 돌려준다. 아쉬워서 다음 근무날 다시 국 한 냄비를 담아 주었다. 뽀송뽀송 소리나게 닦은 냄비를 돌려주며 아저씨는 "맛있게 먹었는데 이렇게 빈 냄비만 돌려드려서 어떻게 하죠?"한다. 이게 무슨 돐떡이나 된다고 그렇게 말씀을 갖춰 하는지. 그렇게 갖춰 인사하니 내가 그 아저씨 드리는 거지만.
어쩌지 어쩌지 하다가 경비실아저씨가 생각나서 전화걸어 가구별 가스코크가 외부에 있냐고 물어보았다. 없다 한다. 별 수 없다. 현관변호를 알려주고 "집 어지러진 거 흉보지 마시고요, 가스불 꺼졌나 좀 봐주세요" 했다. 조금 있다가 아저씨가 전화를 걸어왔다. "큰 솥에 뭐 올려놓으셨는데, 불은 꺼져있던데요". 식당 원탁에 둘러앉은 친구들이 전화기로 흘러나오는 소리 듣더니 "곰국 끓이다 나왔냐? " 하며 자기들 건망증 사건을 이야기해서 웃었다.
들고 날 때마다 인사 나누는 아저씨가 인사를 건네지 않을 때는 식사시간이다. 24시간 근무하고 교대하는 아저씨는 3면이 유리로 둘러쳐진 경비실 책상 위에서 냉장고에서 꺼낸 찬 도시락을 먹는다. 딱딱하고 쓸쓸하고 맛 없는 식사일 터. 고개 수그리고 있어 식사하는 듯 보일 때는 나도 인사 생략하고 경비실 앞을 빨리 지나간다.
다음날 낮에 곰국 한 냄비에 흐믈흐믈 도가니를 담아 경비실로 내려갔다. 저녁 때, 아저씨는 잘 먹었다며 냄비를 반짝거리도록 닦아 돌려준다. 아쉬워서 다음 근무날 다시 국 한 냄비를 담아 주었다. 뽀송뽀송 소리나게 닦은 냄비를 돌려주며 아저씨는 "맛있게 먹었는데 이렇게 빈 냄비만 돌려드려서 어떻게 하죠?"한다. 이게 무슨 돐떡이나 된다고 그렇게 말씀을 갖춰 하는지. 그렇게 갖춰 인사하니 내가 그 아저씨 드리는 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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